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동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출근하기 전 셀프주유소에서 주유하면서 주유량을 ‘가득’으로 선택했다. 체크카드로 15만 원이 선결제 되고 이후 실제로 넣은 기름 값인 6만 원이 결제됐다. 사무실에 도착해 영수증을 확인하다 선결제한 15만 원이 승인 취소가 돼 있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주유소에 확인해보니 오류가 맞다며 승인취소를 해줄 테니 카드를 다시 들고 오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만약 고속도로에서 주유했다면 카드승인을 취소하기 위해 그 고속도로를 다시 가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A씨의 제보를 받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양천구의 한 셀프 주유소에서 주유하며 직원에게 물어보자 주유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으나 체크카드의 잔액이 선 결제되는 15만 원에다가 주유된 추가 금액만큼 통장잔액이 더 남아있지 않거나 신용카드의 경우 카드의 한도잔액이 위 금액보다 적다면 오류가 날 수 있다고 알려줬다.
해당 카드사에 문의하니 “가승인-실주유승인-선승인취소가 이뤄지는 셀프주유소의 경우 카드 한도 초과·잔고 부족 시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취소승인 권한이 오롯이 주유소에 있기 때문에 카드승인 취소는 주유소에서 해결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오류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원인은 셀프주유기의 카드 결제 시스템 때문이다. 주유소에서 카드 결제를 할 때 미리 설정한 가상 거래금액(대부분 10만~15만 원)이 카드사에 선승인 요청되고 이후 실제 주유한 금액이 승인 처리된다. 이후 선승인 한 금액은 취소된다. 가득 주유를 가정해보면 ‘15만 원 선 결제 후 실제 주유한 금액 다시 결제, 최초 결제한 15만 원 취소’가 되는 셈이다.
한도 초과나 잔액 부족 상황이 아닐 때는 정상적으로 결제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체크카드나 한도 초과한 신용카드일 경우 결제 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결제 본 승인이 떨어지기 전 주유가 끝나자마자 혹은 주유 중 카드를 뺄 때에도 승인취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오류는 이중결제로 주유소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다. 혹 확인이 늦었다면 결제카드를 들고 주유소로 재방문하면 된다. 하지만, 고속도로나 멀리 지방에서 카드 오류가 났다면 해결은 복잡해진다.
셀프주유를 자주 한다는 김 모 씨는 “선 결재, 취소, 재결재 시스템은 이해할 수가 없네요. 기름 넣고 결제 없이 튈까 봐 저런 시스템이 필요한가요?”라며 셀프주유소의 결제 시스템에 대해 회의적으로 말했다.
목동의 셀프 주유소에서 만난 한 운전자는 “승용차를 주유하는 경우 가득 넣더라도 5만~7만 원 정도일 텐데, 앞으로는 가득은 절대 누르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몇 개월간 주유했던 카드결제 금액까지 잘 챙겨봐야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2015∼2019년 고속도로 셀프주유소에서 기기 고장이나 통신 에러로 인해 발생한 결제 오류는 3만6083건이고, 결제 오류로 인한 초과 결제 금액은 19억5900여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