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드①] ‘랭보’ 정욱진, “’14 쓰릴 미’ 이후 이렇게 떨렸던 첫공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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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드①] ‘랭보’ 정욱진, “’14 쓰릴 미’ 이후 이렇게 떨렸던 첫공은 처음”
  • 김희선 객원기자
  • 승인 2022.11.30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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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분들이 생각하는 각자만의 ‘랭보’가 있을 텐데 내가 지금 맞게 하고 있나? 그런 생각에 많이 떨렸죠.”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랭보’에는 새 얼굴이 많다. 초·재연 모두 함께 한 랭보 역의 윤소호, 베를렌느 역의 김종구, 정상윤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뉴 캐스트로 채워졌다. 초·재연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7명의 배우들 중에서도 극의 타이틀이자 주인공인 ‘랭보’ 역을 맡아 호평 받고 있는 배우 정욱진(33)을 지난 23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뮤지컬 ‘랭보’가 3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랭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랭보는 잘 알고 계시다시피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에요. 작품에 나오는 대부분의 가사와 대사들이 실제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한 편의 시와 같은 작품이고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같기도 해요. 시는 그 시대의 노래였으니까요. 이전에 초연과 재연이 올라왔을 때 공연은 못 봤는데, (정)동화 형이 ‘초록’ 넘버를 부르는 영상은 봤어요. 넘버가 정말 좋더라고요.

Q. ‘랭보’는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극이다 보니, 새로 랭보 역할에 도전하는 감상도 남달랐을 것 같아요.

첫 공연 전날 되게 떨리던데요(웃음). 아마 2014년 ‘쓰릴 미’ 때 이후로 첫 공연 전날에 이렇게 떨렸던 건 ‘랭보’가 처음인 것 같아요.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이고, 이전에 이 역할을 해왔던 분들도 많고, 무엇보다 관객 분들이 생각하는 각자만의 ‘랭보’가 있을 텐데 내가 지금 맞게 하고 있나? 그런 생각 때문에 많이 떨렸던 것 같아요. 90%는 확신과 10%의 의심? 사실 90%도 굉장히 높은 거지만요(웃음). 첫 공연 끝나고요? 마음이 많이 편해졌죠. 늘 느끼는 거지만, 앞에서 바라봐주고 계시는 관객 분들의 그 에너지를 마주하는 순간이 큰 힘이 돼요.

Q. 네버 더 시너의 롭이나, 더 데빌의 존 파우스트 같이 악한 모습이 드러나는 역할도 연기했지만 ‘정욱진’하면 어쩐지 선하고 순수한 ‘바른 청년’의 이미지가 있어요(정욱진은 이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밝고 순수한 역할도 많이 했죠. 그렇기 때문에 선악으로 판별하기 어려운 랭보라는 역할을 연기하는 즐거움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랭보’를 연습할 때,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는 했어요. 주어진 에너지 값이 명확한 작품들과 달리, 인물을 만들어 나가면서 신경 쓰는 과정이 조금 힘들었거든요. ‘이렇게 어려운 작품을 하지 말고, 워라밸을 지켜야 하는데’ 생각하면서도(웃음), 막상 공연 올리고 나면 이런 힘든 과정들까지 즐겁고 재미있게 느껴지죠.

원래 일상생활에서는 화를 내거나 예민하게 굴고, 욕하고 이런 것들을 가급적 안 하는 게 모두에게 좋은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연기를 하면서 무대 위에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업 만족도가 충족되는 것 같아요(웃음). 우울하고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날에도, 그런 감정과 상태를 연기로 승화시켜서 무대를 잘 마치고 나면 우울감도 싹 사라지고요. 그런 날이 관객 분들의 평도 좋더라고요.

Q. 요즘 무대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잖아요. 끊임없이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고 있는 모습인데, 연기자로서의 정욱진을 스스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어느 순간부터 트리플, 쿼드러플, 그런 것들이 보편화됐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공연만 하면 좀 심심하더라고요. 극을 하나만 한다고 하면, 평일 하루, 주말 하루 공연하고 5일을 쉬어야 하니까요. 이 남는 시간 동안 뭘 할까, ‘나도 투잡을 해야 하나?’ 이런 고민 끝에 생각한 게 매체였어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배우라는 직업에 피해가 없는 ‘투잡’이니까요. 뮤지컬과 연극을 병행하면 목이 아플 수 있지만, 촬영은 그런 일이 없더라고요. 게다가 필모도 쌓을 수 있고, 배우로서 능력치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었죠.

공연과 매체 연기는 서로 다른 부분이 굉장히 많아서 장단점이 상쇄되는 것도 있어요. 무대예술은 배우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소품이나 무대장치가 진짜가 아닌 경우가 많잖아요. 무대에서 움직이면 런던이 되고, 파리가 되고. 하지만 촬영에서는 다 진짜죠. 바다 장면에서는 실제로 바다에 가고, 산 장면이면 산에 가고. 그런 부분들이 좋더라고요. 또, 지방 촬영 같은 게 있으면 다녀오면서 그 지역 막걸리도 사올 수 있고(웃음). 공연도, 촬영도 즐거워서 공연장 가면 촬영하며 돌아다니는 게 그립고, 촬영하다 보면 무대에 서서 공연하는 게 그립고 그래요. 서로 좋은 의미로 자극이 돼요.

Q. 그럼 지금까지 많은 역할을 연기해왔는데, ‘정욱진’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어떤 역을 연기하든, 제 안에 있는 걸 꺼내 쓴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제가 해왔던 모든 배역들은 아마 다 저와 닮았을 거예요. 그래도 가장 즐겁게 했던 극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어요. 저, 20살 때까지 개그맨이 꿈이었거든요. 사람들을 웃기고, 감정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데 ‘어쩌면 해피엔딩’은 시작부터 1시간 정도는 코메디로 풀다가 뒷부분에서는 감정적인 씬이 많아서 저와 참 잘 맞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건 ‘원스’? 원캐인데 무대에서 퇴장이 없어서, 직장인의 애환을 느꼈죠(웃음).

[캐스팅보드②] 정욱진이 들려주는 뮤지컬 ‘랭보’에 관한 사소한 이야기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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