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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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병
  • 강서양천신문사
  • 승인 2019.05.3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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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상식

이대희 원장    유림한의원

오늘은 하루 종일 덥다 싶은 날이었다. 이제 5월 말인데 어떤 곳에는 벌써부터 폭염주의보가 내렸다고 한다. 벚꽃이 집 주위에 흐드러지게 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이라니, 계절이 변화는 속도에 적응이 쉽지 않다. 계절도 너무 빨리 변하고, 세상도 너무 빨리 변한다.

사르락 사르락 펼쳐보던 종이신문에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하더니 이제는 컴퓨터 켜는 것도 귀찮다. 그냥 손에 쥔 휴대폰이면 뉴스고 영상이고 은행업무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쌩쌩 빨라져 가는 모든 것들 속에서 오늘따라 더 더디게 느껴지는 내 발걸음이다.

 

한의학에서 다리병을 ‘각기’라 하는데, ‘각기(脚氣)’란 다리 힘이 약해지고 저리거나 지각 이상이 생겨서 제대로 걷지 못하는 병증을 가리킨다.

동의보감에 보면 각기라는 병은 막혀서 생기는 병이니 치료는 마땅히 퍼지도록 하고 통하게 하는 약을 써서 기가 막히지 않게 해야 하니 이미 기가 막혀서 왕성해졌을 때는 침으로 나쁜 피를 빼내서 중한 증상을 없애야 한다. 내경에서는 기가 몰려서 쌓이면 붓고 열이 나면 침으로 찔러서 피를 낸 후에 약으로써 다스린다고 하였다.(脚氣是爲壅疾 治以宣通之劑 使氣不能成壅 壅旣成而盛者 砭惡血而去其重勢 經曰 蓄則腫熱 砭射之後 以藥治之<綱目>)

각기병에는 예부터 모두 오히려 설사하는 약을 썼는데 그것은 막혀서 생긴 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하면 비위를 손상하게 되고 충분치 못하면 그 막힌 것을 헤쳐 버리지 못하게 된다.(脚氣之疾 自古皆尙疎下 爲疾壅故也 然不可太過 太過則損傷脾胃 又不可不及 不及則使壅氣不能消散<東垣>)

각기병으로 죽는 경우는 모두 기가 실해져서 죽는 것이지 약을 복용한 후 허해져서 죽는 경우는 없다. 그러므로 이는 모두 너무 보해도 안 되고 너무 사해서 심하게 허약해지게 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또한 마땅히 약간은 설사를 시켜야 하며 또한 때때로 땀도 나게 해야 한다.(脚氣之疾 皆由氣實而死終 無一人以服藥致虛而殂 故其病皆不得大補亦不可 大瀉縱甚虛羸 亦順微微通泄亦宜 時取汗也<千金>)

각기병을 치료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변을 잘 통하게 해서 독기를 모두 나오게 한 뒤에 낫게 하는 것이니 보하는 약을 쓸지 씻어 내리는 약을 쓸지는 의사들이 아주 주의해야 할 일이다.(治法大要疎導大便使毒氣得泄而後愈其補湯淋洗皆醫家之大戒也<直指>)

위와 같이 다양하게 각기병의 치료를 이야기한다.

사람이 각양각색이듯 사람들의 다리도 각양각색 날씬한 다리, 뚱뚱한 다리, 마른다리, 또 근육질인 사람, 물살인 사람 등 그 원인과 사람에 따라 다르니 한의사의 진단 후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집에서 종이신문을 구독해서 본다. 가끔은 밀리기도 하고 혹은 재활용할 때까지 가득 쌓이는 신문 뭉치를 보면 다음달이면 저것을 꼭 끊어야겠다 싶다가도 매번 그 손에서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이 바쁘게 지나가서 나를 스치는 것 같지도 않는 요즘 세상의 공허함에서 위로해 주는 것 같아서… 나는 내 삶의 구닥다리들… 내 삶의 바스락거림을 놓치지 못한다. 그냥 재활용통에 버려지는 신문처럼 버려지더라도 그래도 빳빳한 상태보다 구겨진 모습을 가지고 누구에게 소모되고 또 누군가에게 쓰여 졌던 기억을 가지고 갈 수 있으니까, 빠른 세상 속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내 모습이지만, 그것으로 조금은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그런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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