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원의 엉뚱 발랄 성동 이야기> (25) 성수동 회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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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원의 엉뚱 발랄 성동 이야기> (25) 성수동 회화나무
  • 성동신문
  • 승인 2021.06.1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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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많은 500살 회화나무
사람과 공존하기를 바라는 나무 목소리
수령 500년 이상으로 추정하는 성수동 회화나무  ⓒ서성원
수령 500년 이상으로 추정하는 성수동 회화나무  ⓒ서성원

 

○ 소재지: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2가 1동

◆ 걱정에 휩싸인 회화나무의 얘기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요즘에도 이 노래를 많이 부르나요? 최고의 노랩니다. 내 나이가 좀 많거든요. 몇 살이냐구요? 요즘에는 백세 노인이 많은데 많아 봐야 얼마나 많겠냐고 생각하는 거 맞죠? 알았어요. 말할까요? 놀랄 텐데 충격 먹지 말아요. 5~백~살. 거봐요. 띵, 하죠.
그래요. 나는 나이가 참 많아요.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은 '나무'라고 부르죠. 그래요, 나는 나뭅니다. 정확하게는 회화나뭅니다. 회화나무, 알아요?
내가 어렸을 때가 궁금하다구요? 오래전이지만 기억이 생생해요. 그때는 연산군이 왕에 올랐다가 쫓겨나기도 했었던 시기였어요. 

나는 뚝섬에 뿌리를 내린 이후 지금까지 이 동네에서 살고 있지요.  
둑방 너머로 눈을 돌리면 한강이 있지요. 강물이 쉼 없이 흐르듯이 500년 동안 숱한 일들이 있었지요. 
너무 오래전 얘기를 하면 당신은 느낌이 없을 테죠. 보자, 그럼 언제 얘기를 해볼까나. 
1950년, 60년대 얘기를 할까요. 뚝섬은 슬픈 동네였어요. 
한강은 강원도부터 내려와요. 그런데 강원도에서 내 친구들이 잘려서 뚝섬까지 오죠. 뗏목이라고 하죠. 뗏목으로 내려온 친구들은 뚝섬에서 장작이 되어 서울 시내로 실려 갔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나는 두렵죠. 내가 그 친구들처럼 될까 봐서요.

그러다 강원도 친구들은 더 이상 오지 않았어요. 팔당댐 때문이죠. 댐이 생겼으니 뗏목을 띄울 수 없었던 겁니다.
뗏목 이야기 재미없나요? 그럼, 요즘 얘기를 할까요?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 …. 이번엔 슬픈 게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얘기예요.

나는 요즘 잠을 잘 못 이뤄요. 그래요. 걱정이 많아요. 
서울의 대빵 얘긴데요. 전에 서울대빵은 도시재생을 해야 살기 좋은 동네가 된다고 했었지요. 옛모습을 살려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뚝섬 사람들은 그 대빵을 싫어했어요. 낡은 것을 고쳐도 그게 그거다. 아예 깡그리 밀고 새로 짓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재생을 주장하던 이가 황망이 길을 떠났지요. 동네 사람들은 그 대빵을 욕했지만 나는 그 대빵 때문에 잘 지냈지요. 재생해야 한다는 대빵이 사라지면서 재건축을 해야 살기 좋은 동네가 된다는 사람이 다시 돌아왔지요. 그래서 나는 두려워요. 재건축을 하면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할까. '그래도 나는 보호수야.' 이렇게 마음을 다독거려 보아도 여전히 불안해요.

2년 전엔가 반포에서 일이 있었대요. 재건축을 해야 하는 곳에 보호수가 있었대요. 그런데 재건축 조합과 공사를 맡은 시공사가 서울시에 요구를 했대요. 
재건축에 방해가 되니까 보호수를 옮겨 달라고. 서울시에는 거절했대요. 그러자 이번엔 조합과 시공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대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나는 불안해요. 500년을 살아왔는데,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싶어요.

◆ 회화나무의 과거를 찾아서 

나는 궁금했다. 회화나무가 어떻게 지금까지 뚝섬에서 건재할 수 있었을까.
나의 추측은 당산목이었다. 성수동에는 회화나무 말고도 300년 이상 된 느티나무도 몇 그루 있다. 이런 나무에는 제사를 지낸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홍종혁 씨를 비롯한 동네 어른들의 말은 달랐다.
보호수로 지정되기 전에 회화나무는 개인 소유였다는 것이다. 물론 더 예전에 상황은 알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회화나무는 학자 나무라고 한다. 회화나무를 집안에 심어 두면 학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학자 혹은 관직에 나아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성수동 회화나무는 이런 염원을 가진 조선시대 사람이 나무를 심었고 개인이 관리했던 것일까. 
회화나무를 알만한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동네서 연세가 많은 분을 찾는 게. 덕분에 이번에 성수동 토박이 어른들은 몇 분 만났다. 그분들을 통해서 성수동의 옛 모습을 유추할 수 있었다.

원안에 두 곳은 300년 이상된 느티나무가 있는 곳. 사진에서 가장 먼 쪽에 회화나무가 있다.  ⓒ서성원 
원안에 두 곳은 300년 이상된 느티나무가 있는 곳. 사진에서 가장 먼 쪽에 회화나무가 있다.  ⓒ서성원 

◆ 기후 위기가 불러온 코로나19, 회화나무를 생각하다 

코로나19가 기후변화와 관련이 깊다고 한다. 그렇다면 탄소배출과 관련이 있는 게 나무다. 500년 된 회화나무는 탄소배출, 기후 위기를 말할 때 내세우기 좋은 대상이다. 사람들이 회화나무를 보면서 기후 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장소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지금의 회화나무는 비좁은 땅에 서 있다. 재건축을 한다고 해도 우리는 보호수와 함께 살아가야 할 상황이다.
500년 넘게 살아온 회화나무의 세월, 회화나무가 들려주는 얘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5,60년 전만 해도 회화나무에는 올빼미, 부엉이가 많이 왔었다고 한다. 그리고 둑방 너머 한강에는 은빛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김장도 한강에 나가서 했다. 물이 맑아서 그럴 수 있었단다. 이게 불과 50년 전의 얘기다.
500살 회화나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많은 얘기를 해 줄 텐데…….
안타깝게도 회화나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서성원
ⓒ서성원
◀ 회화나무 동쪽 가지 모습이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가지가 잘려졌다.  ⓒ서성원
◀ 회화나무 동쪽 가지 모습이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가지가 잘려졌다.  ⓒ서성원
원 안에 회화나무가 있다. 아파트와 빌라 사이에 있다.
원 안에 회화나무가 있다. 아파트와 빌라 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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