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름신이 강림한 당신의 소비는 합리적입니까?
상태바
오늘 지름신이 강림한 당신의 소비는 합리적입니까?
  • 성광일보
  • 승인 2024.04.09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책<가장 쉬운 행동경제학>을 읽고
김정숙 논설위원

“38kg입니다.”

재활용 옷을 수거해 가는 분이 옷 보따리를 저울에 재고 1만7천원을 건넸다. 산더미 같던 옷이 빠져 나간 순간 옷장은 가벼워지고 헐렁해 졌다. 딸은 어떤 이유로 저 많은 옷들을 샀던 것일까? 38kg의 옷을 살 때 까지 도대체 돈을 얼마나 쓴 걸까?

딸의 나이쯤엔 나도 그랬다. 옷 욕심이 많았던 나도 지나가다가 예쁜 옷이 있으면 사고 동료가 입으면 샘이 나서 사고, TV에서 연예인이 광고 하면 멋있다고 사고, 디자인이 맘에 들면 색깔별로 사고, 휴일에 혼자 있다 보면 심심하다고 아이쇼핑 갔다가 충동적으로 사고, 하여간 사고사고 또 사다 보니 집안의 옷장은 배가 불러서 터질 지경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 마다 후회와 후회를 반복하지만 계절이 바뀌면 유행도 바뀌어서 또 옷을 사곤 했으니, 수입의 30%는 옷을 사는데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옷만 보면 귀신에게 홀린 건지 옷을 향한 열망은 이성적 판단을 늘 앞서가곤 했다.

38kg이나 되는 딸의 옷을 내 놓으며 과소비니, 충동구매니 궁시렁궁시렁 했지만 딸이나 나나 도긴개긴 인건 마찬가지다.

평소 경제관념이라면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근검과 절약이 몸에 배고 과소비는 내 인생에 얼씬도 못 한다고 큰 소리를 쳤어도 “옷“을 대할 때만큼은 지름신이 강림하는 건 그럴 때마다 무언가에 단단히 홀리는 게 틀림없었다. 이성적 합리적 실용적 아이콘의 대명사라고 자부했던 나는 언제나 합리적이지 않으며 언제나 이성적이지 않고 언제나 실용적이진 않았던 것이다,

책 <가장 쉬운 행동경제학>은 이기적이면서도 합리적이라고 가정되는 인간의 소비 행동이 왜 비합리적이고도 감정적, 이타적, 본능적 소비행동을 하게 되는 지를 이야기 한다. 전통경제학이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가정하에 작용하는 시장경제의 논리 즉,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이야기 한다면 행동경제학은 보이지 않는 손 이외에도 시장경제에 변수가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 변수가 인간의 비합리성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이 비합리적인 이유를 마음, 즉 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행동 뒤에는 여러 가지 마음이 존재해서 인간의 인지는 때때로 착각을 수반하기도 하고 시장경제에 맡겨진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가격결정의 시스템도 심리가 작용하면 ‘보이지 않는 손’의 경제 논리는 맥을 못 춘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경제를 움직이는 우리의 정서가 되기도 하고 날씨라든지 대중이 몰려드는 스포츠 경기처럼 상황이나 환경도 경제를 움직이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엔 주가도 상승하고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 이긴 날엔 야식도 많이 하는 현상도 이러한 맥락이다. 전통경제학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시장 논리가 아니라 모두가 ’기분‘의 시장 논리이다. 감정이 오가는 기분 탓에 야식이 늘어서 소비가 늘고 묻지 마 주식투자는 주가를 부추기며 시장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마음으로 인해 비합리적 행동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경제를 모두 설명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된다면 전통경제학은 유명을 달리할 것이고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학문으로서의 기능을 다 한 것이라고 밖에 할 수 가 없다. 여기서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마음의 작용, 즉 비합리성의 행동은 단기적 현상이다. 단기적으로 경제를 설명하는 이론이 심리가 바탕이 된 행동경제학이요, 장기적으론 여전히 전통경제학이 경제 논리를 설명한다. 따라서 경제학이라는 건 전통경제학과 행동경제학 양쪽 모두의 이론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행동경제학은 어떤 상황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팽창하는 행동경제학의 응용은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것일까?

책에서 행동경제학의 응용분야는 다방면에 걸쳐서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마케팅이나 새로운 상품의 기획 또는 디자인, 주식이나 외환 등에 대한 인간의 판단과 행동들도 모두 연구 대상으로 다룰 수가 있어서 이론을 응용하고 활용하는 건 사업이든 정치든 어떤 분야에서든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활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가 중요한 관건인데 그것은 인간의 마음, 심리와 상황과 환경 등의 변수적 요인을 읽는 일이야 말로 고객을 얻는 길이요, 소비자를 얻는 길이라는 것이다. 결국 어떤 환경에서든 사람의 심리를 읽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당신은 순간적으로 어떤 물건에 지름신이 강림하셨는가?
과연 그 소비는 합리적이었는가, 비합리적이었는가? 어떤 마음이 충동적으로 당신의 지갑을 열게 했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