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신·문의 광진톡톡] 자양로, 변화와 보존의 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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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신·문의 광진톡톡] 자양로, 변화와 보존의 기로에 서다!
  • 성광일보
  • 승인 2024.09.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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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방네 골목산책

광진구는 1995년에 성동구에서 분구되어, 같은 해에 분구된 금천구, 강북구와 마찬가지로 서울시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설치된 자치구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의 광진구청이 원래는 성동구청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광진구가 성동구에서 분구되면서 지명이 바뀐 경우가 많은데, 자양로 역시 도로명이 변경된 경우입니다. 열여섯 번째 골목이야기에선 오랜 시간 광진구의 중심이 된 자양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자양로는 1980년까지만 해도 이름 없는 도로였습니다. 1981년 1월 21일 서울특별시공고 제14호에 의해 무명도로 36개의 가로명을 제정할 때 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잠실대교 북단에 이르는 폭 20~30m, 길이 2,100m의 이 길을 당시 성동구였던 구 이름에서 유래하여 성동로(城東路)로 이름 붙여졌습니다. 그리고 그해 10월 22일 114개의 가로명을 개정할 때 일반국도 제3호선과 일치하는 이 길을 잠실대교 남단까지로 연장하여 3,700m로 정하였고, 1984년 11월 7일 서울특별시공고 제673호에 의해 당시 성동로를 자양동의 동명을 따라 변경하면서 마침내 지금의 자양로의 이름과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자양로는 지리적으로 의정부에서 서울 동부를 거쳐 하남 지역으로 직결되는 남북 관통도로 구실을 하며 중부 · 영동고속도로와 연결될 뿐만 아니라 한강을 가로질러 강북의 광진구와 강남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 요충지입니다. 때문에 평소 교통량 및 유동인구가 많은 역동적인 [도로]입니다. 도로가 넓어지고 고도제한이 풀리면서 저층건물 일색이었던 자양로의 풍경 역시 이제 점차 고층빌딩이 자리매김하며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오랜 시간 한자리를 고집스럽게 지켜오는 곳도 있는데,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있습니다.

[광진구의 보물 서울미래유산]

1. 동제한의원
1963년 고향 여주에서 '서한의원'으로 개업하여 1969년 광진구에서 '동제한의원'으로 새로 시작하며 50여년간 2대에 걸쳐 운영하고 있는 한의원입니다. 
1970년대 중곡동과 구의동, 자양동 등 인근에서 손님들이 하루 70~80명씩 찾을 정도로 성업을 이루었던 곳입니다.  
지금의 건물은 1976년에 준공한 지하1층 지상4층 규모입니다. 군자동과 자양동 일대의 시대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장소로 보존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아 2014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2.서북면옥
1968년에 개업하여 같은 장소에서 2대째 이어오고 있는 냉면 전문점으로, 현 대표 이경미 씨는 시어머니에게 음식 비법을 전수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3층 건물은 1973년에 2층 건물로 신축하여 1985년에 1개층 증축한 이후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켜온 까닭으로 서북면옥 앞 구의사거리를 '서북면옥 사거리'로 부르기도 합니다. 
평양냉면 전문점은 주로 종로, 을지로 일대에 위치한 노포인 경우가 많지만, 구의동에 있는 서북면옥은 서울 동북권에서 평양냉면으로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존가치를 인정받은 곳이 있는 반면 빠르게 변화해가는 자양로는 신구의 조화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이 된 근대 건축물 사이로 경쟁하듯 올라가는 빌딩, 쌍둥이처럼 닮아 있던 오래된 건물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새로 들어서는 현대적인 신축 건물, 그리고 광진구의 주요 기관들(광진구청, 서울광진경찰서, 동서울우편집중국 등)이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자양로의 오늘입니다.

경쟁하듯 올라가는 빌딩
구축과 신축의 조화

이렇게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큰 대로변에서 한 발짝만 옮기면 전혀 다른 자양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자양로가 성동로였을 적부터 터를 잡았을 주택과 작은 건물들이 그 것입니다.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들로 이루어진 골목과 전통 있는 학교 입구가 나타나기도 하고, 또한 이런 골목 사이에는 오래된 나무들과 꽃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외관의 다세대주택들 창밖으로 누군가는 꽃을 가꾸어 전시하고, 누군가는 주택 앞마당에 이런 저런 이유로 나무들이 우거지게 하며 그들만의 골목을 만들어 나갑니다. 마치 한 겹의 빌딩포장지를 벗겨내자 나타난 진짜 골목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합니다.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보이는데, 꽃을 잘 모르는 필자에게도 익숙한 여름 꽃이 막바지 향기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목 중간 중간에 멋지게 리모델링되어 있는 작은 가게들 또한 눈에 띄는데 꽃집도 있고, 브런치 카페도 있고, 이제 막 문을 여는 수제빵집도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리단길을 붙일 만큼은 아니어도 개성 있는 가게들을 둘러보며 걷는 골목투어도 제법 해볼 만합니다. 그러나 이들 골목 역시 재개발이다, 모아타운이다 하며 여러 개발 호재로 변화의 기로에 서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적인 감성으로 리모델링한 가게들
현대적인 감성으로 리모델링한 가게들
자양동의 골목길

변화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적이고 편리한 [바꿈]은 분명 긍정적인 시그널을 줍니다. 자양로가 아직 무명의 도로였던 때에 나고 자라 자양로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지만, 자양로는 주민과는 다르게 더 젊은 [새것]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습니다. 

한 주민의 예전과 같지 않은 몸으로 겪은 자양동의 [바꿈]은 분명히 편하고 환영할 만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래된 건물을 헐고 들어선 새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있어 이제 더 이상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오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지요. 경제적인 논리로만 놓고 보아도 [바꿈]은 분명 가치 있는 변화입니다. 그러나 또 그 주민은 말합니다.  
어린시절 동무와 술래잡기를 하던 골목이 이젠 거의 남지 않았다고요. 

세월이 흐르면 무엇이 되었든 당연히 변합니다. 단단한 철도 녹이 슬고, 꽉 조여 매어놓은 나사도 시간이 흐르면 느슨해집니다. 하지만 녹이 슬고 나사가 느슨해졌다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에펠탑을 철거하고 다시 건설하지는 않습니다. 녹이 슨 부분은 교체하고 느슨해진 나사는 다시 조여주면 됩니다. 녹이 슨 일부 부재를 교체했다고 해서 에펠탑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양로의 변화도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동무와 술래잡기하던 추억을 모두 밀어버리지 않고, 무릎이 아픈 어르신이 편히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슬기로운 변화였으면 좋겠습니다. 무명이었던 도로에서 지금의 자양로까지 그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자양로가, 그만의 아이덴티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전하면서도 변화에 발맞춰 발전시킬 수 있는 [바꿈]의 해답을 찾기를 응원합니다.

【광진톡톡을 만드는 사람들】 : 연두성, 이윤규, 신근식, 문영아, 김인숙, 유기연

경쟁하듯 올라가는 빌딩
자양동의 골목길
현대적인 감성으로 리모델링한 가게들
구축과 신축의 조화
현대적인 감성으로 리모델링한 가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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