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웹툰 원작 매력 살린 새로운 이머시브 뮤지컬 ‘룰렛’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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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웹툰 원작 매력 살린 새로운 이머시브 뮤지컬 ‘룰렛’의 등장
  • 김수현 기자·김희선 객원기자
  • 승인 2022.12.01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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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쇼를 진행 중인 '프라이드' 역의 한규정  ㅣ 제공 스포트라이트
로비쇼를 진행 중인 '프라이드' 역의 한규정  ㅣ 제공 스포트라이트

“여러분, 다 포우의 초대장을 받고 오신 거, 맞으신가요?”

수상한 초대장을 받아 든 순간부터 게임은 시작된다. 관객에게 주어진 칩은 모두 3개. 초대장을 살펴본 프라이드(한규정 분)가 포우와 그의 초대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뮤지컬 ‘룰렛’을 보러 온 관객들은 칩을 든 게임의 참가자가 된다.

웹툰작가 오민혁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머시브 뮤지컬 ‘룰렛’이 지난달24일부터 26일까지 총 3일간 서울 중구 CKL 스테이지에서 오픈 워크숍을 진행했다. 공연 관계자를 대상으로 24일 먼저 선을 보인 뒤,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일반 관객들에게 시연됐다. 구성은 공연 전 로비쇼(30분)와 본 공연(60분)으로 진행됐다.

’룰렛’은 거리의 부랑자로 살아가던 도일(이무현 분) 앞에 자신을 쌍둥이라고 소개한 포우(서동진 분)가 나타나 운명을 건 게임을 제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줄거리는 원작 웹툰과 비슷하지만 이머시브 형태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앞뒤 이야기를 담아내 한층 풍성해졌다.

 '포우' 역의 서동진 ㅣ 제공 스포트라이트
 '포우' 역의 서동진 ㅣ 제공 스포트라이트

관객은 입장 전 포우가 보낸 파티 초대장과 진행에 쓰일 카지노 칩을 전달받아 참가자로 함께 극을 즐기게 된다.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미니게임을 즐기는 동안 도일의 등장으로 벌어지는 해프닝에 휘말리기도 하고, 포우의 정중한 초대에 응해 저택(공연장) 안으로 입장하는 등 소소한 즐거움이 많다. 간단한 가위바위보부터 룰렛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관객들이 가진 칩의 개수도 줄어드는데, 이번 이머시브 공연에서는 칩의 개수를 ‘한정된 좌석’과 연결 지어 또 다른 재미를 낳았다.

저택에 입장하면 본격적인 도일과 포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포우는 파티의 주인공이 도일이라고 선언한 뒤 운명을 건 게임에서 도일이 자신을 이기면 모든 재산을 그에게 주고, 반대로 도일이 진다면 목숨을 가져가겠다고 말한다. 관객들은 이 순간부터 도박의 증인이 되어 극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며, 때로는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겜블러가 되고 때로는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펼치는 배우가 되는 경험을 맛보기도 한다.

공연 중인 배우들 (왼쪽부터 진소연, 서동진, 이무현) ㅣ 제공 스포트라이트
공연 중인 배우들 (왼쪽부터 진소연, 서동진, 이무현) ㅣ 제공 스포트라이트

이머시브극의 장점을 극대화한 만큼, 김가람 연출과 이한밀 음악감독이 관객 참여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짧은 공연 시간이지만 관객들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극 전체의 분위기를 잡아낸 훌륭한 넘버들과 매력적인 연출 덕분에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몰입도도 좋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오픈 워크숍이라는 특성상 완성된 극을 확인할 수 없기에 결말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체 줄거리를 풀어내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도일을 맡은 이무현과 포우를 연기한 서동진이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여기에 두 남자 사이에서 사랑과 증오, 복수의 화신을 연기한 아가사 역의 진소연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극을 이끌어가는 프라이드(한규정) 엔비(이민규) 그리드(김아영) 러스트(장두환)의 매끄러운 진행이 인상적이었다.

결론적으로, ‘룰렛’은 본 공연을 보고 싶어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픈 워크숍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공연이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됐던 이머시브 공연계가 ‘금란방’, ‘그랜드 익스페디션’ 등을 시작으로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룰렛’이 완성돼 상연된다면 ‘새로움’에 목말라 있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겼다. 물론 추리극이라는 공연의 특성상 오픈 워크숍에서 보여준 것 이상의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다채로운 재미, 그리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안정적인 진행이 필요해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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