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드] 김찬호,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를 말하다(ft.스포일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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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드] 김찬호,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를 말하다(ft.스포일러)①
  • 김희선 객원기자
  • 승인 2023.03.2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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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드는 컷 제목 그대로, 배우와 함께 공연과 배역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인터뷰 섹션입니다. 기자와 만난 배우가 직접 들려주는 공연 이야기, 또 배우가 말하는 배역 이야기를 가감 없이 긴 호흡으로 전합니다.]

▲ 배우 김찬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 배우 김찬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그는 늘 바쁘다. 좀처럼 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항상 부지런하게 작품을 하고, 무대 위에서 있는 힘껏 땀 흘리며 에너지를 쏟는다. 어느날은 연극, 어느날은 뮤지컬 무대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종횡무진하는 그를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어느덧 데뷔 17년차를 맞았지만 열정도 외모도 여전히 청춘 같은 배우 김찬호 이야기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마치고 곧바로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이하 은위)>의 원류환으로 변신한 김찬호를, 공연이 열리는 서울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킹아더> 이후 휴식기를 갖겠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요.

“맞아요, 제가 그랬었죠(웃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이어 차기작 <은위>까지 쉬지 않고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아내 박혜나 배우의 추천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은위>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은위>는 예전부터 제안이 있었던 작품인데 스케쥴이 안 맞았어요. 제가 원작 웹툰이랑 영화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거든요. 대본도 재미있어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계속 안 맞았던 거죠. 그러다 이번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끝나고, ‘지금은 쉴 때가 아니다. 할 수 있을 때 작품을 더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오션스> 같이 하면서 연을 맺은 (백)인태, 임강성 형, (추)정화 선배님도 계셨고요.”

제작사 인터뷰에서 이전부터 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말씀하신 걸 봤어요.

일단 원작을 좋아했고, 제가 가진 배우로서의 능력치를 써서 잘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어요. 또 배우로서 ‘동구’의 바보 연기 같은 것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죠. 그런데 정말 재미있어요. 저도 60작품 넘게 했는데 그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라고 사방에 이야기하고 다닌다니까요.

<은위>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나요?

음악이 정말 좋고, 정화 연출님이 웹툰과 영화의 좋은 점들을 잘 버무려서 만들어낸 드라마가 잘 스며들어 있어요. 하면서 나쁜 점 없이 좋은 점만 있는 것 같아요. 음, 엄청 힘든 거 빼고?(웃음).

그런데 <은위>는 액션 씬 등 격한 동작이 많은 극이잖아요. 최근에 부상도 있었는데 말이죠.

<니진스키> 할 때도 그랬지만, 아무래도 제가 나이를 조금 먹었잖아요(웃음). 그때 워낙 점프를 많이 하다보니 무릎이랑 허리가 안 좋았어요. 안 그래도 어렸을 때 축구했던 것 때문에 발목이 안 좋거든요. 쉬려고 생각했던 것도 그런 부분 때문이었는데, 공연 끝나고는 좀 아프지만 (무대에서)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이 있어서 계속 달고 가고 있어요.

말씀하신 <니진스키>처럼, 지금까지 신체 난이도가 높은 작품을 여럿 해오셨는데 <은위>의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네요.

‘상(上)’이죠. A급. <니진스키>도 그렇고, 제가 어릴 때 <페임>에서 타이런 잭슨을 했거든요? 센터에서 계속 춤을 춰야 해서 정말 힘들었던 작품 중 하나예요. 사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래도 쉬는 부분이 좀 있잖아요. 그런데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도 쉬는 타이밍이 없어요. 1막에서는 몸을 많이 쓰느라 땀을 흘리고, 2막에서는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들이 많아서 못 쉬거든요.

▲ 배우 김찬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 배우 김찬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그동안 원작이 있거나 실존인물이 모티브인 작품을 여럿 하셨어요. 제가 경험해 본 건 아니지만, 아마도 100% 창작일 때와는 캐릭터 빌딩 과정도 조금 다를 것 같은데요. <은위>는 지금까지 여러 번 공연된 작품인 만큼, 여러 배우들이 원류환을 연기하기도 했고요. 지금 김찬호가 만들어 나가고 있는 ‘원류환’이라는 인물은 어떤지 설명해주신다면?

보통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 기본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많이 불러오잖아요. 하지만 ‘원류환’은 저의 경험이나 기억에서 끄집어 낼 수 없는 인물이죠. 간첩이고, 어렸을 때부터 사상적으로 세뇌를 받아온 인물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은위>라는 드라마 안에서 ‘원류환’이라는 인물이 가진 능력에 집중했어요. ‘원류환’이 ‘동구’를 연기하고 있는 부분에 포커스를 뒀다고 해야 할까요? 보는 분들로 하여금 ‘쟤는 뭔가 있는데? 뭔가 좀 다르네?’하는 생각을 하게끔요. 기본적으로 남보다 특출난 능력을 가졌다는 부분을 이미지로 드러내는 거죠. 어쨌든 간첩이잖아요.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가발도 쓰고 바보처럼 굴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적당히 조금만 바보로 갈까? 아니면 바보인지 아닌지 애매하게 갈까?’ 그러다 아예 더 멀리 가버린 거죠. ‘누가 봐도 정상은 아니구나’ 싶은데 중간중간 ‘어? 쟤 뭐지?’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요.

‘찬류환’의 디테일이 굉장히 궁금해지네요.

음, 살짝만 말씀드리면 ‘동구’가 평상에 누워서 드래곤 플래그* 동작을 혼자 하고 있어요. <은위> 영화에서 김수현 씨가 물구나무 서서 팔굽혀 펴기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런 느낌을 무대에서도 구현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복근 운동을 하는 장면을 넣어봤어요. ‘동구’가 배달을 할 때도 날렵한 동작을 보여주려고 한 손으로 옆돌기를 하기도 하고, 2층에서 뛰어내려서 ‘짠’하고 나타나는 장면을 추가하기도 하고.

*드래곤 플래그(Dragon Flag)는 이소룡이 고안한 최상급 난이도의 복근 운동으로 영화 <올드보이> 속 유지태가 보여준 운동으로 유명합니다.

듣기만 해서는 거의 1인 서커스단 같은데요?

저만 혼자 이러고 있는 걸로 알아요, 아휴(웃음). 그런데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런 신체능력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분들이 보시고, 정말 오랫동안 훈련 받은 요원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끔 움직이는데 최적화됐다고 할까요? 그런 액션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제가 연기하는 ‘원류환’의 장점인 것 같아요.

배우 김찬호의 탁월한 신체능력이 ‘원류환’과 공통점이 될 수 있겠네요. 그럼 ‘원류환’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부분도 있을까요?

딱히 저와 안 맞는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평소에 좀 바보 같거든요(웃음). 정신줄 놓고 사는 게 즐거운 것 같더라고요. 아, 이런 부분은 좀 힘들어요. ‘김태원’과 대면하러 가기 전 ‘순임’과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진짜 ‘원류환’이라면 이 장면에서 슬픔을 드러내지 않겠죠? 그런데 저는, 인간 김찬호는 그 장면이 정말 너~무 슬픈 거예요. 눈물을 보이지 않기가 힘들 정도로요. 저는 슬픈 영화만 봐도 저항 없이 바로 우는 편이거든요.

만약 다음 세상이 있었다면 ‘원류환’이 바라던 평범한 삶은 이루어 졌을까요? 배우님의 상상을 들려주세요.

애들과 잘 살았지 않았을까요? 해랑이, 해진이랑 남한에서 살았을 것 같아요. 여기 대한민국에서, 순임, 두석도 함께 슈퍼 근처에서 같이 사는 거죠. 그렇게 평범하게 산다는 게 정말 소중한 거라는 걸 이 극을 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고 있어요.

▲ 배우 김찬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 배우 김찬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건 크나큰 행복이죠. 그럼 ‘찬류환’으로 하나만 더 답해주세요. 등장인물 중 꼭 한 명에게만 술 한 잔 사주면서 같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누굴 고르실래요?

한 명이요? 음… 아! ‘남수(하웅환 분)’요. 남수가 술 한 잔 할 정도로 크려면(남수의 극 중 나이는 4세) 너무 오래 걸리겠지만요(웃음). 남수가 성인이 됐을 때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요. 남수랑 마지막 인사하는 장면도 정말 슬프거든요? ‘동구’가 아니라 ‘원류환’ 모습으로 정장을 입고 있는데 남수가 저를 알아보고 ‘동구, 안녕’하고 인사를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장면을 연습할 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좀 더 감동적으로 가고 싶어서. 그래서 남수(배우)에게 “뭐 하나 선물로 나를 줘라” 그랬죠. 그런데 하필 남수가 빨던 쪽쪽이(공갈 젖꼭지)를 준 거예요. 아, 그 순간 너무 웃겨서 노래를 못했잖아요. 결국 그 디테일은 포기했죠.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은위>팀으로 KBS <불후의 명곡>도 출연하셨더라고요?

아, 그게 사연이 있어요. (이)창민이가 <불후의 명곡>에 나가게 됐는데, 처음에는 국정원 역할 하는 친구들이랑 하려고 했어요. 문제는 그러면 전부 다 연습을 빠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쉽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이왕 나갈 거면 제대로 ‘광기’ 있는 친구들만 데리고 가자 해서 (서)동진이랑 제가 나가게 됐습니다.

만족할 만큼 ‘광기’를 발휘하고 오셨나요? 뮤지컬계의 테리우스라는 수식어가 인상적이더라고요.

테리우스는 절대 제가 요청한 게 아니에요(웃음). 100% 발휘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게 하고 온 것 같아요. 저희 분량은 거의 편집된 것 없이 다 나왔거든요. 오죽하면 ‘너희 행사 다니면 괜찮을 것 같다’고 추천도 하시고요.

그렇다면 아직 안 본 분들을 위해 <은위>를 영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음… 안 보시면 안 되는 공연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항상 작품할 때마다 ‘이 작품이 이 시대에 왜 올라올까’에 대해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은위>는 이 시기에 굉장히 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또 페어마다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번 오셔야 하고요(웃음).

[캐스팅보드] 김찬호, 김찬호를 말하다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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