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좋아하는 마음은 모두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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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는 마음은 모두 자유’
  • 서울로컬뉴스
  • 승인 2016.10.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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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복지관 파인아티스트, 장애를 넘어 예술로

그림 속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 빨리 잘 그리려고 욕심내면 손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해 금방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즐기는 마음으로 끈기를 가지고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무언가를 얻는 희열은 그렇게 나온다.

끈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문재준씨는 허리를 다쳐 서서 그림을 그린다. 그것도 같은 자세로 서 있기가 힘들어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해야 한다.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타는 송광근씨는 붓을 잡은 손이 잠시도 쉬지 않고 떨린다. “몸이 안 좋으니까 운동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림을 배운다. 속도를 내지도 못하지만 2시간 그림 그리다 집에 가면 긴장감이 풀려 힘들어진다.”수채화를 그리고 싶었던 김경희씨도 손이 떨린다. “이제 처음 와서 데생부터 배우고 있다. 연필 잡고 집중해보려고 나왔다. 아직 물감을 칠할 단계는 아니고, 하루에 한 장씩 스케치한다.”

그들 가운데 나행순씨가 있다. 두 손에 의수가 있어 붓을 잡지 못한다. 그래서 발가락으로 붓을 잡고 그린다. “그림 그리면서 아무 생각이 안 든다. 내가 불편한지도 모른다. 그냥 잘 그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중계동 목련아파트 평화복지관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후 ‘파인아티스트’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장애인들이 모인 것이다. 2년 동안 아크릴화를 그리다 김연제 강사가 온 후부터는 수채화를 그린다.

김연제 강사는 홍익대에서 목공예를 전공하고 노원문화예술회관 예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릴 때 꿈이 고아원과 양로원을 같이 운영하는 것이었다. 젊었을 때는 상명중학교 샤프론단장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애인들을 만났다. 그러다 성민복지관 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뇌손상을 입기도 했다. 그때부터 옛날 생각하면서 전공을 살리는 문화봉사를 해왔는데, 이번에 장애인들의 미술지도를 맡게 되었다.”

파인아티스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사연만큼 실력도 제각각이다.

학교 다닐 때도 그림이 좋았다는 신경애씨는 문화원에서 색연필 일러스트 과정을 배우다가 평화복지관을 알게 되어 찾아왔다. “개인적으로는 유화를 좋아한다. 깊이감이 있고 강렬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또 3년째 그림을 그리는 김선희씨는 재주꾼이다. 네이버‘행복시인’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알라딘 전자북으로 시집도 10권 출간했다. 직접 그린 그림으로 책 표지도 디자인하는데, 장차 시화도 하고 싶어서 캘리그라피를 배울 계획이다. 김경희씨는“아무것도 모르니까 가르치기도 힘들겠다.”고 하는데 동양화 기법으로 수채화를 그리는 문재준씨는 전시장도 관람하고 야외스케치도 나가보자고 한다.

김연제 강사는 이들을 위해 집에 있는 도록을 가지고 와 감상도 하고 본을 삼아 그리도록 한다. “복사하면 색이 제대로 안 나와서 도록을 구해서 준다. 수준을 떠나서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즐겁게 그리도록 한다.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배려하지는 않지만 욕심을 많이 내면 몸이 더 상하실까봐 걱정도 된다.” 송광근씨에게는 “작은 것을 표현할 때는 긴장하면서 천천히 그리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 풍경화에서는 더 어울리는 기법이 되기도 한다.”며 손 떨리는 것을 활용하도록 조언한다. 나행순씨와는 바닥에 같이 앉아서 그림 이야기를 한다.

“내가 옆에서 봐도 많이 불편하고 힘들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고 올바른 마음으로 다른 분들에 베푸는 마음이 너무 아름답다. 이런 분들에게 친구처럼 농담도 하면서 최대한 편하게 그림 그리는 것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기회를 얻은 나도 복 받은 것이다.”

평화박지관의 파인아티스트들도 오는 12월 1일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복지관연합회 행사의 일환인데, 다른 장애인의 그림도 구경하고 교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백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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