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드] 김찬호, 김찬호를 말하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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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드] 김찬호, 김찬호를 말하다②
  • 김희선 객원기자
  • 승인 2023.03.24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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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찬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 배우 김찬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17년차 베테랑 배우답게, 김찬호는 인터뷰 내내 능숙하게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 속 ‘원류환’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러다가 ‘본체’ 김찬호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구간들이 있었는데, 그가 말하는 자신의 이야기도 곁들여 전한다.

저희가 앞에서 잠시 휴식기 이야기를 했는데요, 원래대로라면 1년 휴식기 때 뭘 하시려고 했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계획은 여행을 좀 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무릎과 발목, 허리 치료에 전념하려고 했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할 때 손목에 맨날 붕대를 하고 있었을 정도거든요. 당장 쉴 수는 없으니까, 쉬는 날 치료를 병행해야죠.

치료도 그렇고,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작품들을 연이어 하시니까 피로 회복이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아이러니컬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일을 하다가 안 하면 아프더라고요. 제가 코로나19 때 2주 격리하고, 격리가 3주 연장돼서 아주 푹 쉬었거든요? 처음 한 일주일, 열흘 정도는 정말 좋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찌뿌둥해지는 거예요. 3주째 되니까 정말 뭐라도 너무 하고 싶더라고요. 그만큼, 공연하는 게 힘들지만 행복하고 스트레스도 해소돼요.

박혜나 배우도 <이프덴>에 이어 <식스>를 하고 계셔서, 두 분 다 휴식이 필요하시겠어요.

그렇죠, 혜나씨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공연 열심히 하고, 집에 가서 차 한 잔 마시고 맛있는 거 먹고 자는 게 행복이에요(웃음).

대화를 나눠 보니 굉장히 따뜻하세요. 인간적인 배역을 굉장히 좋아하시는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은위>도 휴머니즘적인 드라마가 있는 극이고요. 그런데 사실 워낙 화려하게 생기셔서(웃음), 인간 역할도 많이 하셨지만 인간이 아닌 역할도 많이 하셨잖아요.

제가 이렇게 생겨서 ‘인외’를 많이 했죠(웃음).음… 이지나 연출님이랑 작품을 할 때마다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모든 배우들은 거울을 자주 봐야 한다. 거울을 봐라,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거울을 자주 보라는 이야기는 결국, 자기가 어떤 이미지이고 어떤 느낌인지 스스로 잘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하고 싶은 연기도 그런 쪽이고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너는 내 운명> 같은 시골 청년, 그런 연기가 하고 싶은데 거울을 보면 너무 드라큘라고, 너무 데빌인 거죠(웃음).

그래서 배우가 본인의 이미지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 같아요. 제가 소위 말하는 ‘인외’ 역할을 많이 했는데, 그만큼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그런 역할을 안 할 수 없잖아요. 저는 그래서 도화지처럼 뭘 그려도 다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을 참 좋아해요. 그런 얼굴이 배우에게는 정말 좋은 것 같거든요.

도화지 같은 얼굴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배우들 중에 ‘아, 이 사람 얼굴 정말 부럽다’ 생각하신 분이 있으세요?

혜나씨요(웃음).

즉답을 주셨네요. 그럼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 꼭 한 번 다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요?

애정 있는 작품은 여럿 있죠. 그 중에서 몇 작품만 이야기하자면, 우선 <미드나잇:액터뮤지션> 정말 재미있게 했고, 매일 다른 공연을 보여드리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그리고 <베헤모스>도 정말 재미있었고, 선배님들이랑 했던 <바냐와 소냐와 마샤와 스파이크>도 좋았어요. 뮤지컬도 좋아하지만 연극을 참 좋아해서, 기회가 되면 연극을 또 한 번 하고 싶어요.

그럼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요?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젓고) 딱히 없네요. 해보고 싶은 작품이라기 보다, 앞으로는 제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가려고 해요. 그동안 많은 작품들을 했지만 이제는 조금 더, ‘이건 김찬호가 아니면 안 된다’ 싶은 그런 작품을 찾아가는데 전념하고 싶어요. ‘김찬호’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달까요.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김찬호라는 브랜드의 장점이 뭔지 소개해주시는 걸로 이야기를 마칠까요?

휴머니즘 이야기를 오늘 많이 했잖아요. 제가 가진 에너지를 함께 공연하는 사람들,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관객분들에게 전해드리는 게 우선 제일 큰 목표예요. 기본적으로 에너제틱한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저라는 사람이 가진 브랜드의 가치겠죠. 이제는 나이도 점점 먹어가니까요(웃음). 인간 역할이든 인간이 아닌 역할이든, 인간미 넘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조금 더 집중해보려고 하는데, 여러분께 전달될 수 있도록 잘 지켜봐주세요. 아, <은위> 꼭 보러 와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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