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한국 탁구의 레전드인 '깎신' 주세혁 감독이 여자탁구 명문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았다.
18일 탁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주 감독은 이달 초 계약했다.
주 감독은 지난주부터 인천 서구 대한항공 탁구단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 초 강희찬 감독이 물러난 뒤 젊으면서도 중량감 있는 경력을 지닌 지도자를 물색해왔다.
만 44세로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을 지휘한 주 감독은 대한항공에 최적의 선택지였다.
대한항공과 주 감독은 올 상반기부터 교감했고, 선임 작업은 파리 올림픽이 끝난 뒤 빠르게 진행됐다.
1973년 창단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탁구단인 대한항공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7연패를 이뤄내는 등 최강팀으로 군림해왔다.
다만, 2010년대 중반부터는 다른 팀들이 약진하면서 '최강팀'의 이미지가 다소 희석된 상황이다.
현재 대한항공에는 파리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동메달,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수확한 한국 탁구 최고의 스타 신유빈이 있다.
신유빈과 함께 파리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에 기여한 이은혜, 지난해 종합선수권 여자 단식 우승자인 김하영, 귀화한 두 강자도 대한항공 소속이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좋은 선수들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메달권 성적을 기대할 실력자로 키워내는 중책이 주 감독에게 맡겨졌다.
신유빈과 이은혜는 그간 주 감독과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기에 적응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거로 보인다.
주 감독은 삼성생명 소속이던 2018년 당시 유남규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현 한국거래소 감독)을 코치로 보좌하며 여자 선수들을 지도한 바 있다.
삼성생명 남자팀 선수로 뛰던 2017년에도 여자 선수들을 가르치는 역할도 맡았다.
주 감독은 유 감독을 도와 삼성생명 여자팀의 2017년 종합선수권 단체전, 2018년 종별대회 단체전, 실업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주 감독은 "대한항공이라는 명문팀에서 나를 선택해줘 감개무량하고, 그만큼 책임을 느낀다"면서 "대한항공을 더 강하고, 더 인기 있고, 좋은 선수들이 다들 오고 싶어 하는 구단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국제무대에서 성적을 낼 선수를 키운다는 구단 목표에 따라 신유빈을 비롯한 선수들이 더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주 감독은 현역 시절 역대 최강의 수비 전형 선수로 활약해 '깎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2003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남자 단식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 단식 결승에 오른 건 주 감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한편,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을 지휘한 오광헌 감독 역시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 실업팀 단장 자리로 옮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