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게 정비는 상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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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게 정비는 상생이 중요하다
  • 동대문신문
  • 승인 2017.01.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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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에서 벌어지는 많은 문제들 가운데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해결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결하려고 하면 더욱 꼬여 악순환에 빠져버리는 난제들이 있다.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거리가게(노점)가 그렇다. 노점은 길가 물건을 벌여 놓고 장사하는 가게로 국립국어원의 다듬은 말은 '거리 가게' 또는 '길 가게'이다.

동대문구처럼 거리가게가 많은 지역도 없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어림잡아 8~9백여개는 된다. 그야말로 거리가게 세상이다. 우리 구 거리가게는 제기역부터 청량리역 광장, 경동시장, 현대코아 앞 등 사람 왕래가 많아 장사가 될 만한 곳은 거리가게가 자리 잡고 있다. 일부 구간은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보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한다.

시민들이 거리가게를 바라보는 시각 중 하나는 불법적인 것이니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도를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고,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으니 단속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다른 시각은 거리가게의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저소득층의 생계수단이니 거리가게의 존재를 인정해주거나 묵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에서 예나 지금이나 거리가게가 존재하고 있고 거리가게에 대한 도시나 국가의 정책이 계속해서 상생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시의 거리가게 정책도 변화를 거듭해왔다. 명칭도 노점에서 거리가게로 바뀌었다. 상생정책자문단에는 전노련과 민노련 등 노점단체 대표를 비롯해 상인단체 대표, 소비자단체 대표, 갈등해결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상생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시의 거리가게 정책은 '상생'이다. 시는 거리도 살고 노점도 살리는 상생협력방안을 찾고 있다. 시와 노점단체, 시민사회, 전문가 함께 논의의 장을 만들고 신뢰를 쌓아가며 상생의 방법을 찾고 있다.

거리가게가 거리에 주는 부정적 영향의 하나는 보도차지로 보행환경 침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리가게의 크기와 위치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또 거리가게는 안전과 식품위생 문제 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조치들도 필요하다.

거리가게는 일정부분은 거리와 도시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의 유명도시들의 거리에는 대개 특성화된 거리가게들이 있다. 더불어 거리가게가 밤늦게까지 문을 열고 있으면 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지킴이 역할도 맡아 하게 된다. 이는 많이 없어진 동네 골목슈퍼들이 골목 방범역할을 한 것과 같다.

거리가게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안전과 위생 등 거리가게에 대한 부정적인 우려도 줄여가면서, 거리와 상가 및 거리가게가 함께 사는 상생의 지혜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노량진 컵밥거리와 연대 정문 앞에서 신촌로터리까지 이어주는 연세로의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변신은 삼자가 상생한 좋은 본보기다.

동대문구도 거리가게 문제 해결을 위해 '거리가게 개선 자율협의체'를 구성했다. 자율협의체는 구청 국장, 구의원, 법률가, 조정갈등 전문가 및 상인, 노점, 주민대표 등 15명으로 구성하여 월 1회 정기적으로 만나 상생방안을 찾는다고 한다. 처음 출발은 구의원과 상인대표가 빠져 불안전한 출발을 했지만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상생방안을 찾아야 한다.

구는 지난해 경동시장 사거리 신안은행 옆의 거리가게를 정비하면서 주변 상인단체와 사전협의 없이 진행하여 불신을 초래했다. 경동시장 주변 상인단체는 거리가게 설치 전에야 사실을 알아 강력한 반발을 샀다. 구는 앞으로 지난해와 같은 우를 범해서는 상인과 상인단체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더불어 자율협의체를 구성하면서 상인대표를 노점대표와 동일시하는 시각은 바꿔야 한다. 구가 거리가게의 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먼저 구민과 상인단체의 신뢰를 얻어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구는 구민이 반대하는 거리가게 양성화는 지양해야 된다.

동대문구의 미래는 거리가게 정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청장을 비롯한 직원, 그리고 상인단체 대표, 거리가게 대표들이 머리를 맛 대고 상생의 길을 찾아 '다시 찾는 동대문, 살기 좋은 동대문'을 건설해야 한다. 거리가게 정비는 관광동대문을 만드는 단초이다.

 

동대문신문 대표 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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