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호'의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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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호'의 출항
  • 광진투데이
  • 승인 2017.07.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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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수/건국대 융합인재학부
한정수/건국대 융합인재학부

최근 우리 정치의 화두 중 하나는 내각의 조각을 위한 장차관 인선과 청문회이다. 옛날로 치면 재상을 정하는 일이기에 무엇보다도 탕평(蕩平)과 택현(擇賢)의 이치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현명한 인재의 등용을 뜻하는 인사(人事)가 이루어지면 만사가 잘 해결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천하현재의 발굴과 그 등용을 기원하고 있다. 나라와 백성이 모두 잘 살 수 있다면야 누군들 반대하겠는가? 그렇지만 후보자가 현지자(賢智者)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장관 등은 공무원시험이나 수상실적, 정견발표 등으로 뽑지 않는다. 그렇지만 일정한 주관적 지표는 있다. 그 중 가장 엄격한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도덕성과 이념이다. 그리고 문제해결 및 통합 소통 능력이 중요시 되고 있다. 점수로 매길 수 없는 부분이기에 난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청와대에서는 해당 장관 등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자료와 평가 등을 검토하고 그 가운데 해당 정권의 정치개혁목표를 실현할 이를 검토하게 된다. 그렇지만 10명 중 1명 이상은  인사청문회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씁 쓸하게 퇴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청문회 과정 및 그를 통해 임명된 이들에 대한 웃픈 시사용어가 등장하였다. 전에는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때가 있었고, '강부자' 인사라는 말도 있었다. 강남 땅부자 인사라는 말에 해당한다. 이어 직전 정권 때에는 '성시경' 인사라는 말도 나왔다. 성균관대학교, 고시 출신, 경기고 출신 인물이 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같은 용어로 만평을 한 이유는  인사의 편중성과 함께 앞으로의정치 수행에 대한 우려에서였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시민호'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즉, 유명대학 출신, 시민운동가 출신, 민주당 출신, 호남 출신 등이 절묘하게 조합되고 있는 것이다.

실상 유시민호에 있는 이들은 소위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부정부패의 척결을 위해 또 통일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래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도 있다. 근래 임명된 이들의 경우 우리 사회의  적폐 청산에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렇지만 시민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이 혹은 야당정치를 통해 습득한 정치가로서의 능력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정치적 사회적 높고 고결한이상은 현실과의 타협을 불허한다. 때문에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소통을 등한시하는 일이 발생한다. 우리는 그러한 사례를 지금까지 수없이 봐왔다.

정치 9단도 실수하여 비난을 받고 초보 정치인이 오히려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정치이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소위 '꼼수정치' 혹은 '불통정치' 때문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뜻하지 않은 횡액을 당하는 일도 많다. 고려 말 조선 초의 대학자요 정치가를 꼽자면 정몽주(1337~1392), 정도전(1342~1398), 하륜(1347~1416), 권근(1352~1409)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네 명은 5살 차이이기도 하다. 이들은 모두 성리학자이자 개혁가로서 이름을 남겼는데 이색(1328~1396)의 제자 격에  해당한다. 각기 자신이 모신 군주에 대해 진충(盡忠)하고자 한 공통점이 있으나 차이점도 있다. 정몽주와 정도전은 각기 정치개혁을 추구하다 갈등을 겪고 결국 억울한 죽음을 당하였다. 반면 하륜과 권근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빗겨나 있다가 태종을 섬겨 조선왕조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하였다.

정몽주와 정도전은 정치적 희생을 당하고 하륜과 권근은 그렇지 않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모두 능력있는 신하들이었음에도 말이다. 정몽주와 정도전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상을 위하여 정적을  제거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반면 하륜과 권근은 때를 기다리면서 뜻이 맞지 않는 이들과의 불편한 동거를 마다하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러면서 하륜 등은 고려 왕실에 대한 충을 다하고자 하였지만 뜻을 바꿔 조선 건국 후에도 관직생활과 함께 태종을 위한 정치적 노력을 다하였던 것이다. 반대로 태종이 자신의 정치를 이루는데 하륜과 같은 적임자를 잘 고르고 믿음을 주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유시민호'는 이 격동과 위기의 시대에 어떻게 항해할 수 있을까? 여기에 탑승한 이들은 하륜처럼 백성과 군주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면서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정치를 이룰 수 있을까? 대통령은 반대와 견제를 무릅쓰고 임명한 이들에 대해 정권 말까지 같이 갈 수 있을까? 지금은 야당의 정치적 견제보다도 월등한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으나 유시민호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갑작스런 우회전에 견딜 수 있을지 우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사드와 북한의 대륙간탄도핵미사일 실험, 중국의 경제보복 등에 대한 대처 방안을 모색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대통령과 유시민호는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이들에게도 손을 더 내밀어야 한다. 척결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곤란하다.

유시민호의 선원들에게 앞으로 끊임없이 물음이 던져질 것이다. 개혁가로서의 능력은 탁월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 포은과 삼봉이 될 것인가, 조용히 시대과제를 해결하여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진 하륜과 권근이 될 것인가가 그것이다. 배는 지나가면 흔적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배가 튼튼하면 오랫동안 항해할 수 있다. 그러한 유시민호의 출항과 5천만 대한민국을 위한  대통령의 정치를 기대해 본다. 조선후기의 학자였던 성호 이익은 '당론(黨論)'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해를 제시하였다. 오늘날의 한국 정치에도 구구절절이 통하는 내용이다.

“당론은 하나의 큰 옥송(獄訟)이었다. 극히 악한 사람이 극히 선한 사람을 치며 극히 어진 사람이 극히 흉한 사람을 배격하는 것은, 사람마다 손가락질하고 지목하여 그 시비가 분명히 판명되는 일인데 어찌하여 편당이 생기는가? 옳은 가운데도 그름이 있고, 그른 가운데도 옳음이 있으며, 또 옳은 듯하면서도 그른 것이 있고, 그른 듯하면서도 옳은 것이 있다. 사람들은 다만 자신의 옳음과 남의 그름만 보기 때문에 편당이 생기게 된다.”

모름지기 유시민호가 순항하되 산으로 올라가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소원한다. 나무를 보면서도 숲을 모두 챙기는 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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