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의 아지트 이대 문학다방 ‘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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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의 아지트 이대 문학다방 ‘봄봄’
  • 서대문사람들신문 옥현영
  • 승인 2016.12.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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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리딩’의 매력, 작가와 여행하는 기분

독서 사랑하는 41명의 단골손님 협동조합 만들어 운영
주제별 11개의 낭독 모임, 요일별로 모임 가져

이대 정문에서 신촌역을 향해 걷다 보면 상점들 사이로 난 마지막 좁은 골목길 안쪽에 <문학다방 봄봄>이 나타난다.
70년대도 아니고, 21세기에 문학다방이라니? 조금은 생소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찬바람을 사르르 녹인다.


 
 
△이대앞 골목길 안쪽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 문학다방 봄봄
 
 
△문학다방 봄봄의 실내
 
 
△협동조합 봄봄의 김동규 이사장.
 
 
△보유장서 1000권은 일반인에게 대여한다.
 

이대 정문에서 신촌역을 향해 걷다 보면 상점들 사이로 난 마지막 좁은 골목길 안쪽에 <문학다방 봄봄>이 나타난다.
70년대도 아니고, 21세기에 문학다방이라니? 조금은 생소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찬바람을 사르르 녹인다.

<문학 다방 봄봄>은 그야말로 문학을 사랑하는, 그 중에서도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동호회처럼 운영해 오다 만든 「협동조합 봄봄(이사장 김동규)」이 운영하고 있다. 다방의 이름이자, 협동조합의 이름이기도 한 「봄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김유정씨의 소설 「봄봄」에서 따왔다.
3명의 매니저가 돌아가면서 봄봄을 운영중인데 수요일 문학다방 지킴이로 나선 김동규 이사장은 『2013년 12월 봄봄의 문을 열었다. 바쁜 생활에 쫓겨 책 한권을 읽기 어려운 사람들이 봄봄을 찾으면서 낭독팀을 만들었고, 책을 읽을 공간이 필요했던 차에 협동조합을 운영해 보자는 의견이 나와 41명이 출자금을 보태 함께 봄봄을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크러스 낭독회를 운영하는 김보경 대표와 발기인들의 열정이 모아진 공간인 셈이다.
김동규 이사장은 『인문학 서적을 위주로 낭독회를 갖고 있다. 낭독의 장점은 소리내어 서로 읽는 느린 읽기지만 정서적인 기억이 오래남고 책을 읽는 동안 저자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점이 좋다』고 장점을 이야기 한다.
책을, 그것도 인문학 서적을 소리내에 읽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그리 어렵지도 않다는 설명도 잊지 않는다.

김 이사장의 이야기처럼 <문학다방 봄봄>의 가장 큰 매력은 책을 함께 「낭독」하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11개의 낭독팀은 매주 모여 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해 나가고 있다.
낭독팀을 살펴보면 두껍거나 어려운 고전을 읽는 「북크러스」(월요일 저녁 7시 30분), 프랑스 작가의 소설을 읽는 「로맹가리」(화요일 낮 2시), 한국 현대 소설을 읽는 「낭낭스」(화요일 저녁 7시), 대하소설 객주 전작을 읽는 「객주」(종료), 피터 드러커의 전작을 읽는 「피터 드러커」(종료), 단편소설을 읽는 「단편소설의 맛」(금요일 저녁 7시), 저녁부터 새벽까지 밤새 한권의 책을 완독하는 「심야책방」(매월 첫째 금요일), 문학으로서의 성경을 읽는 「성서문학」(수요일 저녁), 서양미술사부터 맘가는데로 읽는 「끌림」(금요일 오전 11시), 사기열전을 비롯한 동양의 고전을 읽는 「동양고전」(목요일 오후 5시), 번역가와 함께 영어원서를 읽는 「토요낭독회」등 모두 개성있는 모임들이다. 이 낭독회에는 협동조합 회원 뿐 아니라 인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일반인들에게 문을 열어두고 있다.

<문학다방 봄봄>은 주중에는 낭독회와 일반 손님들을 위한 찻집으로 운영되지만, 주말에는 대관을 위주로 운영한다. 하루 봄봄을 빌리는 비용은 회원 10만원 비회원 15만원이다. 물론 공유서가에 비치된 1000여권이 책은 봄봄 카페의 고객은 물론, 지역 주민과 상인들에게 대출하는 서가로 운영, 고객정보 등록 후 10일간 3권의 책을 빌려볼 수 있다.

봄봄의 또다른 특징은 휴먼 라이브러리다. 올해 6월부터 시작된 「휴먼북」을 선정해 사람책을 대출하는 휴먼 라이브러리는 독자들이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 사람과 마주 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경험을 읽을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다. 그동안 휴먼라이브러리에서는 6월 윤후명 소설가, 7월 박계동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 8월 이용훈 서울도서관 관장등이 휴먼북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이대앞의 분위기와 어쩌면 딱 맞아 떨어지는 문학다방 봄봄은 사실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협동조합의 운영 전환후 앞으로 얼마나 더 문학다방으로 봄봄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그것이다.
김동규 이사장은 『그동안 아파트 공동육아, 프레시안 협동조합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다 직장인 독서클럽을 통해 우연히 2012년 협동조합 관련 서적을 읽게 됐고, 그 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찻집을 운영해 적자 없이 운영을 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적자가 날 경우 출자금을 사용하고 있으나 고정비용을 상회할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출의 가장 큰 부분은 다름아닌 임대료다. 벌써 3년 사이 주변 상가들은 대부분 다른 가게로 탈바꿈 했고, 그나마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는 봄봄을 비롯해 몇 되지 않는다.
인문서적이 좋아 만난 사람들이 운영하는 문학다방 봄봄은 어쩌면 마지막 남은 이대 앞의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는 우리의 마음속 다방이다. 봄봄을 오래 지켜내려면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문의 070-7532-7140)
<옥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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