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프레스콜] 진실을 대하는 날카로운 방식, 뮤지컬 '윌리엄과윌리엄의월리엄들'
상태바
[ON-프레스콜] 진실을 대하는 날카로운 방식, 뮤지컬 '윌리엄과윌리엄의월리엄들'
  • 최상미 객원기자
  • 승인 2023.03.22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우들이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월리엄들' 을 시연하고 있다.
▲배우들이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월리엄들' 을 시연하고 있다.

18세기 말, 런던 사회를 뒤흔들었던 셰익스피어 유물에 관한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의 프레스콜이 3월 21일 아트윈씨어터 2관에서 진행되었다.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월리엄들>은 지난해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창작뮤지컬 분야 선정작으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실화를 바탕으로 탄탄한 서사,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세 인물, 섬세하고 중독성 높은 음악이 어우러져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일으켰던 작품으로 드디어 올해 정식 무대에서 선보인다.

이 작품은 18세기 런던을 뒤흔든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 <보르티게른> 유물에 관한 사기극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 사후 200년쯤 지난 1796년 4월, 런던 드루리 레인 극장에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 편의 희곡이 상연되었다.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이라며 <보르티게른>을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데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어설픈 완성도에 혹평이 쇄도하고 작품의 실패는 그간 윌리엄 부자가 공개한 문건들도 위조라는 증거들 역시 속속 드러나며 셰익스피어의 유물 공개와 진위 여부로 런던이 들끓게 된다.

18세기 말 런던을 떠들썩하게 만든 최고의 스캔들을 모티브로 만든 창작 뮤지컬로 아들이 건넨 셰익스피어 유물 덕에 난생처음 맛본 명성에 취한 '윌리엄 사무엘 아일랜드' 역에 섬세한 표현력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인정받은 배우 김수용과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작품의 균형감을 불어넣는 배우 원종환, 단단한 음색과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아 온 배우 이경수가 참여해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진짜라 주장하는 '사무엘'역을 입체적으로 펼쳐낸다.

▲배우들이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월리엄들' 을 시연하고 있다.
▲배우들이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월리엄들' 을 시연하고 있다.

갈등과 선택의 순간마다 나타나 원하는 모든 걸 가져다주는 미지의 신사 'H' 역에 탁월한 캐릭터 분석이 돋보이는 배우 주민진과 노래, 연기, 안무 실력을 모두 겸비한 배우 김지철, 신예답지 않은 무대 장악력으로 주목받는 배우 황휘가 출연해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오가며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들 헨리에게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숨만 쉬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헨리는 셰익스피어의 필체와 친필 사인을 흉내 내어 소네트 한편을 쓰게 되고 헨리의 작은 거짓말은 어느 순간 런던 최고의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다.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 역에 뛰어난 가창력과 순수한 매력을 선보인 배우 임규형, 안정적인 연기력과 맑은 음색의 배우 황순종,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과 매력적인 보컬을 선보이는 배우 김지웅이 출연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서 한 헨리의 사소한 거짓말이 어떻게 세기의 사기극으로 되었으며 셰익스피어에 열광하던 런던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어쩌다 허술한 위조에 속아 넘어갔을까? 유물을 전해줬다는 실체 없는 미지의 신사 H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월리엄들' 단체사진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월리엄들' 단체사진 

드라마틱한 실화에 '보르티게른'을 비롯한 셰익스피어 유물의 진위를 가리는 재판은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졌다고 하는데 김은영 연출은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허구의 작품이지만 헨리가 왜 위조를 하기 시작했고 사무엘은 무엇을 위해 위조를 했는지 인물들의 심리, 이유 등에 중점을 두고 연출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가장 좋은 넘버곡은 무엇인지 질문에 이경수 배우는 '풍경 풍경 풍경~♬'을 원종환 배우는 헨리와 H가 위조할 때 현악기 넘버곡 '소네트'를 김수용 배우는 헨리와 사무엘이 서로에게 닿을 수 없는 속마음을 노래한 '윌리엄과 윌리엄의 이야기' 곡을 꼽았다.

이 작품에는 총 3번의 가상의 재판이 등장하는데 사랑과 인정, 부와 명예를 갈망하여 그 욕망을 위해 매 순간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갈등하고 선택하며 그 대가를 치르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며 거짓도 진실이 되는 18세기 영국 사회를 통해 2023년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진실을 대하는 방식을 날카롭게 질문을 던진다.

너무나 쉽게 그럴싸한 위작을 만들 수 있고 정보 공유라는 미명 하에 SNS를 통해 유명해지면 그것이 진실이 되고 뒤늦게 거짓이 드러나도 쉽게 묻히는 현시대에서 신선하게 와닿는 작품이다.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3월 8일부터 5월 28일까지 아트윈씨어터 2관에서 이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