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쌓아올린 마을활동을 1년 임기 동안 무너뜨리려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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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쌓아올린 마을활동을 1년 임기 동안 무너뜨리려 하십니까?”
  • 원동업 기자
  • 승인 2021.10.26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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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년도 시민참여 노동 청년 예산 전액 혹은 대부분 삭감
[원동업이 만난사람] 서울의 마을 자치 활동가들

정확하게 10년전인 2011년 10월 26일, 서울은 새 시장을 맞이했다. '시민이 시장이다'를 내걸었던 시민활동가 박원순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한 후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후 '강력한 마을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로부터 2014년과 2018년 연속으로 당선, 3선 시장이 되면서 오늘의 서울은 '마을'과 '주민'이라는 두 주체가 그 영역과 역할을 넓혀왔다.
  그로부터 10년! 2021년 10월말의 오늘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귀환해 있다. 그의 서울은 바꿔진 지형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방향을 잡을까? 2022년 서울시 예산엔 그의 구상이 나와 있고, 이 조처는 서울의 마을 주민 자치 영역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시민들은 연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예산안을 성토하고 있고, 서울시 의회는 이에 대한 심사를 앞두고 '결전'을 벼르고 있다. 어떤 내용이기에? 그 전에 우린 지난 10년의 서울시 마을과 주민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마을 활동가 세 사람을 만난 건 그 때문이다. 김만순(마을넷 동네 공동대표), 이혜숙(동대문구 음악공방 대표, 전 마을예술창작소 운영위원장), 최승현(알버트, 미니프린트 대표, 현 마을예술창작소 운영위원장) 님을 만나 입장을 들었다. 서울시와 더불어 각 구의 지원으로 공간을 열어 예술활동을 해오거나(이혜숙, 최승현), 주민자치와 마을영역의 지원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해온 이들이다. [서울시 입장은 이후 추가 취재 및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다]

주민이요, 시민이다. 왼쪽 위부터 고경진, 고보경, 윤희경, 주순란, 김만순, 임창민, 구인선, 감금화, 이정아.
주민이요, 시민이다. 왼쪽 위부터 고경진, 고보경, 윤희경, 주순란, 김만순, 임창민, 구인선, 감금화, 이정아.

◆시민단체 민간위탁 막고, 주민자치 예산 대폭 축소한 서울시

- 일단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부터 해주시라.

이혜숙 :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를 서울시에서 변경했다. 그동안 담당 국장급 3인, 시민영역 12인 등 총 15인이 이 영역에 대한 위원회를 두어왔는데, 최근 '시민사회는 위탁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안'이 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각 지원센터 등 중간조직을 위탁받아 운영해온 시민단체를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이젠 서울마을종합지원센터(서마종)을 조계종 같은 데에 위탁을 주겠다는 것이지. 처음에는 비영리단체도 일체의 위탁을 맡을 수 없다고 안이 나와서 사생결단 싸웠고, 겨우 '고려해보겠다'는 안으로 정리됐다고 한다.

김만순 : 지역의 여러 주민 자치 영역엔 지원조직이 있다. 공동체 전반에 대해 서울마을종합지원센터가 있고, 각 구에도 구별 센터가 있다. 성동구는 일반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마을'과 주민센터와 결합된 주민자치회 등에 대한 '자치'영역도 성동구마을자치센터를 통해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서울시는 내년도 우리 예산을 10분 1로 축소했다. 자치센터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아 유지만 하고 있겠다는 뜻이다. 사무실에 불 켜고 끄는 사람만 두란 이야기인지….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떤 말들을 했었을까? 지난 9월 13일 오시장은 <서울시 바로 세우기> -비정상의 정상화- 관련 기자회견을 했고, 여기서 그는 그간 10년의 시민영역 활동에 대해 '평가'를 내렸고, 현재의 서울시 예산은 그 발언에 대한 그의 대응이자 실천인 셈.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그 내용 그대로 인용한다.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 또는 민간위탁금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또는 자치구를 통해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에 지원해 왔습니다. 마을,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주민자치, 협치는 말할 것도 없고 주거, 청년, 노동, 도시농업, 환경, 에너지, 남북교류 등 …(중략)… 무려 1조원 가까이 됩니다. …(중략)…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고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보조금 지급과 민간위탁이 오히려 공무원들이 직접 일을 할 때보다 책임성과 공공성을 저하시키고, 특정 시민단체에 편중된 지원으로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훼손해온 것은 아닐까요? …(중략)…

기관에 위탁된 공공시설들과 거기에서 이뤄지는 업무들이 시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외면받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현장도 보았습니다. …(중략)…시민사회 분야 민간위탁 사업은 일부 시민단체들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중개소'를 만들어냈습니다. 특정 시민단체가 중간지원조직이 되어 다른 시민단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온 것입니다. …(중략)…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시민단체 지원이 소위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운영되었다는 것입니다. …(중략)…

이것도 모자라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창구를 각 자치구에도 설치하고 그것조차 또 다른 시민단체에 위탁해 운영토록 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닐까요? …(중략)… 마을공동체 사업은 인건비 비중이 절반이 넘습니다. 자치구별로 설치된 주민자치사업단 단장의 인건비는 연간 5천만 원이 넘습니다. …(중략)… 시민의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의 곳간은 결국 이렇게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해갔습니다. …(중략)… 서울시가 직접 공공기관을 통해 운영했더라면 충분히 아낄 수 있는 시민 혈세였습니다. …(중략)… 시민 혈세를 내 주머니 쌈짓돈처럼 생각하고, '시민'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사익을 쫓는 행태를 청산할 것입니다. …(중략)… 민간보조나 위탁사업을 해오던 단체들이 그동안 당연하다는 듯이 누려온 특혜가 사라지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껴 집단 저항을 한다면, 이는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닙니다. …(중략)… 앞으로 단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시장의 견해는 간단하다. 1) 공무원이 했다면 충분히 아낄 수 있는 국민혈세를 2)그들만의 리그인 시민단체가 주머니 쌈짓돈처럼 운용함으로써 3)사익과 특혜-월급 및 활동비 등 인건비로 쓰인 부분을 포함-를 챙겼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또는 진실인가?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일까?

공정도시 내세운 서울특별시장 오세훈. 서울시 홈페이지 캡쳐
공정도시 내세운 서울특별시장 오세훈. 서울시 홈페이지 캡쳐

◆주민 자치 마을 영역을 공공서 맡아야 한다는 오시장의 모순
 
- 오시장은 특혜와 사익이 시민단체들에게 갔다고 한다. 이에 대한 견해는?

이혜숙 : 우리들이 국민혈세를 ATM기처럼 썼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지 않나? 우리 영혼을 갈아 넣어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데….
시정이 우리를 때때로 데려다 쓰고 자신들 성과처럼 얘기했지. 우린 음악공방이다. 아이들이나 지역주민들과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같은 것을 무료로 가르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절로 합창단도 만들어지고, <노래를 못하는 합창단>도 만들고. 악기 배운 사람들이 오케스트라도 만들어서, 축제도 했다. 천만 원쯤 지원받아서 일년에 두 번쯤 축제도 치루고, 오케스트라 같은 것도 운영할 때, 그걸 누가 메워왔겠나? 임대료 우리가 내고, 그 안의 인건비도 우리가 해결한다. 공공이 하지 못하는 영역을 우리같은 사람들, 공동체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이뤄온 거다. 우리가 언제 돈 받고 일했나? 10년의 노력으로 이제 겨우 공간도 남기고, 뿌리를 내려서 이제 막 싹을 틔우려 하는데, 그 성과와 역사들을 모두 부정한 거다.

김만순 : 우리의 경우 마을지원센터를 하다가 지난해 '자치'까지 받아 통합운영하라 해서 받았다. 일명 마자센터다. 성동구선 17개 동에 모두 주민자치회가 구성돼 있는데, 이 자치회를 지원한다. 협치는 성동구 내의 각 지역단체들과 연계해 거버넌스를 구성해 왔고. 활동가들이 연대하는 모임 및 활동도 함께 한다. 이슈에 대한 토론도 진행하고, 축제도 꾸린다. 서울시에서 지원해 주는 예산과 구에서의 매칭을 통해 지역의 주민들이 공동체 활동을 진행하고, 그 사업비와 임대료가 지원이 되는데, 인건비는 활동가에 대해 최소로 지원된다. 나는 이 센터를 수탁한 마을넷 동네의 공동대표이고, 대표에 활동비나 월급이 주어지는 시스템은 아니다.
최승현 : 현재 서울시 안에는 약 120여개 정도의 마을예술창작소들이 있다. 나처럼 현직 예술가들이 자기 공간을 열거나, 예술문화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열어놓은 창작소 등 공방에 약간의 사업비 지원이 있었다. 나같은 경우도 일러스트 작업을 해 생활비와 임대료를 벌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 등에서 재료와 강사비를 지원받아 유지해 왔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엄마들과 아빠들, 직장을 마치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우리 공간을 자기 공간처럼 썼었는데, 그런 지원조차 되지 않는다면 실상 많은 공간들에서 주민들과 함께 할 여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마을의 주민들이요, 서울의 시민들이다. 오시장은 “직접 (시가) 공공기관을 운영해왔다면 아낄 수 있는 국민혈세”라고 말했다. 그는 그 영역에 “단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이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참고로 김대중 대통령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오세훈 시장이 메스를 가하는 부분은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영역'이다. 이 부분들은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민주주의'라고 불렀던 부분이다. 이는 국가나 시정으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다.

주민이요, 시민이다. 왼쪽 위부터 고경진, 고보경, 윤희경, 주순란, 김만순, 임창민, 구인선, 감금화, 이정아.
주민이요, 시민이다. 왼쪽 위부터 고경진, 고보경, 윤희경, 주순란, 김만순, 임창민, 구인선, 감금화, 이정아.

- 이 사안을 어떻게보고 풀어야 하는가?

이혜숙 : 오세훈 시장은 서울에 400여개의 문화놀이터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서울에 동이 425개니까, 동마다 만들겠다는 거지. 그런 역할을 이미 마을예술창작소에서 진행해 온 것 아닌가? 10년 동안 창작소는 서울시 문화정책과와 시행착오를 겪고 차근차근 성장해 온 모델이다. 협치와 자치 마을 영역도 그렇다. 그런 걸 통째로 다 들어내겠다고 하는 건 오시장이 어떤 정치적 생각이 배경에 깔렸다고 밖엔 볼 수 없다. 오시장 좋아하는 게 '디자인' '랜드마크' 그리고 지금은 '뷰티'라고 하는데, 그런 쪽으로 모든 예산을 몰려고 하는 거겠지. 우리는 '자기 사람'으로 안 보는 거니까.

김만순 : 구의원, 시의원들 만나고 있고, 구청장님께도 면담신청을 했다. 내년 예산안을 서울시 의회서 심의하기 전에 우리 견해를 충분히 전달하려 거의 매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고 있다. 구청장 의지에 따라서 각 구의 내용이 달랐지만, 마을과 자치활동이 그동안 서울시 예산에 많이 의존해 온 것이 사실이다. 최선을 다해서 이 사태를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 마을과 자치의 주인은 시민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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