모기와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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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와의 공존
  • 광진투데이
  • 승인 2018.07.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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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종/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원종/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어젯밤 나는 뜻하지 않게 피를 그 어떤 것에 나누어 주었다. 아침에 일어나 방안을 샅샅이 뒤져 그 어떤 것의 존재를 찾았지만, 이미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한여름 밤의 불청객, 모기 (Mosquito), 드디어 모기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모기는 오랫동안 나와 함께 대를 이어 가며 피를 나누어 왔다. 물론 나 이전에 그 먼 인류의 조상과도 피를 나누며 공존해 왔음은 명백하다. 모기는 물리면 아까운 피를 가져가며, 상당한 시간동안 사람에게 괴로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어떤 모기는 한술 더 떠서 우리에게 질병을 안겨주기도 한다. 과연 이 관계가 공존이라 불리 울 수 있을까?

모기는 인간보다 훨씬 빠른 2억 년 전부터 지구 대부분의 대륙에서 서식해 왔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모기의 형태를 갖춘 것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백악기(Cretaceous period)에서 발견된 호박(amber) 속의 모기이고, 그 보다 오래된 호박에서는 조금은 다른 형태의 모기가 발견된 바 있다. 화석화 된 모기에서 흡혈한 혈액이 발견된 예도 있는데, 이는 영화, ‘쥬라기 공원’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모기들은 수 억 년의 세월 속에 다양한 종으로 진화를 거듭해 현재 약 3,500여종의 모기가 확인되고 있다.

모기들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그들의 특성 또한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기는 종에 따라 선호하는 서식처가 다르고, 이동하는 범위, 활동하는 시간대도 차이가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수컷 모기는 흡혈을 하지 않고, 식물의 수액이나 과즙을 빨아 영양원으로 사용한다. 암컷 역시 수액이나 과즙을 섭취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암컷 모기들은 산란에 필요한 단백질과 같은 영양분을 얻기 위해 흡혈을 한다. 흡혈의 대상 동물에도 차이가 있는데, 약 200여종의 모기만이 사람과 가까운 곳에 서식하며 사람을 흡혈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어떤 종의 모기는 특이한 동물을 대상으로 한다. 뱀 같은 파충류나 개구리 같은 양서류는 그나마 상상이 가지만, 어떤 모기는 물위로 잠깐 나온 물고기를 흡혈하는 가하면, 어떤 모기는 매미를, 어떤 모기는 사마귀를, 어떤 모기는 나비의 모충(caterpillar, 毛蟲)의 체액을 취하는 것도 확인되었다. 다양한 종이 존재하는 만큼 그 특성도 다양하게 진화해 온 셈이다.

암컷 모기는 흡혈 후 4∼7일 만에 알을 낳기 시작한다. 모기의 수명 또한, 모기의 종류, 혹은 같은 모기라도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몇 주간에 걸쳐 암컷은 흡혈을 하고, 산란하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이 가운데, 병원체에 감염된 동물 혹은 사람을 흡혈한 경우 병원체가 모기의 위장관으로 들어오게 되고, 모기의 중장(mid gut) 등에서 증식을 한다. 이 모기는 산란을 마친 후 다시 흡혈을 위해 희생물을 찾는다. 이러한 경로로 모기는 사람에게 여러 가지 질병을 전파한다. 예를 들어, 얼룩날개모기속(Anopheles) 모기 중 일부는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열원충(Plasmodium)을 옮기고,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는 황열(Yellow fever), 댕기열(Dengue fever), 치쿤군야병(Chikungunya)을 매개하고, 2016년 브라질 올림픽을 전후로 대유행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Zika virus disease)을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고숲모기 등은 제주도 등에서 유행했었던 사상충증(Filariasis)을 매개하며, 작은빨간집모기는 일본뇌염 바이러스(Japanese encephalitis virus)를 옮기기도 한다.

모기가 일으키는 질병이 매우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 발생되는 모기 매개 질병은 말라리아와 일본뇌염이 전부이다. 과거에 제주도에서 발생했던 사상충증 2008년 이후로 국내에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모기 매개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해외에서 황열, 댕기열 등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 국내에서 발병하는 해외유입 환자가 매년 다수 보고되고 있고, 그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아직까지 국내에 황열이나 댕기열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병원체를 매개하는 이집트숲모기가 국내에서 서식하지 못 하는 것이 큰 이유 중에 하나인데, 그 이유는 이집트숲모기가 추위에 매우 약해서 국내에 유입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위에 열거한 모기 매개 질환들을 포함해서 국내에서 새롭게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감염병 또는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 유행 감염병을 4군 법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진단 및 방역체계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또한, 권역별로 매년 모기들을 수차례 채집하여, 병원체의 존재 유무를 사전 모니터링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걱정하는 병원체들이 모기에서 검출된 바는 없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모기와 달갑지 않은 접촉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매년 여름을 그들과 그들의 자손과 함께 할 것을 생각하니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모기는 말라리아 열원충과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 극소수의 모기들 외에는 그래도 덜 해로운 모기들이기에... 한 가지 더 다행인 것이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모기의 중장에서 증식하지 못 하기 때문에 모기에 의해 에이즈는 감염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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