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현실적인 Anim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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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현실적인 Anima(2)
  • 성광일보
  • 승인 2024.07.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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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
소설가
성동문인협회 회원

그 때 아니마는 자기의 남자라고 생각했던 T가 미국으로 떠난 직후라 외로움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형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연민을 자아내는 애틋한 표정과 함께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가지고 있었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윤 정 소설가

게다가 단기간에 체중감량의 효과가 크다는 덴마크 식이요법으로 7kg 이상을 감량하여 보기 좋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아니마는 자신에게 눈을 떼지 않는 자겁이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여자 신입이 오면 바짝 달라붙어 이말 저말 되지도 않는 말로 어색함을 풀어주는 의무 아닌 의무를 가진 자겁은 누가 뭐라고 하든 끄떡도 하지 않고 3명의 신입 여자 회원들에게 거리낌 없이 접근했지만 유독 아니마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아니마님,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마음에 딱 들었어요.”
“고마워요. 이렇게 환영을 해주셔서,”
“그냥 환영이 아니라니까요. 내 타입이에요”
“하하하, 신입 여자들 오면 다 그런다고 들었어요.”
“아니요. 당신은 특별해요. 내 스타일이에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하는 수위가 높은데도 이상하게 싫지가 않고 호기심이 생긴다.
“그런데 아니마란 이름은 '아, 님아!란 뜻인가요?”
“그렇게 들으셔도 되는데, 남성의 여성성, 남성의 심혼 등의 뜻이에요. 남성이 여성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상이라고 할 수 있죠.”
“하, 어렵네요! 그냥 '아, 님아!'라고 생각할래요.”
“편하실 대로.”
“난 싱글이에요. 님은? 남편 있겠죠?”
“아, 뭐.....”

말끝을 흐리고 얼버무렸다. 얼마 전에 이혼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난 이혼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따로 나와서 어머니와 살아요. 난 힘이 넘치는데 그 사람은 몸이 약해서 응하지 못해요. 그래서 나 보고 다른 여자 만나도 된다고, 애들 양육비만 주면 된다고 해서 떨어져 살아요.”
처음 본 사람에게 별 얘기를 다 한다.
“야’ 그만해라! 아니마님 놀라겠다. 얘가 원래 이래요. 한 귀로 듣고 흘리세요.”

옆에 있던 만득이가 나선다.
“부담스러워요? 사실인데.....”
“하하하, 괜찮아요. 솔직하시네요. 누구에게나 다 이러세요?”
“신입 오면 사명감 같은 건 있어요. 처음 오는 사람이 어색해 할까봐, 잘 어울리게 해야죠.”
“덕분에 빨리 어울렸어요. 전혀 소외감 느끼지 않고.”
“아니마님, 성격이 좋은 것 같아요. 누구나 이렇게 받아 주지 않거든요.”
“좋긴요. 상대적인 거죠.”

불빛이 없는 산자락이라 별빛이 무차별로 쏟아지고 모닥불에는 군고구마와 군밤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말소리도 누군가 부르는 노랫소리에 묻히다가 합창이 되고 만다.
“자’ 피곤한 분은 들어가 주무세요. 여자들은 안채에 방 있으니 그리로 가고, 남자들은 뭘 자냐? 피곤하면 별채로 가고, 잠 못 이루는 청춘들은 이 밤이 새도록 놀아 보자고요!”

집주인인 만득이가 정리를 하니 하나둘씩 잠자리를 찾아 자리를 뜬다. 아니마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자겁이 눈을 크게 뜨며 말린다.
“1박 2일 잘 거예요? 시간이 아까운데 더 얘기해요.”

하긴 1박이 아니라 무박이 좋다.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라기보다 객지에 나와서 잠을 자는 것이 불편해서이다. 대학 시절에도 친구들과 거제도로 여행을 갔을 때 혼자 불침번을 서다가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었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자겁이를 비롯해 대여섯 명이 모여 앉아 만득이가 꺼질 만하면 살려 놓은 모닥불을 가운데 놓고 새벽을 맞이한다. 

날이 밝자 느지막이 일어난 사람들과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예당저수지에서 유명하다는 어죽식당으로 갔다. 마침 방송국에서 예산 특색음식으로 어죽을 택하여 취재를 와 있었다. 모두 맛있게 먹는 모습을 찍고 잘생긴 만득이는 인터뷰까지 하였다.

"예당의 특산물, 어죽! 일단 맛을 보세요. 살살 넘어갑니다요."

마지막 너스레를 떨며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잘생긴 것이 말도 맛깔나게 한다. 만득이보다 말 잘하는 자겁이는 외모에서 밀려 선택받지 못한 것 같다. 오나가나 잘생기고 볼 일이다. 아니마는 자겁이가 갑자기 불쌍해 보인다. 점심을 먹고 인사를 나누며 각자의 길로 헤어져 떠나려는데 자겁이 갑자기 호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뭔가를 찾는 것 같다.
“어! 내 핸드폰 어디 갔지?”
“잘 찾아봐요. 차에 두었나.”
“핸드폰 좀 빌려줘요. 전화 한 통 하게.”

그는 아니마 전화에 그의 번호를 찍어 건네줬다. 그리고 뒷주머니에서 자기 핸드폰을 꺼내 보이더니 잇몸을 드러내며 씩 웃는 것이다. 구식이었지만 더 구식인 아니마가 제대로 걸려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아니마는 여행 카페에 모임 후기를 올렸다.
오전에 추돌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조금 긴장하면서 나 홀로 달리는 서해안 고속도로.
내가 몇 번째로 도착할까? 어떤 사람들일까?
아니마 혼자 고독한 레이스.....
 멀리 푸른 함석지붕 사이로 난 오솔길로 올라가
다다른 “만득이 하우스”

앞치마 두른. 미소가 아름다운 아가씨가 반겨 줄 것만 같은, 원색 파라솔이 낭만적인 작은 집인데 무릎 나온 회색 운동복 차림의 만득이가 반겨주네.
귀한 댁 귀염둥이로 자란 것 같은 모습인데 만득이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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