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관행 변화의 첫 걸음 '블라인드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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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관행 변화의 첫 걸음 '블라인드 채용'
  • 서울로컬뉴스
  • 승인 2017.08.1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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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크루/청년정치크루

정부는 지난달부터 332개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했다. 이달부터는 149개 지방공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된다.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과정에서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항목들을 배제하고, 직무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모든 공공기관의 입사지원서에 나이·사진·출신지역·학력·신장  등의 항목이 삭제된다.

과도기 지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는 채용과정에서 구직자들이 겪는 부당한 차별을 바로 잡고, 직무능력 중심의 채용관행을 확립하는 데 있다. 지난 2007년 참여정부가 차별적 항목을 배제한 '표준이력서'를 만들어 권장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표준이력서는 강제성 없이 권고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이정미 의원과 정의당 청년국정감사단이 공공기관의 표준이력서 사용 실태를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되기도 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홈페이지에 채용이력서를 게시한 공공기관 73곳 중 고용노동부 표준이력서를 준수하고 있는 기관은 1곳(한국관광공사)에 불과했다.

지난달 5일부터 시행된 문재인정부의 블라인드 채용도 아직 과도기에 머물러 있다. 서울신문 보도('블라인드 채용 시행 한달, 공공기관 60%가 안 지켜', 2017. 8. 4일자)에 따르면 공공기관 27곳 중 16곳은 여전히 나이·학력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라인드 채용이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되기 이전인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광진구청 홈페이지 '채용공고'란에 게재된 이력서를 살폈다. 광진구청이 공고한 거의 대다수의 이력서 역시 사진·성별·병역사항 등의 차별적 항목들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 같은 항목들은 모두 국가인권위원회가 채용과정에서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보로 분류한 것들이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불안감 달래야
블라인드 채용이 안착하는 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블라인드 채용의 당사자인 청년들 사이에서 제기된 역차별 논란이다. 다수의 청년들이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에 공감하고 찬성하지만 명문대·지방대 학생들의 반응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이는 "명문대 출신의 고스펙 구직자들의 노력이 블라인드 채용으로 무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출신대학이 곧 직무능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여겨졌던 그동안의 채용관행과도 얽힌 문제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또 다른 스펙을 준비하게 됐다는 걱정 어린 불안감도 눈에 띈다.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당사자들의 불안감을 달랠 책임이 있다. 기존의 직무능력 평가 기준으로 차용되던 항목들이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것과 과연 무관한 항목인지 면밀히 살핀 뒤,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양식이 구직자의 직무능력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향후 블라인드 채용이 민간기업으로도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 핵심은 '직무능력' 판단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은 '직무능력'에 필요한 역량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스펙 대신 새로운 스펙을 요구하는 채용방식이 아니다.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구직자의 가능성을 살피는 채용방식의 혁신이 바로 블라인드 채용이다.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는 다수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으로도 확산되려면 추가적인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다. 블라인드 채용을 둘러싼 논란을 하나씩 매듭지음으로써 채용관행의 변화를 정부가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블라인드 채용은 인적사항에 관한 항목 이외에도 보다 다양한 차별적 요소들을 배제한 채용양식으로 꾸준히 거듭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구직자들의 눈물을 닦는 건 결국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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