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아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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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아무거나?
  • 성동신문
  • 승인 2019.07.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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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란교/논설위원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 메뉴를 정하는 당번이 오늘은 뭐 먹을까 하면 대부분 '아무거나' 라고 대답을 한다.

그럼 이걸 먹어볼까 하고 물으면 이것은 맛이 없더라, 그럼 그것은 어때요 하면, 그것은 친구가 별로라 하던데, 그럼 저것은 어때요 하면, 글쎄 맛이 있을까 하면서 어깃장을 놓는다. 그리고 '아무거나'를 주문하면, 왜 '아무거나'를 주문하냐 하면서 퇴짜를 놓는다. 먹고 싶은 것을 물으면 '아무거나' 라고 대답하고, '아무거나'를 시키면 왜 퇴짜를 놓을까?

그 고약한 심보가 참 궁금하다. '아무거나' 라고 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무시하거나 막 대해도 좋다고 광고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이라 외치고 다니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은 무시당해도 싸다. 그런데 무시하라 해서 무시하면 화를 벌컥 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의 속내는 더 궁금하다.

무언가를 결정하려면 후회하지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2만여 가지 이상을 선택하거나 결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

날마다 선택의 연속인 것이며, 매 순간의 선택이나 결정이 쌓여서 자신의 인생이 되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하고 구성원도 다양하니 선택과정도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좋을지 몰라 침을 뱉고 침이 튕겨나가는 방향을 선택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다.

자신의 선택이나 결정이 후회를 가져올까 두려워 생뚱맞은 방법으로 결정한 것을 따른 경우라 생각한다. 그만큼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요즘처럼 선택이나 결정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간단한 선택지를 함께 제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오해의 소지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알고 있는 상식과 머릿속의 지식을 어떻게 재조합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의 폭도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몇 가지의 선택지를 보면, '아무거나' 라고 말하는 사람은 줄어들 것이다. 선택의 폭이 줄어들면 결정에 대한 실패나 후회할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더 편한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똑 같은 양의 건초더미를 앞에 두고 어느 쪽에 있는 것을 먹을까 고민하다 결국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어죽었다는 '뷔리당의 당나귀'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쉬움이나 미련이 남지 않을 선택은 정말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결정을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려 하는가?

다른 사람도 무언가를 결정하려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아무거나' 라고 말하면서 중요한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좋지 않은 말버릇이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좋아한다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싶다고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아무거나' 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아무거나'가 아닌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말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고 또한 얻을 수 있다. '아무거나'는 아무데도 쓸모없는 말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맡겨 버린다면 자신의 인생은 누가 살고 있는 것일까?

결정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버린다면 나는 과연 누구의 인생을 사는 것일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조차 다른 사람에게 모두 맡기고 의지한다면  내 인생의 참 주인은 누구일까?

햄릿증후군은 병이 아니라 다만 오랜 기간 동안 몸에 밴 습관일 뿐이라고 한다. 당신은 장차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하고 물으면 '아무거나'라고 대답할 것인가? 손주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아무거나'라고 지을 것인가? 고객을 만나러 나가야 하는데 '아무거나' 걸치고 싶은가? 사돈댁에 이바지 음식 보내야 하는데 '아무거나' 넣어 보내는가? 진짜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고르면서 '아무나' 하고 외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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