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복지는 공동체의 존립이 걸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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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복지는 공동체의 존립이 걸린 문제
  • 동작신문
  • 승인 2023.05.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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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의회 신동철 의원

4월 17일 새벽, 인천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여성 박모 씨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유서로 추정되는 쪽지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지인과 이웃들은 이 청년이 평소 새벽에 집을 나서 심야에 귀가하는 등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전세보증금을 떼이고 고통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년은 최근 두 달 동안 인천에서 이 청년을 포함하여 세 명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청년세대는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주거비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주거비를 월세로 내면 자산 형성이 어렵기에 저축을 하고 부족한 부분은 대출을 받아 전세자금을 마련한다. 숨진 박 씨도 1억여 원을 그렇게 마련했다가 사기를 당한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을 하루아침에 날린 청년들의 절망과 억울함을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정부에서는 전세 사기 피해자 주택에 대한 경매 제한 등의 대책을 급하게 내놓았으나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있을까. 대한민국헌법 제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천명한다. 거주지를 스스로 정할 권리 등을 보장하는 조항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와 함께 헌법 제35조제3항에서는 “국가는 주택개발정책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공동체의 견지에서 노력해야 함을 천명한 것이다. 

2022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사상 최저치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으로 우리나라만 1명을 넘기지 못하고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저출산 원인과 이유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언설이 도처에 넘친다. 청년세대의 개인주의와 경쟁 심화 등에서 저출산을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전세 사기를 당한 청년들의 비극을 접하며 우리 사회가 청년의 주거복지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이고 진지한 정책을 세운 적이 있는지 돌아본다. 

이제부터라도 청년이 안정된 주거를 보장받으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현란하고 복잡한 저출산 대책은 필요 없을지 모른다. 지역소멸, 국가소멸이라는 말로 겁을 주고 호들갑을 떨기보다 청년 주거복지를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 전체의 존립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며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아껴가며 모은 전 재산을 자신의 책임 없이 하루아침에 날렸는데도 제대로 된 보호조치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혼자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세 청년은 마지막 순간에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억울했을까.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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