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이 만난 사람) 부미스포츠 하백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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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업이 만난 사람) 부미스포츠 하백범 대표
  • 성동신문
  • 승인 2021.06.2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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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를 씹으며 심연을 바라보는 일, 창업! 지속하고 키워가는 이유?
“함께 하니까, 함께 하려고 한다. 온 세상이 우리 옷 입을 때까지”
부미스포츠 하백범 대표. 해온 일, 잘하는 일, 하고싶고 있고싶은 곳. 그가 창업을 한 이유다.
부미스포츠 하백범 대표. 해온 일, 잘하는 일, 하고싶고 있고싶은 곳. 그가 창업을 한 이유다.

기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그건 업(業)을 일으키는(企)일이다. 모든 기업은 스타트업의 시절이 있었고, 생물처럼 성장하고, 수성한다. 어떤 경우엔 중간에 넘어지거나(倒産) 명을 다하는(폐업)의 경우도 다반사다. 창업을 하려는 이들에겐 일론 머스크가 했다는 충고가 유령처럼 떠돈다.

“창업을 하려는가요? 정말 힘들고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유리를 씹으며, 깊은 구렁텅이를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제 친구는 말했어요. 취업을 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스트레스도 덜 하고, 여가시간도 많을 거구요. 만약 창업을 하는 것이라면 '운명처럼 연결되어 꼭 해야하는 일처럼 느껴질 때만' 하세요.

미친 듯이 일해야 합니다. 매주 80시간에서 100시간씩 일해야 합니다. 저는 아파트를 얻는 대신 작은 사무실을 얻었고, 소파에서 잠자고, 근처 YMCA에서 샤워했습니다. 컴퓨터도 한 대 뿐이어서 낮시간에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밤에 코드를 짰습니다. 주7일 매순간 말입니다.

훌륭한 사람을 구하고,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야하는 게 첫 번째 할 일입니다. 그게 회사의 존재이유죠. 그리고 그들과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위대한 제품 혹은 위대한 서비스를 세상에 제공해야 합니다. 경쟁해야 하는 시장이라면 서비스는 훨씬훨씬 더 뛰어나야 합니다. 그저 더 좋아서만은 안 되죠. 성공의 방법은 이렇게 간단합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하세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싫어하는 일을 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일 하지 않을 때도 그게 떠오를 겁니다. 여러분이 꽂힌 바로 그 일이죠.”

온 세상에 우리 옷 입히겠다는 당찬 꿈

하백범 부미스포츠 대표를 만났다. 스포츠 의류를 생산하는 업체.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외국 브랜드는 물론 프로스펙스, 코오롱 같은 국내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다. 성동구 성수동에 생산 기반을 둔 이 회사의 안녕과 생존 그리고 번영법을 묻고 싶었다.

- 회사 이름이 독특합니다. 부미(Bumi)의 뜻이 무엇입니까?

“어떤 분들은 제 이름 백범의 '범이' 아니냐고 하시는데요.(웃음) 부미는 인도네시아어로 '온 세상에'란 뜻을 담고 있어요. '붐을 일으키다'의 그 붐이기도 합니다. 온 세상에 우리 부미코리아가 만든 옷을 퍼뜨리고 입게 하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 생산 제품군을 소개해 주시죠.

“축구를 중심으로 유니폼, 트레이닝복, 일반 의류, 양말과 스타킹, 레깅스류, 조끼, 파카, 모자 등과 마스크도 포함하죠. 점차로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어요.

- 이곳 부미코리아를 추천해 주신 분이 성동구 축구회에서 활동하고 계신 박종승 성동안심상가빌딩 센터장이시죠. 축구로 서로 통하시겠습니다.

“뚝섬축구회죠. 76년도에 창단했으니 어느새 46년여 되는 유서 깊은 팀이네요. 저는 92년부터 참여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축구를 했어요. 부친께서도 축구계에 계셨고요. 중학교때까지 경남 진주서, 거제고서도 선수생활을 했고, 서울시청 실업팀으로 옮겨가면서 성수동 생활이 시작된 거죠. 잠시 대표팀에서 뛴 적도 있는데, 군에 가면서 은퇴를 했죠. 축구계에 계속 있을 방법이 뭘까? 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수익성이 제 궤도에 오르면 어린 선수들 혹은 형편이 어려운 축구인들을 더 도울 수 있겠다 그런 생각도 합니다.”

하대표는 버스 카드업계에 오래 종사했다. 자동차 매매업도 손댔다. 일본서 경매를 하고 한국에서 판매하는 일. 그런데 기업에서 일의 부침은 병가지상사. 사업이 점차 어렵고 가세도 기울어갔다. 지금은 그렇지도 않지만, 그때는 '빚지는 일'은 피하고자 했다. 수중에 남은 3천을 갖고 시작한 일이 스포츠 의류를 납품하는 일이었다. 그가 잘 아는 일, 하고 싶은 일, 있고싶은 곳이었다.

오른편엔 디자인을 위한 작업대, 중앙엔 봉제 및 생산 그리고 왼편이 전사인쇄 시스템이다. 전사인쇄는 정밀하고도 자연스러운 천인쇄가 가능하다.
오른편엔 디자인을 위한 작업대, 중앙엔 봉제 및 생산 그리고 왼편이 전사인쇄 시스템이다. 전사인쇄는 정밀하고도 자연스러운 천인쇄가 가능하다.

성동구엔 기업할 협력 생태계 잘 갖춰져 있어

“내가 잘 하는 일이 뭘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주변서도 제게 축구화를 사 달라, 팀 유니폼을 맞추려는 데 도움을 주시오 하시는 거죠. 원래 직장보다 그 일이 더 커지면서 심각하게 전업을 고민했었어요. '너 정도로 부지런하고 성실하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시는 주변 분들이 힘이 됐어요. 실패해도 거래처에 민폐 끼치지 말자고 다짐했죠. 미수 없이 5~6년 꾸준히 했더니 신뢰가 쌓였고, 그게 자산이 됐어요. '하 사장은 말만 믿고도 줄 수 있어!' 그러시죠. 고마운 일입니다.”

부미코리아는 현재 성수동 서울숲AK밸리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해있다. 아파트형 공장에서 이름을 바꾼 지식산업센터는 현재 성수동에만 약 60여 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도심 안의 현대식 공장은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직원들의 출퇴근이 용이하고, 카페 식당 등 도심내 여러 시설도 어떤 의미의 복지다. 성동구 내의 다양한 생산 기지들과의 협력도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요인.

“기업엔 여러 공정들이 다 함께 필요하죠. 저희 스포츠의류업도 그렇고요. 자재는 신당동과 동대문에 거래처가 있어요. 의류 봉제는 마장동에서 하고, 자수 등은 장안동에 맡깁니다. 동대문에 거래처가 많고요. 저희들 의류는 전사제품이 많은데 옥수동에 전문업체가 있거든요.”

외부에 여러 협력업체를 갖고 있지만, 하백범 대표는 전체 공정을 이곳 부미코리아 본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는 일에도 온힘을 쏟아왔다. 세부적인 데까지 디자인과 기술력을 적용해 제품을 향상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저곳 사정에 맞춰 일이 진행되는 경우 납기가 늦춰지는 경우에도 '자체 생산설비'를 갖고 있는 것은 큰 장점이 된다. 물론 그런 통합시스템을 갖추기에는 자본 투자가 필수적이다. 대표가 배우고 해야할 일도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 부미스포츠 홈페이지를 보니까,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일괄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하더군요. 직접 보니 놀랍습니다. 부미코리아는 메이드인코리아군요.(웃음)

“저희 회사가 사업자 등록을 한 건 2011년인데, 본격적으로 이 생산 사업에 뛰어든 건 2년밖에 안 됐거든요. 부미코리아를 런칭했는데 코로나19가 터진 거예요. 저희도 엄청 위축됐는데, 그 시간을 오류 찾고 디자인과 생산 공정을 정말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시간으로 썼어요. 시간도 많은데 한번 해보자, 그렇게 한 거죠. 옷에 퀄리티를 높이려면 디자인부터 봉제까지 매순간 신경써야 할 곳 천지거든요.”

그는 회사에 새벽 3시반이나 4시경에 출근한다. 어제를 정리해야 하고, 오늘을 다시 점검하고 내일을 계획하는 일도 그때 이루어진다. 대기업과 중견업체가 이미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틈새를 찾는 것도 그의 일. 어느 비영리단체의 대표조차 하루는 밤새 일하고, 다음 날에만 자는 생활을 오랜 동안 했다는 기억이 났다. <미생>을 그린 윤태호 만화가도 그렇게 하면서 동시에 3편의 웹툰을 연재해냈다. 하백범 대표의 일과는 밤 8시~9시 경에야 퇴근으로 마무리된다.

- 만화 <미생>에 보면 그런 대사가 나옵니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창업이 그렇게나 어렵고, 생존과 번영을 위한 경쟁은 얼마나 치열하지 알려주는 대목이죠.

“그렇게 하는 게 일상이 돼 이제는 힘든 것도 몰라요. 아직도 여전히 어려운 건 사람이죠. 저는 전 공정을 조금씩이라도 알 수 있게 여전히 공부하고 있어요. 다꾸라고 옷에 고무줄을 넣는 일, 삼봉친다고 옷감을 접어 마무리하는 일까지 같이 해보려고 해요. 그걸 알아야 전체 공정의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서들간의 '신경전' 같은 것에도 대응을 할 수 있거든요. 그 모든 합이 잘 맞춰질 수 있게 하는 게 대표인 제가 할 일인 거고요.”

디자인과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는 정종기 차장과 함께 하백범 대표(왼쪽).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워 성장한 그들과 더 오래 함께 하고픈 꿈을 꾼다.
디자인과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는 정종기 차장과 함께 하백범 대표(왼쪽).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워 성장한 그들과 더 오래 함께 하고픈 꿈을 꾼다.

- 책 읽을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겠습니다. 어떻게 공부하세요?

“최고경영자 과정에 가거나 학원을 찾지는 않고요. 인터넷으로 강의들을 찾아봐요. 김미경티브이나 김창옥 교수 것을 자주 보고요, 정재찬 교수님 채널도 애독자입니다. 논리와 해학이 있어요. 마인드 콘트롤을 하는 데 도움이 되죠.”

집에 돌아와 그 채널들을 찾아봤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지배하는 두 개의 키워드, 상위 0.1%의 모닝루틴법, 휴대폰 보는 그 시간 말고! 지금 당신에겐 생각하는 시간이 있나요? -김미경.
자존심은 강한데 자존감은 낮은 사람, 당신도 결국 알게될 겁니다, 무한도전 하세요 -김창옥,

나이가 들면 사랑 대신 이것을 해야 합니다, 매일 삼시 세끼 먹고 살자고 쳇바퀴 돌리는 하루하루... 당신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인가, 별을 떠올리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 문과&공과 감성으로 해석하는 별의 의미 -정재찬.

사업엔 사업 이외의 요소들도 필수적인 부분이다.

- 전에 성수동서 수제화업에 종사하는 분들과의 인터뷰집을 본 적이 있어요. 어떤 때 가장 기쁘냐는 질문이었는데, 대답들이 인상적이었죠. 자신이 만든 구두를 신으신 분을 보면 물어보고 싶고, 계속 그걸 보게 된다고 하더군요. 기쁜 거죠. 더 인상적인 건, 통장에 돈이 들어와 있을 때라고 하시는 대답에 빵 터졌는데, 그 말이 맞는구나 싶긴 하죠. 하백범 대표께선 왜 사업을 하십니까? 왜 사업을 계속 키워갑니까?

“저희가 전사유니폼(잉크를 고열과 압력을 통해 천에 입히는 방식)이 주력이에요. 좋은 소재를 찾아 첨단의 방법으로 인쇄합니다. 계속 팀장급 직원도 늘리고, 더 섬세하고 대담한 작업도 우리가 직접 하고 싶어요. 사업을 키워가면 사람이 함께 커 갑니다. 회사를 키워가면서, 그걸 맡은 직원들도 함께 커가면 분리하면서, 우리가 주도하고 관리하는 그런 시스템을 갖고 싶은 거죠. 빠르지 않게 하지만 확실하게.”

높은 포부는 그 자체로 능력의 표식이다. 더 좋은 제품, 더 좋은 사람들 그리고 그로부터 얻어지는 '붐업'이 하대표의 꿈이었다. 거기 그들의 밥도 삶도 들어있었다.

부미스포츠 : http://www.bumikorea.co.kr / 전화 : 02)444-3018
wnth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99(서울숲AK밸리 지식산업센터) 608

<원동업 성수동쓰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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