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어떤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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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어떤 꿈
  • 강서양천신문사
  • 승인 2019.01.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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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상식

이대희 원장    유림한의원

아내가 재미있다고 틀어놓은 드라마를 우연히 같이 보았다.

여 주인공에게 100억이라는 돈이 어찌어찌 생겼는데 기쁨에 가득 차 무엇을 할까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그녀를 따라 웃음이 번지며, 내게 만약 그런 거금이 어찌어찌 생긴다면 무엇을 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어서 이런저런 욕심과 꿈이 피어오른다.

문득 새해에는 누구든 꿈 한번 거창하게 꾸어보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의 꿈이든 합격의 꿈이든 개개인의 엄청난 도약의 꿈이든 모두 하나씩 꿈과 욕심을 부려 보면 어떨까.

비록 저물어 가는 12월 말이 되면 아 아쉽다 올해도 이 정도인가 하고 실망하게 될지라도 기해년 새해에는 과감하게 말도 안 되는 꿈 한번 꾸어보면 어떨까.

가만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꿈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우리가 이루어낸 이 모든 것들이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아이를 가진 부모의 눈엔 이제 커서 소녀가 되려는 아이들도, 거뭇거뭇한 콧수염이 나는 소년의 모습도, 10여 년 전 우리에겐 지금 쉽게 쓰는 휴대폰의 신기함도 모두 꿈같은데, 우리가 꾸지 못할 꿈이 과연 있을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우리는 이루어 낸다. 가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 벽이 공고히 느껴져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할 듯이 느껴지기도 하고, 생각의 한계가 나의 발걸음의 한계를 만들고 그래서 그냥 거기서 멈추어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어린아이, 소년소녀들에게, 젊은이들에게 꿈꾸라고 한다. 하지만 그 나이가 아니라도 어떻겠는가. 누구나 숨 쉬고 살아있는 한 크고 작은 꿈들을 꾼다. 꿈을 꾸고 그 꾸는 꿈만큼 내가 느껴지는 그 벽이 얇아지고 더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면 이렇게 또 밝아오는 새해에는 한껏 욕심을 내서 꿈을 꿔본다면, 한껏 웃고 있는 돼지의 함박웃음 마냥 실컷 꿈으로 부풀려 호탕하게 욕심 실컷 부려본다면 어떨까 싶다.

 

책상 앞에 놓인 동의보감의 앞장을 한 장 한 장 살며시 넘겨보았다. 그 두껍고 두꺼운 서적의 한 장 종이의 질감을 울리는 떨림이 몇 백 년을 관통해 내 가슴에 와 닿는 듯하다. 기록을 넘어 내게 남겨진 한의학의 지식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처음 편찬할 때의 의성 허준의 꿈과 열정이 느껴진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동의보감을 편찬한 의성 허준은 서문에서 “우리나라는 동방에 위치해 있고 의약의 도는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의학은 ‘동의’라고 불러 마땅할 것입니다. ‘감’이란 만물을 밝게 비춰주고 그 형체를 조금도 숨길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 이 책의 책장을 넘겨보면 길흉과 경중이 밝은 거울을 보듯 환해질 것이라 하여 ‘동의보감’이라 이름 지었습니다.(我國僻在東方 醫藥之道 不絶如線則我國之醫 亦可謂之東醫也 鑑者 明照萬物 莫逃其形 …… 今是書披卷一 覽吉凶輕重皎如明鏡 故遂以東醫寶鑑名之者 慕古人之遺意云)”라 하여 우리 의학의 자긍심을 높였으며, 처음 들어가는 신형편에서 “사람에 따라 형과 색이 다르고 장부도 다르므로 외부증상은 비록 같다고 하더라도 치법은 사람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形色旣殊 藏府亦異 外證雖同 治法逈別)”하여 이미 수백 년 전에 사람에 따라 다른 치법에 집중했다.

이렇듯 오랜 시간동안 선조들이 그랬듯 지금도 한의사들은 전통을 이어오면서 더 나은 한의학으로의 길을 가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성 허준은 단지 전통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조선시대 의학만을 연구하고 동의보감만을 보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한의학은 기존 한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분야에서 연구를 거듭하여 치료의학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고 또 그 혜택이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은 의료선택의 기회가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미 비급여 치료나 자동차보험으로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있는 추나요법이 내년 3월이면 의료보험 적용으로 좀 더 많은 환자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예정이고, 그 외의 다양한 치료법도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의학의 전인관을 바탕으로 한 추나요법은 척추신경추나의학회를 통해서 중국의 정척학회, 미국의 오스테오패시 의학과 꾸준히 교류를 하고 있으며, FIMM(세계 수기근골의학 연합회)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기의학으로 등록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지. 한의원 진료와 병행이 힘들 때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학회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처한 그 자리에서 꿈을 꾸어본다. 몇 평 남짓한 진료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환자들, 진료 후 마무리하는 이 진료실 의자에 앉아 나는 1600년대 허준 선생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 할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감히 가늠할 수 없다.

 

다들 힘들다 어렵다 하던 연말이었다. 이제 새로운 한 해가 되는 2019년 기해년이다.

돼지꿈도 좋고 어떤 꿈이라도 좋다. 그 꿈을 발판 삼아 누구나 한 번쯤 취업의 꿈이든, 승리의 꿈이든, 합격의 꿈이든, 인심 좋게 두둑한 배포에 가득 찬 돼지 마냥 한껏 가득히 모두가 바라는 한 가지 꿈을 꾸는 것도 좋겠다.

나도 올해는 이제껏 생각해 보지 못한 더 큰 꿈을 한번 꾸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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