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정 작가의 그림동화 ‘할머니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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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정 작가의 그림동화 ‘할머니 나무’
  • 최상미 객원기자
  • 승인 2023.07.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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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지만 큰 울림으로 남는 도서출판 풀빛 그림동화

뜨개실에 줄줄이 매달린 포근하고 다정했던 할머니의 기억을 담은 석양정 작가의 첫 그림동화 '할머니 나무'가 도서출판 풀빛에서 이달의 신간으로 소개되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올리는 이 책은 엄마와 할머니란 단어를 생각나게 한다.

작가 기억 속 할머니 방은 어떤 모습일까?

서너 평 남짓한 작은 방안, 벽 한쪽에는 보고 싶은 가족 사진이 걸려 있고 다른 한쪽에는 수시로 닦아 반질반질 윤이 나는 할머니의 보물 1호 자개장이 있고 언제든 편히 누울 수 있는 두툼한 요와 무료함을 달래 줄 텔레비젼이 있는 서너 평 남짓한 할머니의 작은 방을 떠올린다. 그리고 요 주변에는 살짝 당기면 따라오는 할머니가 자주 쓰는 물건들이 뜨개실에 줄줄이 매달려 있다.

이곳 방에서 느리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손녀가 기억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가슴에 따뜻하게 와 닿는다.

잃어버린 보청기를 찾기 위해 대바늘로 자개장 아래를 훑던 할머니는 낯설지만 익숙한 뜨개실을 찾았다. 이 실로 무엇을 만들었었는지 기억을 더듬던 할머니는 자식과 손녀를 위해 한 땀 한 땀 목도리를 뜨고 장갑을 뜨던 포근하고 다정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옅은 빛이 흘러나오는 자재장 구멍을 발견한 할머니는 자신이 잃어버렸던 것들이 있을 것만 같아 구멍으로 쏙 들어갔다.

그곳에는 잊고 있던 젊은 시절 푸릇하고 싱그럽던 할머니의 봄이 있었다.

늘 봄이면 좋으련만 봄은 짧기만 하고 작렬한 태양처럼 정열적이던 여름이 가면 어느새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다. 할머니의 뜨게질에는 시간의 무게만큼 수많은 경험과 지혜, 사랑이 담겨져 있다.

할머니 나무는 나이테를 실 삼아 다시 뜨게질을 하고 어느새 사락사락 내린 눈이 할머니를 포근하게 덮어주고 할머니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 잠시 잠에 든다.

​석양정 작가의 첫 그림동화 '할머니 나무'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동화지만 어른들의 가슴을 더 촉촉하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책은 (재)대한불교진흥원에서 주최한 '제2기 대원불교 학술.콘텐츠 공모전' 수상작으로 작가는 죽음과 이별은 우리의 끝이 아님을, 할머니라는 한 사람의 죽음이 단순한 소멸이 아닌 얘기를 전한다.

또한 다른 생명들에게 뿌리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살아 숨 쉴 것이라고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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