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퇴임 후 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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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퇴임 후 여가
  • 김정민 기자
  • 승인 2023.01.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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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철
(사)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광화문사랑방시낭송회 회장, 서울교원문학회 자문위원(사)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월간 문학세계 편집주간시집 : 고향생각 한 잎, 꼭 끼는 삶의 껍질, 나를 앉힐 공간 하나, 지워지지 않는 흠집 외

여가는 일을 하다가 잠시 쉴 수 있는 짬을 말한다. 시간이란 있고 없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두 문인은 같은 시기에 같은 장르인 시로 등단하여 10년 동안 한 사람은 시집을 5권이나 발간하였는데 다른 한 사람은 단 한권도 발간하지 못했다.

똑 같이 바쁜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시집을 내지 못한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먹고 살다보니 시를 쓸 시간이 없어 책을 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시집 5권을 낸 사람은 일을 하다가 시상이 떠오르면 수첩에 짧게 메모하였다가 식사시간이나 쉬는 시간 아니면 잠자기 전에 시간을 만들어 작품을 다듬었다고 하면서 시간은 바쁜 틈에 끼어 있어 찾아내지 않고는 발견할 수도 없고 해야 할 일도 미루다 보면 잊어버리고 만다고 했다.

결국 뜻을 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열정이 있는 사람은 관심을 갖고 꾸준한 노력을 하지만 뜻도 없고 목표도 없는 사람은 등단을 위하여 습작을 하던 모든 노력을 시간을 핑계로 명함에나 장식하는 결과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무슨 일을 하던 의지가 분명해야한다. 그리고 주변의 많은 장애요소를 이겨내야 하고 견뎌내야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다.

시간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존재감을 갖고 산다고 했다. 직장일이나 집안 일, 그리고 공적인 일을 위한 시간은 말고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만큼은 알차게 쓰고 낭비하지 말자는 것이다. 특히 직장을 퇴임하고 나서 밥만 먹으면 기계적으로 나가던 직장을 나이제한에 걸려 누구한테 이의를 제기하지도 못하고 아직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데 집에서 쉬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일을 하지 않게 되면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 것인가?. 그렇다고 재취업이나 꼭 창업만이 길이 아니다. 흔히는 산으로 등산을, 아니면 강으로 낚시를 다닌다고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막막하다. 더러는 오피스텔을 몇 명이 어울려 임대하여 오전에 함께 하다가 오후가 되면 집에 들어가든가 따로 약속을 잡아 흩어진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자리를 구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지만 우선 절박한 것은 무엇으로 소일을 할 것인가가 문제다. 집에만 있기 싫으면 퇴임 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동호인 모임이면 좋겠으나 그럴 시간은 없고 밥을 같이 먹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마음에 맞는 대여섯 명이 한 달에 한번이나 일정기간을 정해서 만나는 것이다. 만나서 식사를 하고 술 한 잔이나 차 한 잔을 하면서 서로 지내는 이야기로 소통을 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평생교육 차원에서 설립되어 구청이나 관공서에서 관할하는 프로그램강의가 지역별로 잘 운영되고 있다. 선입견으로 배운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거부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위기에서 친구도 사귀고 어울려 지내면서 즐기는 곳이다. 꼭 돈을 벌기 위해서만 나가는 건 아니다. 현직 때의 직장에서의 직위를 모두 내려놓고 편안한 인생을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다.

강의를 듣고 그 부문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하다보면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정보 따위를 나누면서 즐기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동호인 모임이 따로 있는 겻이 아니다. 프로그램 강의를 계기로 만나고 서로 의사소통이 되면서 자주 접촉을 하다보면 친구가 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게 된다.

무엇이든 몰두해서 책을 보든가 글을 쓰든가 하면 두뇌운동이 되고 정신 건강리듬이 유지되면서 치매예방에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강의를 듣기 위해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동안 육체적인 운동에도 만만치 않은 효과를 얻는다. 어쨌든 집에만 있으면 운동이 모자라 근육이 빠질 뿐만 아니라 우울하고 존재감을 잃어 삶의 의욕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그냥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무슨 일이나 처음에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끝마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지만 시작해 놓고 습관이 될 때까지 며칠만 잘 버티면 자연스럽게 적응을 해나가면서 흥미를 얻게 된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말 중에 못한다고 겁을 내고 망설이고 있으면 핀잔을 주듯 내뱉는 말이다.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일단은 해보고 나서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너무 엄벙덤벙 나서는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소극적이어서 주저주저하는 것도 답답해서 속이 터질 노릇이다.

살면서 자신이 잘하는 게 무엇이고 못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별다르게 해본 것도 없고 크게 잘못된 것도 없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새로 시작하는 것도 없고 남이 하는 것처럼 따라 하면 무난했기 때문이다.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가능성이 있거나 쉬운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더러는 모험심도 있고 궁금증도 생겨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했다가 곤란을 겪었지만 그 분야에 권위자가 되어 업적을 세우는 사람도 있었다.

퇴임을 한 뒤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꼭 잘될 것만 선택하는 것은 공식이 아니다. 가려져 있었던 자신의 소질이나 능력을 새로 찾을 수도 있고 뜻하지 않게 진흙탕 속에서 발견한 보석이 될 수도 있다.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잘되기도 한다. 왜 있지 않은가, 친구 따라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친구는 안 되고 엉뚱하게도 기회를 얻어 인생 진로가 바뀌고 크게 성공하였다는 일담을 기억해 볼일이다.

몸이 성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몸이 성할 때 의욕을 가져보는 것이다. 한번 태어나 후회 없이 살다가 가는 것이 인생이다. 오늘은 아디를 가야할까, 또 무엇을 해야 할까, 아침만 오면 고민하는 것도 고역이다. 이제는 훌훌 털고 나서야한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서 함께 하는 배우자를 등한시 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집에서 해야 할 일이나 함께 누려야할 시간은 충분히 가져야 한다. 외출 시에도 그에 상당하는 여가를 선용할 수 있도록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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