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아동학대의 고리, ‘아동복지기금 신설’로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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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아동학대의 고리, ‘아동복지기금 신설’로 끊어내야 한다
  • 강서양천신문사
  • 승인 2021.03.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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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서(갑) 국회의원 강 선 우
서울강서(갑) 국회의원 강 선 우

서하지통(西河之痛)’이라는 말이 있다. 서하의 고통이라는 뜻으로 공자의 제자 자하가 서하(西河)에 있을 때 자식을 잃은 슬픔에 눈이 멀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이처럼 자식을 잃은 슬픔은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크고 깊은 고통에 비유되나, 정작 자신의 아이를 학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부모가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아프다’, ‘살려달라그 한마디 말조차 하지 못한 16개월 된 아이의 죽음, 그 후로도 구미에서는 3살 아이가 6개월 동안 방치되어 숨졌고, 익산에서는 생후 2주밖에 안 된 또 다른 아이가 부모에게 맞아 우리 곁을 떠났다. 배부른 기억, 따뜻한 추억, 편안한 기분, 부모의 품에서 느꼈어야 할 안도감부터 친구와의 우정, 또 연인과의 사랑까지 세상에 귀한 다양한 감정들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너무도 많은 아이들이 차가운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온 국민은, 우리 사회는 서하지통(西河之痛)’에 빠졌다.

그러나 학대로 아이가 죽고, 여론이 들끓고, 정치권이 나서는 악순환의 고리는 여전히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다. 최근 5년간 어른들로부터 손찌검과 발길질을 당하거나,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던 아동학대 의심사례 건수는 11,715, 18,700, 22,368, 24,604, 345건으로 오름세가 가파르다. 아동학대 행태 또한 갈수록 잔혹해져 동기간 세상을 떠난 아이들만 무려 160명에 이른다.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대한민국의 한 정치인으로서 참 부끄러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아동학대 정책의 패러다임을 민간에서 공공으로 전환하고자 애써왔다. 위기아동 발굴을 위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구축, 보건복지부 내 아동학대대응과 신설과 아동권리보장원의 출범, 조사를 전담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까지 전방위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행정은 현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학대피해아동쉼터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신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도 습관적으로 달성하지 못해왔고, 이 때문에 학대 가정에서 분리된 아이들을 보호할 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가 있는 아이의 경우에는 이곳저곳을 떠돌다 학대를 당하던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심지어 정신병원에 보내지고 있는 실정이다. 법에 따라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수년째 제대로 이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정답은 이다. 행정과 현장의 괴리를 메우는 것, 갖춰진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 모두 든든한 예산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간 아동학대 대응정책을 수립하는 보건복지부 뒤에 숨어 정작 예산 확보에는 소극적이었던 기재부와 예산에 대한 심의·확정권을 가지고도 표가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박했던 국회의 책임이 크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아동보호 관련 예산은 GDP 대비 0.2%, OECD 평균의 7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고, 저출산 고령화 대책예산의 0.7%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예산의 경우, 그 편성 권한은 법무부와 기재부에 있지만, 정책의 수립과 사업의 수행은 복지부가 담당하는 이원화된 구조로 되어 있다. , 아동학대 대응에 있어 정책과 예산을 함께 책임지는 실질적 컨트롤타워가 없는 셈이다.

이에 필자는 기재부의 복권기금과 법무부의 범죄피해자기금으로 흩어져있던 기존의 아동학대 대응 예산 체계를 정비하여 복지부 소관의 아동복지기금을 신설하는 아동복지기금법을 대표발의했다. 아동학대의 발견부터 조사, 수사, 분리, 치료와 보호, 사후 사례관리까지 아동학대 대응의 모든 단계에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예산을 적기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매년 수만 건의 학대 사건이 발생하고, 또 수십 명의 아이들이 죽었지만, 그간 정부와 국회는 돈이 들지 않는 가장 손쉬운 방법부터 찾아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일, 그 첫걸음이 바로 아동복지기금을 설립하는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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