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고전13:6) 2019.04.01
“중학교 때였습니다. 『삼국지』 한 권을 세 명의 친구가 함께 읽었습니다. 하필 어머니가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상당히 먼 거리를 달려갔다 달려왔습니다. 나 없는 사이에 한참 읽어 나갔겠다고 생각하면서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웬일로 두 친구가 책을 읽지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왜 안 읽어?’ ‘관운장 죽었다!’는 대답이었습니다. 관운장이 죽자 더 이상 읽지 못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세상에 관운장이 죽다니! 어린 우리는 참으로 슬펐습니다. 한동안 책을 읽지 못하고 앉아 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합니다.”
신영복 저(著) 「담론」(돌베개, 16-17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책이 귀했던 시절, 책 살 돈이 없던 시절, 책에 대한 그리움과 설레임을 가졌던 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책을 같이 읽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관운장의 죽음 앞에 먹먹해 지며 말을 잊었던 그 공감이 부럽습니다. “어떤 땅을 살까?” 가 아니라 “관운장이 죽었어!” 하면서 하늘을 보던 그 순수함이 그립습니다.
관운장이 죽었어!
나도 유비가 죽을 때보다 제갈공명과 장비가 죽을 때보다 관운장이 죽을때 삼국지를 덮어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삼국지를 다시 읽기가 꺼려집니다. 관운장의 죽음 앞에서도 냉랭한 가슴으로 다음 장을 넘길까봐.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전1:4)
한재욱 목사
강남 비전교회
서울시 강남구 삼성2동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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