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의회, 각 당 ‘내홍’이 빚은 늑장 행보
상태바
양천구의회, 각 당 ‘내홍’이 빚은 늑장 행보
  • 강서양천신문사 권해솜 기자
  • 승인 2022.07.20 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민은 나 몰라라, 원구성 두고 당내 갈등만 가중

‘막장의회’·‘꼴찌의회’ 오명에도 의원들은 ‘천하태평’

 

지난 14일, 제29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양천구의회는 각 당내 합의점을 찾지 못해 22일로 미뤄졌다.
지난 14일, 제29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양천구의회는 각 당내 합의점을 찾지 못해 22일로 미뤄졌다.

 

양천구의회가 당내 불협화음으로 각 당의 의장 후보조차 내지 못하면서 원 구성의 첫 단추도 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의장 후보에 거론되는 이는 재·삼선 의원 5명. 이들은 의장으로 자신이 가장 적역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늦어지는 원 구성에는 여야 모두 뒷짐만 질 뿐 타개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의회는 제29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의장 선출 등의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했으나 개회가 불발돼 22일로 연기했다. 7월5일 첫 본회의 파행 이후 9일 만이었지만 또 한 번 미뤄졌고, 의원 다수가 2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팽팽한 눈치싸움 동상이몽 ‘국민의힘’

국민의힘 의원 중 의장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의원은 총 3명으로 갑 지역구의 이재식 의원과 을 지역구의 임옥연, 정택진 의원이다. 선수 우선의 관행이 따라 다선인 두 의원의 대결로 예상했으나, 정 의원이 반기를 들고 의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본인은 재선 의원이지만 을 지역구에서 연속성을 가진 의원이며, 의장은 지금까지 고생한 사람이 돼야 하기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같은 지역구 다선 의원으로 강력한 의장 후보로 거론돼 온 임옥연 의원에 대해 “지난 5대, 6대 의원 시절 당시 갑 지역구 의원이었고, 이번 지방선거에 을 지역구로 옮겨 당선된 의원”이라면서 “왜 ‘낙하산 공천’을 받은 의원이 의장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속내를 밝혔다. 

정 의원은 지역 배분을 언급하며 “이번엔 을 지역에서 의장이 선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2년 후 총선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나오려면 의장의 힘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적임자라고 했다. 

제2차 본회의가 파행되기 전인 14일 오전 9시 반부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열었다. 당내 후보자 간 갈등이 깊어지자, 공기환 의원이 의장 후보자의 ‘정견 발표’를 들어보자고 제안한 자리였다. 그러나 임옥연 의원은 “정견 발표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의총에 불참했다.

임 의원은 “얼마 전 의원 9명이 모였는데 정견 발표를 하라고 해서 뭔 소리냐며 준비가 안 됐다”라고 말하고 자리를 회피했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아니고 의장 선출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처음이고 초·재선 의원 앞에서 정견 발표를 하라기에 이건 아닌 것 같아 할 수 없었다”며 불쾌해 했다. 

임 의원은 또 “스스로 의장으로 나서겠다고 한 적은 없다”면서 “을 지역구 의원이 (저를) 추대했으나, 정택진 의원이 이를 못 받아들여 의장 후보로 나왔기에 당내 조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을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왔고,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견 발표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최초에 이를 제시한 공기환 의원은 “의장에 나서는 후보가 세 명이나 되니 ‘이들이 왜 의장이 되고 싶은지’ 얘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공 의원은 “과거 4선 의원도 동료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한 표를 호소했다”면서 “동료 의원을 설득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 의장이 되는 사람은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내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원들은 투표로 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방법까지 생각하고 있다.

 

선수·지역 몫 따지는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도 상황은 복잡하다. 갑 지역인 3선 임정옥 의원이 무난하게 의장 후보로 추대될 것이라 예상했으나, 재선의 윤인숙 의원이 ‘을 지역 차례’를 강조하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윤 의원은 의회가 ‘다선’ 위주는 아니라는 태도다. 8대 전반기에 을 지역 신상균 의원(당시 3선), 후반기에 갑의 서병완 의원(당시 재선)이 의장을 했으니, 이번은 을 지역구에서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선수 위주의 규정이 있으면 모를까 의장은 그런 것이 없고 양보할 생각도 없다”면서, 당내 투표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대표인 유영주 의원은 의장 선출에 있어 기본 원칙을 고수했다. 유 의원은 “선수를 인정하는 것은 관례이고, 이는 모든 의원에게 이야기한 것”이라면서 “의장은 양천구의회 모든 의원을 대표하는 자리이기에 선수는 물론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고, 당내에서 인정받고, 당성이 확실한 의원이 최소 자격”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의원의 권한은 구민에게 위임받은 자리”라면서 “몫을 따지기보다 구민의 복리 증진에 기여하고, 박수받으면서 의장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원구성 늦어도 그러려니…각성 없어

양천구의회가 당내에서 각자 이권과 이견 조율을 못해 파행을 겪고 있는 사이, 15일 기준 서울시 25개 구 중 23개 구의회가 의장 선출과 함께 원 구성을 마쳤다. 의장 선출과 관련해 파행을 겪고 있는 구의회는 단 두 곳으로 그중 한 곳이 양천구다. 국민의힘이 강세인 서초구는 9대 양천구의회가 열리기도 전인 7월4일에 일찌감치 의장 선출을 마치고 업무에 들어갔다. 

다른 구에서 의장 선출과 원 구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던 7월11일부터 13일까지 양천구의회 의원 13명은 한국산업기술원 주최하는 ‘의정활동 역량 강화를 위한 실무교육’을 위해 부산 연수를 다녀왔다. 3일 동안 9개 구가 의장·부의장을 선출했다. 

양천구의회는 거의 매번 원 구성 때마다 ‘내홍’과 ‘파행’, ‘기약 없는 공전’이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로 ‘날로 먹는 의회’로 낙인찍혔다. 한 달은 기본이고, 이번 9대 의회도 정례회가 있는 9월 전후를 데드라인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오래 묵은 게으름에는 약도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구민들께 혼나야 하는 일이고 잘못된 것”이라며 “구민을 위해 일하기 위해 나왔으니, 자리 욕심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빠른 원 구성을 위해 의원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