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보드] ‘킹아더’ 이종찬-정다영, “’초연-원캐 동지’, 서로 눈만 마주쳐도 든든하죠”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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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보드] ‘킹아더’ 이종찬-정다영, “’초연-원캐 동지’, 서로 눈만 마주쳐도 든든하죠”②
  • 김희선 객원기자
  • 승인 2022.05.1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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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아더>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에는 뭔가 오묘한 극이다. 고전 중의 고전인 아더왕 전설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와는 확연히 다른, 프랑스 뮤지컬로 분류되는 작품들의 특징을 토대 삼아 그 위에 다양한 퍼포먼스와 중독적인 넘버를 ‘끼얹었다’. 트렌디함과 파격적인 맛이 고루 배어 있던 초연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확실하게 ‘유니크’했고, 그때보다 조금 더 정제돼 돌아온 재연도 여전히 독보적인 매력을 자랑하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2019년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까지 나란히 함께 하고 있는 이종찬과 정다영 역시 <킹아더>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었다.

※본 인터뷰에는 뮤지컬 <킹아더>의 내용에 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정다영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 정다영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Q. 두 분 모두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까지 참여하게 됐는데, 두 분이 생각하는 <킹아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또, 참여한 배우로서 느끼는 초연과 재연의 변화가 있다면?

이종찬 | 육안으로 봤을 때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변화라면 역시 무대가 아닐까요? 색감이나 무대 활용 방식, 세트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안무의 구도도 상당히 바뀌었어요. 2019년 초연 때 연출님과 안무 감독님이 만들었던 부분들도 수정된 게 많고요.

정다영 | 스토리 부분도 다듬어진 것 같아요. 우리가 보여주고자 했던 <킹아더>라는 작품을 좀 더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거든요. 그리고 저나 (이)종찬 오빠 같은 경우에는, 각자 자신의 역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것도 있어요. 제 레이아도 초연에 비해서 더 레이아에 가까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멀린 역을 맡고 있는 (지)혜근 오빠는 “3년 전에 비해서 ‘힘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저 스스로 레이아에 대한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초연 때는 ‘이게 정말 맞나, 내가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정말 많았거든요.

이종찬 | 제가 개인적으로 (정)다영이한테 ‘이런 거 안 좋다’고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게 뭐냐 하면, 자꾸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라는 수식어가 붙는 부분이에요. 수식어가 그렇게 붙으니까, 무대 위에서 다영이가 표현하는 레이아를 보면서 ‘역시 국가대표라 저렇게 할 수 있구나.’하고 생각하실까봐 조금 속상한 거죠. 다영이가 리듬체조를 했기 때문에 이런 안무를 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지금 뮤지컬 배우로서 연기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또 연구도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건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정다영이 아니라 ‘뮤지컬 배우’ 정다영으로서 하고 있는 거니까, 그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정다영 | 저에게는 굉장히 고마운 말이에요. 레이아 안무는 기본적으로 제가 짜는 건데, 종찬 오빠 말처럼 제가 할 수 있는 동작들을 기술적으로 생각해서 안무를 짠 게 아니라 이 장면에서 어떻게 표현을 해야 더 절망적으로 보일까, 또 모르간의 감정을 더 잘 드러낼 수 있을까 하는 부분들을 배우로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고민하면서 짠 거거든요. 대본을 읽고 그 부분을 스스로 글로 써 보고, 그걸 보면서 안무를 만들고 혼자 연습해왔던 걸 종찬 오빠가 이렇게 봐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돼서 정말 기뻐요.

Q. 지금 얘기를 들으면서도 느끼는 거지만, 아무래도 초연부터 같이 해왔고 또 같은 ‘원캐(원 캐스트)’인 만큼 서로 의지하는 마음이 있을 것 같아요.

정다영 | 든든하죠. 저희 둘이 같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어요. 1막 후반부, 랜슬롯이 아더를 만나는 장면인데 나가기 전에 같이 심호흡 한 번 하고, 종찬 오빠가 ‘가자’ 그러고 들어가거든요. 그런 사소한 부분들 하나하나가 굉장히 힘이 돼요. 무대에서 서로 눈 마주치고, 고개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느낌이죠.

이종찬 | 다영이랑 제가 초연을 했기 때문에 끈끈하다기보다는, 정말 감사하게도 저희 둘이 주연들과 가장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앙상블이에요. 저도 그렇지만 다영이 같은 경우도, 2019년 초연 때는 너무 어리기도 하고 또 주연들과 어울려서 연기하는 부분이 처음이다 보니까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배우장을 하게 돼서 형, 누나들이랑 장면에 대해 얘기할 때 다영이도 함께 하면서 주연과 앙상블 사이에서 소통이 조금 더 원활해진 것 같아요.

정다영 | 초연 때는 제가 언니, 오빠들을 좀 어려워했던 것 같아요(웃음). 인사할 때도 긴장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언니, 오빠들이 마냥 좋고 정말 재미있어서 애교도 부리고 땡깡도 피우고 그래요. 또 앙상블 맏언니인 (김)서노 언니가 저를 정말 예뻐해 주셔서 안무 짜고 연습하기 편하게 챙겨줬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늘 감사하죠.

▲ 이종찬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 이종찬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Q. 이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공연도 순항 중인데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공연 중에서 혹시 기억에 남는 해프닝이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이종찬 | 초연 얘기를 잠깐 할게요. 그때 총첫공에서 엑스칼리버가 분해됐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발 그러지 마라,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언제였더라? 멜레아강이 백형훈 배우일 때였는데, 아더와 싸운 뒤 기사 작위를 내리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 엑스칼리버의 칼자루 끝부분(폼멜)이 빠져서 툭 떨어지더라고요. ‘이게 징크스인가, 초반에 검이 참사가 나야 잘 되는 건가?’ 싶었죠(웃음). 아, 그리고 어제(4월 28일) 에피소드가 하나 더 생겼어요. 멜레아강이 죽는 장면에서 원래 배우가 신호를 주면 음향 효과가 나와야 하거든요? 그런데 검을 찌르기도 전에 소리가 먼저 나와버린 거예요. 조명도 단독으로 받고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다행히 (김)찬호 형이 신의 힘에 이끌려 죽은 것마냥 명 연기를 펼쳐서 잘 마무리해주셨죠(웃음).

정다영 | 전 연습 때 일이 기억나요. 테크리허설 할 때였는데, 랜슬롯이 ‘깨어나’ 넘버를 부를 때 제가 등장해서 랜슬롯이 볼 수 있게 단검을 놓고 가는 장면이 있어요. 거기 핀 조명이 딱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연습할 때 단검이 아니라 제가 그 조명에 쏙 들어간 거예요. 조명 비추니까, 제가 거기에 들어가야 하는 줄 알고(웃음). 그래도 초연 때만큼 사건사고는 없었던 거 같아요. 초연 때는 슈즈가 나가기도 하고, 무대에서 코피도 흘렸는 걸요. 그런데 저는 그게 코피인줄 몰랐어요. 콧물이 흐르나 보다 했죠. 그날 같이 공연하던 언니, 오빠들이랑 관객 분들이 저보다 더 놀라셨던 것 같아요.

이종찬 | 그때 제가 레이아랑 마주 보는 장면이었는데, 코피를 흘리면서도 웃으면서 제 쪽으로 걸어오는 거예요. ‘이야, 프로다.’ 그렇게 생각했죠.

Q. 그렇다면 두 분이 <킹아더>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와 장면은 어떤 건가요?

이종찬 | 저는 무조건 제가 나오는 거요(웃음). 음, 어디 보자. 1막 엔딩 ‘다시 일어나리라’? 그 장면에서 아마 제가 제일 춤을 잘 출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에(웃음). 일단 넘버, 춤, 연기 모두가 각 캐릭터에 맞게끔 어우러져서, 캐릭터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거든요. 원탁의 기사들과 랜슬롯, 아더까지 해서 모두와 함께 춤추는 장면이라 제일 재미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은 멜레아강의 엔딩이고요. 사실 2019년 초연과 달라진 부분이 있는데, 멜레아강의 의지로 선택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저희 나름대로 연출님, 또 무술 감독 맡은 정성재 배우와 함께 이런저런 디테일을 생각해서 넣었거든요. 아더와 어떻게 대비되는지 찾아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웃음).

정다영 | 좋아하는 넘버는 많은데, 그 중에서도 ‘약속해’ 넘버의 가사가 늘 좋았어요. 내가 한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 운명에 대한 얘기들이라서 좋고 또 그 뒤에 바로 ‘우리를 구하소서’로 연결되는데 그것도 굉장히 좋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다시 일어나리라’ 넘버고, ‘깨어나’도 신나서 정말 좋아요! 아… 하나만 못 고르겠어요,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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