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분열시키는 내집단외집단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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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분열시키는 내집단외집단 논리
  • 광진투데이
  • 승인 2017.10.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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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석 교수 /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김 석 교수 /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의 애국심이 부족하다며 이들을 해고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에 대한 저항이 스포츠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NFL선수들이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한쪽 무릎을 꿇거나 아예 운동장에 등장하지 않는 식으로 항의하면서 평소 돌발적인 트럼프의 인종차별 언사와 행동, 강요된 애국주의에 대해 쌓여온 반발심리가 커지고 있다.

선수뿐 아니라 NFL 구단 중 26개 구단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정치권도 일부 동조하면서 항의 물결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논란이 커지자 오히려 트위터를 통해 NFL선수들이 국기와 국가에 대한 결례를 멈출 때까지 경기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욕설까지 하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보여줬다. 소신 있는(?) 막무가내 지도자다.

언뜻 트럼프의 충동적 행동이 유발한 것처럼 보이는 이번 논쟁의 배후에는 미국 사회의 인종적 모순과 대립 뿐 아니라 현재 자본주의 국가의 지배시스템이기도 한 편가르기 전략이 숨어 있다. 트럼프가 자신과 별 관계가 없는(?) 운동선수들을 공격한 것은 실수가 아니라 애국심 마케팅으로 지지층인 백인집단을 강하게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도 자신이 속한 정당과 지지 기반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내집단을 의식하며 이들을 위한 정책을 펴기는 한다. 하지만 전임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 대부분은 대통령이 되는 순간부터 초당적 지도자이자 미합중국의 대표자로 자신을 연출하기 위해 거국적 메시지를 전하며 화합을 내세웠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특정 정당의 리더처럼 보이는 것을 꺼린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을 지지하는 백인 중하위층만을 겨냥한 발언이나 정책을 자주 쏟아놓곤 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선출된 이후 백인우월주의가 다시 고개를 내밀고 이슬람이나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의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트럼프는 '무슬림 입국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실제로 7개국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기도 했으며, 최근 인종차별로 기소된 경찰관을 사면하는 등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21세기 미국을 인종논란의 한복판으로 몰고 있다.

트럼프의 막무가내 정치공세는 연신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낮은 지지율과 그에 대한 비판여론을 타개하면서 자신이 정치적 주도권을 쥐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의 핵심지지 세력은 주로 백인이고,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남성인데 전체 유권자에서 백인은 여전히 유색인종의 2배가 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유색인종의 사회적 지위가 꾸준히 향상되고, 아시아, 히스패닉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이 무너질지 모른다고 불안해하는 보수적 백인의 정서를 파고들기 위해 비난을 무릅쓰고 손쉽게 내집단외집단을 가를 수 있는 인종주의에 호소한다고 할 수 있다.

내집단외집단은 미개종족의 집단 심리를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섬너가 처음 사용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종족 간 대립관계가 발생하면 '우리집단'과 '그들집단'으로 사람을 나누는 이분법적 태도가 뚜렷해지며, 외집단에 대한 적개심과 편향적 태도가 커질수록 이에 비례해 내집단에 대한 단결과 충성심은 커진다. 이런 편 가르기 경향이 일반화되면 적과 아를 거칠게 나누면서 외집단을 적대하고 내집단의 가치관이나 태도는 무조건 옳다고 믿는 비이성적이고 일방적인 태도가 점점 심해진다.

집단 갈등이나 애국심은 이런 기제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한 그룹의 리더가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내부를 결속시키기 위해서는 상대집단을 악의 덩어리처럼 매도하고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회가 혼란하거나 위기가 발생할수록 내집단외집단 성향은 더욱 커질 위험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사회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

원시종족의 추장이라면 몰라도 한 국가 내에서 편을 가르는 행동은 적어도 국가의 지도자로 스스로를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삼가야 할 당파적인 태도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인종주의는 미국에만 있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지도자들이 자기 집단을 결속시키고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사실관계까지 왜곡하고 편견을 조장하면서 편 가르기를 통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술수(?)를 자주 부린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통과에서 야당 지도자들이 후보자의 특별한 흠결을 찾지 못하자 동성애를 지지하기 때문에 자격이 안 된다고 악의적으로 선동한 것이 대표적 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대법원장 후보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는 있지만 신임대법원장이 동성애를 옹호한다고 몰아붙이면서 인위적인 이분법적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사실왜곡이자 지극히 정략적인 행동이다. 나중에는 대법원이 “대법원장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 허위사실 유포가 계속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동성애 문제는 김이수 헌번재판소 소장임명 때도 이슈가 되었고 최근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이를 정치적 쟁점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논의는 윤리적 관점에서 열린 태도로 진행해야지 이를 정치적 지렛대 삼아 찬반 양쪽으로 사회를 나누는 것은 전형적인 흑백논리이자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적폐이다.

북핵 위기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고,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로 사회적 불안감도 커지고 있으며, 공동체 결속이 붕괴하면서 사회가 삭막해지고 있다. 사회통합과 화합을 위해 시급한 노력을 기울일 때다. 내집단외집단 구분 속에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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