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ON] '라흐헤스트' 김주연-안지환, “질문할 수 있는 좋은 동료, 함께 만든 즐거운 공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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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라흐헤스트' 김주연-안지환, “질문할 수 있는 좋은 동료, 함께 만든 즐거운 공연” ②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3.08.24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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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주연-안지환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Q. ‘각설탕만 만지작, 만지작’ 이 부분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은데 이 부분에 포인트가 있나요?

안지환 <라흐헤스트>에서 제대로 진행되는 첫 장면이잖아요. 그래서 그냥 마음을 열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다른 공연 볼 때도 어떻게 봐야 하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이 장면은 객석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늘 유쾌하게 진행하려고 노력해요.

김주연 저는 이 장면에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을 때 급작스럽게 마음이 깊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서로 소통하는 처음 단계잖아요, 나의 마음을 건드는 이 사람 누구야 하면서(웃음).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랑도 잡아내는 거죠.

Q. 사람들이 ‘이상’을 똥차라고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나요?

안지환 ‘이상’은 이상하게 예술, 나, 사랑을 유기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동림’에게 프러포즈할 때 그게 ‘이상’의 최선이었고 늘 최선을 찾아서 나가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면서도 이런 말을 남겼더라고요. ‘나는 어쩌면 여기에도 끼지 못하고 저기에도 끼지 못하는 그런 존재인가 보오’ 라며 자기를 낮추는데 그런 기분으로 산다는 건 굉장히 괴로웠을 것 같아요.

예술가에게 대중이란 큰 존재인데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받았기에 인정에 대한 갈망도 컸을 거예요. 제 생각엔 ‘이상’은 항상 확신에 차 있던 사람은 아니라, 일본에서도 편하지 않고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동림’과 마주친 순간에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물론 이런 남자는 피해서 만나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웃음).

Q. ‘동림’은 강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김주연 강함이라는 게 정신적인 거잖아요? 우리가 왜 ‘동림’이 강하다고 느끼는지 배우 김주연으로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 명확성을 가지려고 했어요. ‘동림’도 ‘향안’도 완성된 사람은 아니고, 단단함 속에 고민이 있는 성장하는 인물이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너무 단단해지면 이 극을 볼 이유가 없어지기에 수위 조절에 신경 썼어요.

“나 혼자 동경에 가면 되지 뭐”라는 대사를 할 때 말투를  변경해 본다던가, 서울 사투리를 써서 시대의 느낌을 살리던가 하는 것들을 ‘동림’에게 많이 입히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지환이 오빠랑 거의 매일 상의했는데 오빠가 여기에 포인트를 줘야 해, 여기는 짧게 가져가야 해 이런 것들을 같이 고민해 줬어요. 근데 이 대답 좀 잘한 것 같아요(웃음). 오빠 보고 있지?

Q. 제일 좋아하는 넘버나 장면은 어떤 부분일까요? 이유도 알려주세요.

안지환 저는 ‘내가 떠나도’의 넘버와 장면을 제일 좋아해요. 가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가 진행되는데 이런 시도를 해주신 작가님, 작곡가님에게 감사드려요.

초연에 ‘내가 떠나도’ 장면에서 죽을 때 쭉 걸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디렉을 주셨어요. 그게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기분이었는데 재연에 와서는 글이 날았으면 좋겠다는 욕망을 넣었어요. 꼭 알려지지 않더라도 내 글에는 ‘동림’이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죽겠다는 새로운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게 ‘동림’을 스쳐 지나감으로 마지막 넘버인 ‘라흐헤스트’와 ‘이상’이 연결이 되고, 남은 사람들에게 예술이 이렇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과 함께 그 장면이 소중해진 것 같아요.

김주연 모든 넘버가 다 좋아요. 초연 때 좋아했던 노래랑은 좀 달라졌는데 이번에 제일 최애곡과 장면은  ‘향안, 그 이름을 내게 줘요’인 것 같아요. 

이번에 극장이 넓어져서 서로의 장면 중간에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볼 시간이 있어요. 그래서 늘 통로 쪽에서 서서 ‘향안, 그 이름을 내게 줘요’를 구경하는데 스스로도 ‘동림’아 잘 컸다. 잘 보내주고 오자 이런 생각을 하곤 해요.

▲ 배우  안지환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ㅣ사진 ⓒ 김수현 기자

Q. 두 배우가 남긴 SNS 사진들을 보면 남매 같기도 하다. 두 분의 호흡은 어떤가?

안지환 처음엔 약간 문제가 됐어요(웃음). 지금은 친한 걸 넘어서서 더 친해져서 괜찮은데 처음에는 웃겨서 위기가 많이 찾아왔어요. 시작 5분 전까지 세상에서 제일 웃긴 얘기를 하다가 5분 후에 제일 슬픈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는 게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잖아요. 물론 지금은 문제없고요.

김주연 그동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못 만나다가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어요. 오빠랑 제가 사주 상으로 같은 수(水)인데, 같이 흘러가는 기분이 들어서 기쁜 일이 있으면 같이 기쁘고 슬픈 일이 있으면 같이 슬퍼요. 오빠가 옆에 있어서가 아니라 서로 연기 고민을 수용도 잘하고 많이 질문할 수 있는 좋은 동료예요. 제가 수용 안 할 때도 있지만(웃음). 장면 만들면서 고민도 많았지만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Q. 공연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안지환 있어요(웃음). 재연에선 나아졌는데 ‘너로 인하여’ 장면에서 ‘동림’에게 종이를 받는데 꼭 주연이 종이만 거꾸로 오는 거예요. 약간 영구 없다~ 느낌으로 그게 너무 주연이스러워 웃음을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공연 전 보완 시간에 웃음 참기가 힘드니 제대로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다음부터는 제대로 주더라고요.

Q.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게 한마디 말을 건넨다면?

안지환 저 ‘이상’ 선생님이랑 술 한잔하고 싶어요. 그냥 얘기 나누기만 해도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안주는 셈비끼야의 멜론에 사케 한잔하면서 좋은 시간 보내고 싶네요.

김주연 캐릭터마다 가지는 이미지도 다르고 메시지도 다르겠지만, ‘동림’을 하면서 스스로 위안이 되고 위로받고 있어요. 짧지 않은 공연 기간 동안 제가 가는 길이 옳다고 말해주는 ‘동림’에게 고마움을 전할래요.

Q. 뮤지컬 <라흐헤스트>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안지환 제가 <라스헤스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상’, ‘환기’ 두 분을 있게 한 또 다른 예술가의 이야기라는 점이에요. <라흐헤스트>가 주는 메시지라면 사람은 가도 예술은 남는다는 이야기하고 있죠. 정말 따뜻하고 흔치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김주연 <라흐헤스트>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을 만나서 너무 행운 같은 시간이었고, 각기 느끼는 점이 다르시겠지만, 공연을 보고 난 뒤 누군가에게는 행운이 찾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연하고 있으니 꼭 보러 오시라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어요. 

Q. 인터뷰를 보시는 독자분들께 인사를 전해주세요.

안지환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따뜻한 작품을 보고 싶으시다면 <라스헤스트>를 놓치지 말고 한번 봐주세요.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김주연 마지막까지 <라흐헤스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요, 오시기 전에 ‘이상’ 시인의 시나 ‘환기’ 화백님의 그림을 보고 오시면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공연장에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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