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드②] 정욱진이 들려주는 뮤지컬 ‘랭보’에 관한 사소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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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드②] 정욱진이 들려주는 뮤지컬 ‘랭보’에 관한 사소한 이야기들
  • 서울자치신문
  • 승인 2022.11.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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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30분 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는 어느 순간 ‘수다’에 가까워졌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랭보’에 대해 풀어놓은 정욱진의 이야기들을 여기에 따로 간추린다.

# 정욱진이 느낀 뮤지컬 ‘랭보’ 속 랭보의 첫 인상

“실존 인물이니까, 인터넷으로 사진이나 초상화도 찾아보고 영화 ‘토탈 이클립스’도 봤어요. 시작하고 10분 후부터 넘겨가면서 보다가 ‘아,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 싶어서 껐어요(웃음). 레오나르도 리카프리오가 가진 인상이나 랭보의 이미지 같은 게 확실히 제가 갈 길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활자, 대본 속 인물에게 집중하기 시작했죠. ‘이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내가 어떻게 인물을 만들어 나가면 2시간 동안 극을 재미있게 보면서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대본을 보면 랭보의 아버지는 군인이었는데 일찍 집을 나가버리고, 엄격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어머니 밑에서 답답하게 자란 것 같아요. 아직 17살이니까 인격 형성이 완벽하게 되어 있기 전인데, 그런 답답함을 시로 해소했겠죠? 성종완 연출님이 연습할 때 그러시더라고요. 랭보는 시인인데, 지금으로 따지자면 래퍼인 거라고. “시인은 세계에 대한 반항이자 금지된 세상에 대한 탐구이다”라는 가사처럼요. 그렇게 생각하니, 영화를 보지 않는 쪽이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실존인물과 멀어지기 위한 작업을 했죠.“

# 정욱진이 생각하는 베를렌느와 들라에

“베를렌느는 어떤 확고한 이미지가 아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민의 깊이나 감정이 인물을 표현하는 열쇠라고 생각해요. 랭보는 베를렌느의 시를 읽고 완전히 매료돼서 다 버리고 그에게 갔잖아요. 그런데 같이 지내면서는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까웠겠죠. 지인이 공연을 보러 와서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랭보가 가스라이팅을 엄청 한다!’고(웃음). 랭보가 선한 인물인 건 아니니까, 일부 공감도 했고요.

들라에요? 들라에한테는 무척 고마웠을 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들라에가 랭보의 ‘자존감 지키미’ 같다는 생각도 하는데(웃음). 그리고 이제 랭보가 폴(베를렌느)의 자존감 지키미가 되어주려다가 그게 잘 안 되니까, 사실은 들라에가 굉장히 어려운 일을 하고 있었구나, 깨닫게 되는 거죠.”

# 랭보와 4명의 베를렌느

“4명의 베를렌느 중에 중에 (김)종구 형만 왼손잡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손을 찌르는 장면의 액팅이 좀 달라져요. 사실 베를렌느마다 뭔가 다르다거나 특징이 있다기보다, 제가 랭보로서 2시간 동안 베를렌느를 만나서 그의 시를 사랑하고, 또 그가 충분히 특별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 누가 조금 더 내 말에 잘 이끌려오냐, 정도가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다들 잘 안 끌려오지만요. 그나마 (김)지철이 형이 좀 끌려오고, 다른 세 분은 (랭보 말을 안 듣고) 어둠 속에 있어요(웃음).”

# 랭보와 3명의 들라에

“(문)경초는 저랑 동갑이니까 제일 친구 같은 들라에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지우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귀엽고요(정욱진과 정지우는 11살 차이다). (조)훈이는… 키가 크죠. ‘취한 배’라는 넘버를 할 때, 어깨동무를 하고 “인간이 보았다고 믿었던 것을~” 하면서 가리키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걸 원래 같이 바닥에 서서 했었는데 리허설을 한 뒤에 연출님 노트에 ‘랭보가 몇 단 올라가서 하라’고 적혀 있더라고요(웃음). 그만큼 키도 크고 ‘포스’가 강한 친구인데, 실제로는 굉장히 여리고 섬세해요. 3명의 들라에가 다 좋아요.”

# 정욱진이 좋아하는 ‘랭보’의 넘버(feat. 하나만 고를 수 없어 5개나 불러버린)

“너무 많아요. 제가 원래 평소에 발라드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초록’이나 ‘하얀 달’이 그런 감성적인 매력을 충족시켜줘서 좋아요. 그리고 ‘취한 배’나 ‘앉은뱅이들’은 부르면서 시원해서 좋고, 매력 있고 아름다운 곡이에요. 그리고 ‘영원’. ‘영원’은 비교적 그랜드한 느낌의 곡이라 다른 넘버들하고는 또 다른 충족감을 주죠. 그나마 추려서 5곡이에요, 넘버가 다 좋아서 뺄 곡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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