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해 뜨는 포구 ‘왜목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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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해 뜨는 포구 ‘왜목마을’
  • 강서양천신문사 강혜미기자
  • 승인 2019.01.0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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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과 감동, 매력이 어우러진 충남 당진

왜목마을의 새벽은 홍시처럼 달콤한 붉은색이다. 서해에 있으면서도 해 뜨는 포구인 덕분이다. 특히 이곳의 일출은 동해처럼 뜨겁게 타오르지 않고, 군불처럼 은근하게 마음을 데워 더 오래 에너지를 품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니 누구든 왜목에서는 마음 가득 에너지를 채워 오시라. 다만 참았던 숨이 있거든 깊게 토해낼 일이고, 지난 한 해 힘겹게 달려오느라 숨 가빴다면 멈춰 천천히 숨 고르다 올 일이다. 그래야만 새로 시작한 한 해를 살아낼 힘이 또 생길 테니.

 

365일 아무 때나 찾아도 좋을 왜목 바다

바다는 붉은빛이 도는 물안개로 뒤덮여 있다. 무겁고 밀도 있는 안개다. 그래서 일까. 안개 속에 어렴풋이 드러난 섬까지 몽환적인 핏빛이다. 삐죽삐죽 솟은 굴 양식장 말뚝도 덤장그물도 어느새 홍시빛으로 붉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목을 찾은 날이 흐리다고? 걱정 마시라. 왜목에서는 해가 뜨지 않는 날에도 서운함이 적다. 해 없는 날의 왜목은 붉지 않고 푸르니 더 오묘하다. 365일 해맞이 여행을 떠나도 괜찮을 이유다.

사실 그렇잖은가. ‘돌아보고 내다보고 다짐하는 일’이 연말이나 연초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왜목은 ‘살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순간’이나 ‘뭔가 마음에 각오를 다지고 싶을 때’ 날씨 상관없이, 별다른 계획 없이 발걸음하기에 좋은 곳이다.

언젠가 누군가 물었다. “왜 서해에서 해 뜨는 게 보이냐”고. 지리적으로 왜목은 동향의 포구 앞으로 서해바다가 펼쳐진다. 그래서 서해안임에도 일출을 마주할 수 있다. 서천의 마량포구나 무안의 도리포도 같은 경우다. 흔하지 않은 경우인 셈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왜목에서는 일몰까지 볼 수 있다. 마을 뒤편에 있는 석문산(해발 79m)에 오르면 한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 새벽엔 오목하게 휘어진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갯벌이 핏빛으로 황홀하고, 저녁엔 대호방조제로 뭍이 된 들판 저편으로 서해바다가 붉게 물든다. 최근에 석문산을 찾는 백패커들이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상상해 보라. 산 정상에서 일몰을 본 후 별빛 아래 잠들고, 새벽이면 텐트 바로 앞에서 일출까지 보는 일석삼조의 낭만을. 꽤나 운치 있는 야영지를 찾는다면 왜목도 괜찮다.

 

천주교 성지라는 ‘신성하고도 고즈넉한’ 자리

당진은 성지순례지로도 이름이 높다. 솔뫼성지와 신리성지, 합덕성당 등이 지척에 모여 있어서다. 이들을 한 코스로 잇는 길이 버그내순례길이다. 13.4㎞로 도보로는 약 4시간이 걸린다.

가장 먼저 둘러볼 곳은 ‘솔뫼성지’다. 솔뫼성지는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곳이다. 지난 2014년에 교황이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기념관과 생가 터를 잇는 솔숲 산책이 묘미다. 신성하고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뾰족했던 마음에도 평안이 깃든다.

‘합덕성당’은 솔뫼성지에서 4㎞ 남짓한 거리에 있다.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 이후 충청지역에 처음 들어선 성당으로 1929년에 지어졌다. 벽돌과 목재로 지어진 쌍탑 형태의 건물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다. 최근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나 이즈음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주차장에서 성당으로 가는 계단이 촬영 포인트. 계단 뒤로 성당의 쌍탑이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신리성지’도 감성지수가 높아 사진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병인박해 때 다블뤼 주교 등이 피신했던 곳이라는데, 조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미술관인지 성지인지 감탄사를 내뱉게 될 정도다. 실제로 성지 내에 순교미술관이 자리해 경건한 마음으로 둘러보기 좋다.

 

이토록 어여쁜 눈-바람을 쐴 수 있는 곳이라니

요즘 당진에서 가장 핫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아미미술관’이다. 미술가 부부가 폐교된 초등학교를 다듬고 꾸며 만든 미술관인데, 그림처럼 예쁘다는 소문이 전국에 났다. 좀 더 정확하게는 일명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는 사진 촬영지로 알려져, 사철 카메라를 든 이들로 북적댄다.

실제로 어여쁘지 않은 데가 한 곳도 없을 만큼 카메라를 들이대는 어디나 작품이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별다른 치장 없이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옛 교실이다. 전시장 곳곳에서 만나는 작업실 풍경도 매력 있긴 마찬가지. 짜다 만 물감이며 낡은 오르간 등이 삐걱거리는 나무 마루와 썩 잘 어울린다.

당진엔 해질 무렵 그 아스라한 기분에 방점을 찍는 곳도 있다. 삽교호 바다공원이다. 해안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150m 길이의 전망데크가 명물. 이곳에 서면 서해대교와 맷돌포구, 함상공원 등이 한눈에 조망된다. 밤이면 조명까지 켜져 한층 로맨틱하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바다공원과 맷돌포구를 잇는 수변데크를 따라 자전거 라이딩을 즐겨도 좋다. 바다를 훑어온 바람이 참 좋을 테다.

<자료제공.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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