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ON]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현석준, “어려운 극이지만 가슴에 퍼지는 따뜻한 울림이 좋아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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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현석준, “어려운 극이지만 가슴에 퍼지는 따뜻한 울림이 좋아요” ②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3.03.02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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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을 공연 중인 배우 현석준  ㅣ 제공 달 컴퍼니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을 공연 중인 배우 현석준  ㅣ 제공 달 컴퍼니

Q. ‘다빈치’가 ‘루카’가 아닌 ‘발렌티노’를 만나게 되는데 이 만남은 신의 계획안에 있었을까요?

‘다빈치’가 ‘발렌티노’를 만났기 때문에 템페라 기법을 선택하게 됐고, 결국 그림이 무너져 내렸죠. 그 상황이 ‘다빈치’가 진짜 영감을 찾는 계기가 되어 모나리자를 그릴 힘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이 절대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 만남은 신의 계획안에 있었다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드네요.

Q. ‘루카’는 본인이 하얀 새였던 것을 모르고 살아갈까요? 아니면 알게 될까요?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몰랐으면 좋겠어요. 제가 연기하는 ‘루카’는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 나무 뒤에라는 넘버를 보면 ‘자코모’가 말하고 느끼는 게 ‘발렌티노’인데 ‘루카’라고 해서 느끼지 못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대본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단정 짓지 않아서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배우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이번에는 저만 이렇게 생각한 것 같아서 약간의 뿌듯함도 있네요(웃음).

‘루카’는 마음속에 희미한 울림이 느껴질 때마다 브로치를 만지곤 하는데 ‘발렌티노’가 그걸 알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발렌티노’가 떠나는 건 바라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희미한 기억에만 머물렀으면 좋겠어요.

Q.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은 망가지지만, 모나리자는 그렇지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요?

‘다빈치’의 결핍에 관한 이야기를 앞에서 했는데, 저는 ‘다빈치’가 자기 안의 결핍을 해소하지 못한 채로 최후의 만찬을 그렸다고 생각해요. ‘발렌티노’가 너는 내가 부러울지 몰라도, 내 아픔은 모를 거라고 말한 데서 첫 번째 그림이 시작되거든요. 그런데 이 그림은 ‘다빈치’에게서 시작되지 않고 ‘발렌티노’로부터 시작된 그림이라서 완벽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번째 그림이 무너지고 ‘발렌티노’가 떠나는 시점에서 몸은 늙고 붓 잡을 힘도 없지만 그리고 싶다는 ‘다비치’의 울림을 따라서 두 번째 그림이 그려져요. ‘다비치’로부터 시작된 그림엔 결핍도 영감도 모두 담겼기 때문에 신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모나리자는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지켜진 것 같아요.

Q. 제일 좋아하는 넘버는 어떤 넘버인가요? 이유도 알려주세요.

그림은 잘 모르겠어 리프라이즈가 좋아요. 예술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진짜 모르겠다가도 너무 하고 싶고, 행복한 날도 있는데 엄청나게 도망가고 싶고,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쓰셨는지 매번 놀란다니까요(웃음). 가사 중에 ‘나 그리기 싫다고 말을 해도 나 지금 이렇게 행복하고’라는 부분이 있는데 매회 좋은 울림이 와요. 저를 돌아보게 만들고 그 순간만큼은 정말 내 얘기 같아서 부를 때마다 기분 좋아요.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을 공연 중인 배우 현석준  ㅣ 제공 달 컴퍼니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 을 공연 중인 배우 현석준  ㅣ 제공 달 컴퍼니

Q. 공연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첫 공연이 제일 기억에 남는데 사실 관객들께서 즐기러 오시는 공연인 줄 몰랐어요(웃음). 첫 공연이라 각 잡고 연기를 하고 있는데 (양)지원 형이 스케치북을 들고나오는 순간 뒤집어지는 거예요. 그때 느꼈죠, 즐길 준비를 하고 오시는 공연이구나 그때부터는 다 내려놨죠.

두 번째 공연까지 시간이 있어서 전면적으로 다시 생각했어요. 준비한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내가 재밌어야 관객분들이 함께 즐길 수 있겠구나 하고요. 두 번째 공연부터는 신나게 놀았어요. 지원이 형과 첫 공하길 잘한 것 같아요. 산증인이니까(웃음)

Q. ‘루카’와 ‘발렌티노’는 어떻게 지내게 될까요?

지금처럼 투닥거리며 살 것 같아요. ‘루카’는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발렌티노’는 슬쩍 훼방 놓는 거죠. 서로를 관심이라고 쓰고 애정 표현이라고 읽는 관계로 오래오래 행복할 것 같아요.

Q. 뮤지컬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것을 피하지 않고, 온전하게 바라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 극인 것 같아요. 모든 인물이 결핍과 비밀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하거든요. 성장 아래엔 나를 마주 볼 용기가 꼭 필요하고요.

Q. 자신이 맡은 캐릭터들에게 한마디 말을 건넨다면?

웃기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루카’는 땀 좀 닦아줄까? 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다빈치’에게는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수많은 시간을 이겨낸 걸 생각하면 고생했다는 말이 제일 큰 위로일 것 같아요.

Q. 인터뷰를 보시는 독자분들께 인사를 전해주세요.

진짜 재밌어요, 타락천사(웃음). 제가 재미있어하는 걸 봐주시면 좋겠어요. 더 많이 오래 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많은 분이 공연장을 꽉 채워주시는데 너무 감사하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놀다 가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보시는 분들 다 와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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