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람의 앞모습을 바라볼 때, 바라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의 오른손은 왼쪽에, 왼손은 오른쪽에 있다.
그러나 뒷모습을 바라볼 때는 바라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상대의 오른손은 오른쪽에, 왼손은 왼쪽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되었지만, 평소 중랑천 생활체조광장에서는 아침과 저녁 시간 두 차례 스포츠단체 주관으로 200여 명이 모여 체조를 열심히 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중랑천 체조광장에서의 체조는 음악에 맞춰 무대에서 잘 연습된 강사의 동작을 따라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아침 시간에 주관하는 스포츠단체 강사는 무대에서 체조광장을 바라보면서 리드하기 때문에 참석자들과 손동작이 반대로 움직였고,
저녁 시간에 주관하는 스포츠 단체 강사는 체조광장을 뒤로 하여 참석자들에게 뒷모습을 보여주고 리드하기 때문에 참석자들과 손동작이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문제는 아침 시간 참석자 중 몇몇 사람들이 강사가 오른손으로 동작을 할 때, 왼손으로 동작을 한다는 것이다.
강사의 오른손 동작이 마주보고 있는 참석자 입장에서는 왼손 동작으로 보이는 데서 오는 혼선 때문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친구가 '1979년 교육대학 2학년 때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알고 즐겼던 국민체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단체 카톡방에 올렸다,
그리고 '일선학교에 가서 국민체조를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동작 하나하나를 익혔는데, 원래 왼쪽부터 시작해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동작을 반대로 오른쪽부터 시작해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방법으로 연습했다.'고도 언급했다.
운동장에서 선생님을 따라 하는 학생들에게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친구의 글을 보고, 나도 어렸을 때 학교에서 율동을 가르치던 선생님들이 항상 학생들을 배려하여 학생 입장에서 동작을 해줬던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알기로는 88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교장 친구가 40여 년 전 초등학교에서 국민체조를 가르치던 방법처럼 무대 위의 리더는 항상 관중 입장을 배려하여 관중과는 반대로 동작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88올림픽 이후로는 무대 위의 리더라고 해서 관중에 맞춰 반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방향에 맞춰 리드해왔다.
90년대 이후 노사문제로 노조가 시위를 할 때도 수천 명의 조합원들을 바라보고 있는 리더라고 해서 조합원들에 맞추지 않고 자신의 입장에서 오른 손을 절도 있게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그만큼 사람들의 지각능력이 높아졌고, 무엇보다 무대 위의 리더기 꼭두각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정서 때문이었을 것이다.
방향에 대한 사람의 지각능력은 동물과 동력을 가지고 있는 물체 그리고 식물과 무동력의 물체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호랑이의 정면 사진을 놓고, 실제 호랑이의 오른발을 우리가 보기에 왼쪽에 있다고 왼발이라고 하지 않고, 자동차 사진을 놓고, 실제 자동차의 오른쪽 바퀴를 우리가 보기에 왼쪽에 있다고 왼쪽 바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감나무 사진을 놓고는, 우리가 보기에 오른쪽에 있는 가지를 오른쪽 가지라고 하고, 의자 사진을 놓고도 우리가 보기에 오른쪽에 있는 모서리를 오른쪽 모서리라고 한다.
동물이나 동력을 가지고 있는 물체는 앞뒤가 있고 그래서 좌우도 구분할 수 있어, 우리가 동물이나 동력을 가지고 있는 물체 입장에서 방향성을 인정해주지만, 자체적으로 방향성이 없는 식물이나 무동력의 물체는 우리가 보는 관점에 따라 전후좌우 판단을 다르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회가 동물처럼 지지고 볶고 싸우면 동물국회라 하는데, 이 때 우리 국민들이 국회의원의 성향이나 정체성이 너무 강해, 국회의원 입장에서 이해해야 하니 피곤하고, 식물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식물국회 때는 국회의원 스스로의 정체성이 보이지 않아, 우리 국민들이 국민 입장에서 다양한 각도로 바라봐야 하니 역시 피곤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동물이나 동력을 가지고 있는 물체는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자체적으로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만, 식물이나 무동력의 물체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원칙을 우리 사회가 잘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