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설연
시인.낭송가, 현대시선 편집장
성동문입협회 회원
시인.낭송가, 현대시선 편집장
성동문입협회 회원
꽃잎에 묻은 흙을 털어내느라 앉았다,
스며드는 오후의 그늘 안에서
꿈꾸는 이야기의 무릎뼈를 오래 지켜보네.
저물녘을 건너는 바람이 드나들며
한 잎 두 잎 꽃잎을 세고
부재한 말문이 무릎을 모으고 꽃잎을 센다.
흔들려보는 명치의 꽃봉오리 피느라
입술을 달싹이며 꽃잎 사이에서 움직일 때마다
쪼그리고 앉은 시간이 발등에서 가만 숨 고르기를 한다,
한 무더기 꽃들의 높이에서
낮은 곳으로 앉느라 휘어진 꽃의 관절을
바람이 만지는지 한 번씩 흔들리며
내 눈 속으로 들어온다,
구붓한 꽃대 사이로 잦아드는 바람 소리가
사람의 속으로 들어오는 날
보도블록 위에 심장을 대고 있는 꽃 한 송이에
생이 환히 보여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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