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불통 의장 규탄’ 릴레이 5분발언·손피켓·현수막 시위
구의장 “본회의·상임위 한번 안 나오고 월급 받나…일부터 하라”
강서구의회가 의원들 간의 갈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후반기 원 구성에서 비롯된 여야 갈등이 두 달이 되도록 봉합은커녕 극에 달해 본회의장에서 폭발했다.
지난달 29일, 강서구의회는 제30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개최했다. 후반기 의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첫 회의였는데, 이번 임시회에는 여야 모두가 참석했다.
개회식에 이어 안건을 처리하기 직전, 국민의힘 의원들의 릴레이 5분발언이 진행됐다. 흡사 국회를 보듯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을 향해 일제히 규탄 문구가 적힌 ‘빨간 손 피켓’을 들어 보였다.
김지수·김현진·김순옥 의원과 이충현 부의장이 차례로 나와 ‘합의 없고 위법한 의회 운영을 규탄하며, 구의회 정상화를 촉구한다’는 내용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김지수 의원은 “민주당 박성호 의장은 강서구의회 후반기 원 구성을 포함해 의회 운영 전반에 있어 독단적이고 위법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며 “이는 주민 투표로 선출된 의원을 무시하는 것이고, 나아가 강서구민까지 무시하는 처사”라고 직격했다.
김 의원은 “강서구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결과를 보면, 부의장직 하나를 제외하고는 의장, 운영위원장, 그리고 3개 상임위원장 자리 모두를 민주당 및 그와 짬짜미한 의원들이 싹쓸이했다. 심지어 미래복지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상임위 부위원장 자리마저 마찬가지”라며 “이는 지방자치의 핵심 요소인 ‘협치의 원칙’을 명백히 부정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후반기 의장 선거 전 만들어졌던 양당이 합의하지 않은 독단적인 상임위 위원 선임을 당장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박 의장이 후반기 원 구성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시정 및 공식적인 사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제시가 없다면 국민의힘 의원 전원은 향후 모든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발언을 이어 받은 김현진 의원은 “지난 7월12일 국민의힘은 의총을 통해 의회 운영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차원에서 ‘본회의장 불출석’을 결정했는데, 이에 박 의장이 ‘본회의장 불출석 의원에 대해서는 공통경비로 식비를 지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는 부의장과 전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강서구의회의 원칙과 규칙을 무시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당시 김지수 의원이 당론에 따라 본회의장에 불출석하면서 사전 신청한 5분발언을 진행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서는 “의장이 김 의원에게 불합리한 이유로 ‘향후 본회의장에서의 발언을 제한할 수 있다’고 통보하는 것은 직권남용죄 및 업무방해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쏘아붙였다.
뒤이어 김순옥 의원은 박 의장이 최근 다녀온 강서구 자매결연지인 일본 오타루시 출장은 외유성 출장이고, 강서구시설관리공단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추천은 협의 없는 독단적 행위였다며 비판했다.
릴레이 마지막 발언자인 이충현 부의장은 의회의 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윤리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박성호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5분발언 하나하나에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발언한 의원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후반기 의회를 시작한 후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행사에 한 번도 참석을 안 하지 않았나. 그러고도 400만 원의 월급을 받는데, 저라면 받은 걸 내놓겠다. 일을 하셔라”라고 되받아쳤다.
다만, 박 의장은 이충현 부의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올바른 협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상적인 의회가 될 수 있도록 의장단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달라”며 “국회를 본받지 말고, 구민이 바라보는 눈높이대로 활동했으면 하는 마음에 잘 해보자고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회의 말미에 먼저 의석을 이탈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에서 박성호 의장을 규탄하는 현수막 시위를 벌였다. 본회의 산회 후 회의장을 나온 박 의장과 시위 중인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성과 막말, 자칫 몸싸움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다.
지방의회 가운데서도 기초의회에 대한 무용론과 폐지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는, 여야를 떠나 자치구나 구민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의원들의 ‘함양 미달’이 가장 큰 원인 아닐까. 협치는 상호 존중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