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맥파문학상 시 부문 대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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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맥파문학상 시 부문 대상 작품
  • 김정민 기자
  • 승인 2023.10.10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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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송의 '맥麥'

 '맥麥'

언제나 2인자였다. 쌀 다음이었으니까. 보리는 밟아도 밟아도 되살아나는 희망이다. 보리밭에 보리가 있다는 것은 젊은이들에게는 청춘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고, 노인들에게는 손주들에게 보리피리를 불어주라는 것이다. 보리가 언 땅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생을 마지막 하루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바람이 차다

보리를 밟는다

자근자근 밟으면 겉보리 서 말은 문제 없다고

들린 보리는

발바닥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고랑마다 발자국들이

화인처럼 찍혀있다

누운 보리는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찬란한 아침 해를 받아들이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다

뜨겁고 질펀한 함성이다

보리를 밟아본 사람은 바람의 속도와 보리의 흔들림은

생을 바르게 사는 법임을 안다

민초들의 힘은 언제나 보리 끝에서 돋았다

보리의 꿈은 봄날이다. 보리 사이로 저녁별이 뜨면 함께 했던 시간은 따뜻해지고 캄캄한 밤을 밝히려 새벽은 온다. 보리밥이 되고, 보리빵이 되고, 보리죽이 된 보리들은 시퍼렇게 눈을 뜨고 바람 부는 쪽으로 눕는다. 바람으로 보리가 저의 몸매를 만들 때 세월은 강물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허공이 길이 되는 세상에서 보리는 마디마다 초록빛으로 깊어간다.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저서: 동시집 내 마음의 별나무, 엄마의 구두, 동요집 맑은 별, 밝은 별동화집 모래성, 이슬이와 코코. 시집 꽃은 져도 향기는 남는다(공저) 외 다수교사 / 전북 어린이 적십자(RCY) 지도교사회장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저서: 동시집 내 마음의 별나무, 엄마의 구두, 동요집 맑은 별, 밝은 별동화집 모래성, 이슬이와 코코. 시집 꽃은 져도 향기는 남는다(공저) 외 다수교사 / 전북 어린이 적십자(RCY) 지도교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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