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9-7번지 공연 마친 강북연극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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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9-7번지 공연 마친 강북연극협회
  • 동북일보 최헌규 기자
  • 승인 2016.11.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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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에 순수예술 전하고파 10여년 넘게 강북연극인들 활동

강북연극협회(회장 장미자)가 주최하고 극단 삼각산이 주관한 연극 ‘959-7번지’가 지난 10월 7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예술공간 혜화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강북연극협회 회장이며 극단 삼각산 대표인 장미자 대표.

극단 삼각산의 기획 공연으로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난 959-7번지는 어머니의 칠순 잔칫날을 앞두고 어머니와 5남매, 사위, 며느리가 겪는 한 바탕 난리 이야기를 세태 풍자 형식을 통해 표현한 극. 가족들의 애환을 짙게 새겨 관객들로 하여금 가족들과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강북연극협회는 장미자 회장을 중심으로 강북구에 거주하는 연극인들이 중심이 돼 강북구의 순수예술 발전을 기대하며 지난 2013년 창립됐다. 
‘959-7번지’의 극단 삼각산과 강북연극협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강북연극협회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극단 삼각산은 이미 2006년 강북구 출신 연극인들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강북구민들에게 질 좋은 공연을 보여주자 시작한 것이 극단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그 바람은 2013년 강북연극협회를 창립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뚜렷이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2013년 포럼을 개최하는 등 강북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어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북연극협회는 제 자리에서 더 나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극단 삼각산 역시 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강북구민들에게 어필하려고 노력하며 2009년 강북구민이 직접 뽑은 가장 보고 싶은 연극 1위작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비롯해, ‘시집가는 날’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지만 강북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진 못하고 있다. 
극단 삼각산을 중심으로 강북구 연극인들이 강북연극협회를 정식으로 출범시키며 마당놀이 ‘허생전’을 기획, 서울시로부터 지역특성화 사업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더 이상 지원을 이끌어 내지는 못하고 있다.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공연 모습 중 바닥에 누운 사람 주인공 이중생(배우 유준원), 주동하는 변호사역(배우 김 필), 이중생 맏딸 역(배우 송영숙), 이중생 부인역(배우 장미자)

이런 홀대 속에서 강북연극협회는 작년 특별기획 이벤트로 극단 삼각산 10주년 기념공연 및 제3회 우리 동네 문화축제로 11월 18일부터 11월 22일까지 오영진 작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를 강북연극협회 부회장인 송정 바우(송바울) 연출로 강북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 공연하는 등 꾸준히 강북구에서 뿌리 내리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연습장소도 없어 당시 렛츠런강북센터와 난나청소년수련관의 협조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렛츠런문화센터에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난나청소년수련관에서 연습을 진행했다. 

강북연극협회와 강북구를 대표하는 극단 임에도 강북구 내에 전용극장과 사무실이 없는 연극인들의 고달픈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야심차게 출범하며 강북구 문화예술 발전에 일조하겠다는 모습에서 전혀 발전하지 못한 아쉬운 모습에 강북연극협회 회원들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구에서 각종 지역 단체들에 대한 지원은 다방면으로 이뤄지면서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지원이 소홀한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회원들은 한목소리로 안타까워한다. 

강북구만의 문제가 아닌 문화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고착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강북구가 아닌 문화 예술 관련 전반에서 보여주는 행사 위주가 아닌 순수예술인 연극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은 연극인들 모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역의 문화 행사는 축제 중심으로 기획되고 연극은 그 자리에마저 설 기회조차 박탈당하게 된다.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무대 중심으로 흐르는 지역의 축제 예산에 구의 예산이 집중되는 현실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댄스 팀과 연주 팀을 섭외하고, 가수들을 초청해 많은 문화 예술 무대들이 소모되고 있다. 

하지만, 순수예술이 부족하면 다른 문화에 대한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연극인들의 안타까움이다.

장미자 회장은 “초등학생 시절 학예회를 한다고 하면 중심은 연극이 되는 것이 당연했다”고 회고했다. 학생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구상하고, 함께 대본을 쓰며 같이 무대를 꾸미고 연기로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에 익숙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종합예술을 경험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현재 강북구의 사정과 많이 다르지 않다고 장미자 회장은 안타까워했다.

이제 초등학교, 중학교 발표회는 자치단체의 축제처럼 장기자랑으로 변질되어 버린 지 오래라는 것. 아이들 역시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댄스와 노래만 선호하고, 그런 무대만 무대에 남는 현실이다. 당연히 연극을 준비하려는 아이들은 소외되고 설 무대조차 찾지 못한다.

강북구란 지역을 대표하는 연극협회 현실 역시 마찬가지다, 장미자 회장과 송정 바우 부회장은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순수예술이 무너지면 나머지 예술들 역시 힘을 잃고 말 것”이란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순수과학이 바탕이 돼야 응용과학이 발전 할 수 있듯이 순수예술 역시 그런 많은 예술들의 발전에 밑바탕의 돼 준다는 것은 모든 순수예술 종사자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강북연극협회 송정바우(송바울) 부회장

송바울 부회장은 그래서 힘들어도 연극판을 떠나지 못하고 순수예술을 지키려는 연극인들이 많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은 내년 강북문화재단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문화재단 출범을 앞둔 만큼 문화에 대한 강북구의 인식이 변할 수도 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강북구가 문화 도시를 지향하고 문화재단설립까지 앞두고 있으니 강북연극협회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송 부회장은 강북에서의 연극 활성화를 꿈꿔보긴 하지만 솔직히 기대가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문화재단 운영진 공모에 연극인들도 공모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자조적인 반응들도 많기 때문이다.

강북연극협회의 바람은 아주 간단하다. 문화가 부족한 구에 문화를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문화가 부족한 구에서 문화는 중요하다. 역사문화관광을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강북구에서 즐기고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극이 그 한 분야라는 강변이다.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앞두고 찍은 가족 사진. 어머니만 웃고 있다.

‘959-7번지’의 마지막 내용은 이렇다. 자식들의 칠순 잔치 준비에 신경 쓰지 말라며 기대감을 내려놓은 어머니가, 칠순 잔치 준비로 갈등을 겪는 자식들 없이, 결국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하게 된다. 
하지만, 남은 자식들은 어머니가 남긴 단 하나의 메시지,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다"란 메시지를 알아채며 비로소, 한번도 극 중에서 보이지 않던 웃음을 보이며 극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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