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재난관리평가 기관장 인터뷰 모습광진구가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2024년 재난관리평가’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재난관리평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됨에 따라, 광진구는 행정안전부장관 표창과 함께 특별교부세 8천8백만 원과 포상금 등 재정적 인센티브도 확보하게 됐다.재난관리평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매년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재난관리 책임기관을 대상으로 재난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제도이다. 올해는 338개 기관을 대상으로 6개 분야(공통‧예방‧대비‧대응‧가감점)에 대한 현장평가와 서면평가를 실시했다.진구는 올해 4월, 구의아리수정수센터에서 민‧관‧군‧경‧소방 등 6개 기관 합동으로 방호 훈련을 실시했다.재난관리 역량은 우수, 보통, 미흡 3개 등급으로 평가된다. 광진구는 ▲ 재난관리 기금 관리 실적 ▲ 재난대비 훈련 실적 매뉴얼 관리 ▲ 재난 시 신속한 초동조치 역량 ▲ 재해 구호 인프라 확보 등 전 분야에 걸쳐 우수한 평가를 받아 최고 등급인 ‘우수’를 달성했다.특히, 구는 ▲ 스마트 휴 쉼터, 광진 생수터 등 기후 재난 대응 체계 구축 ▲ 선진 보행 교통안전체계 구축 ▲ 24시간 재난안전시스템 운영 등을 통해, 급변하는 재난 환경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예방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광진구는 구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각오로 선제적 재난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이번 재난관리 평가 결과, 부족한 부분은 신속하게 개선하며 더욱 안전한 광진구를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한편 광진구는 재난관리평가를 비롯해,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등 각종 평가에서 매년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며 빈틈없는 재난 대비‧대응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뉴스 | 이용흠 기자 | 2024-07-11 18:37
지난 5일, 성수1가제2동 주민자치회는 ‘성일이 아카데미 반려식물 재배교실’을 열었다.성동구 성수1가제2동 주민자치회(회장 이미순)는 지난 5일 성동구가 중점 추진 중인 '5분 일상정원도시 성동' 사업에 발맞추어 정원문화 프로그램의 하나인 '성일이 아카데미 반려식물 재배교실'을 열었다.이번 '반려식물 재배교실'은 주민자치회 활동 지원사업으로서 세계적인 기후위기, 팬더믹 현상에 따른 대응 방안으로 도시 녹지와 정원조성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주민자치회 복지환경분과 주관으로 실시하게 되었다.특히, 주민자치회에서는 구의 '5분 일상정원도시 성동' 사업추진 전략 중 하나인 다양한 원예 프로그램 개발 및 마을정원사 양성과정 운영에 따라 식물 수경재배와 가드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지역주민에게 제공하여 일상 속 쉼, 정서 안정, 우울감 해소, 공기정화, 실내정원 인테리어 효과 등 녹색 행복을 누리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데 의미가 크다.2회차에 걸친 수업에서 주민들은 수경식물의 종류, 수경재배 방법, 홈 가드닝 방법 등에 관한 이론을 배우는 것은 물론 접란, 나한송, 상록넉줄고사리 등의 식물을 예쁘게 심고 비단이끼와 화산석을 이용하여 꾸며보며 마음에 쉼을 누리는 시간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홈가드닝 방법을 익히며 일회성 식물 심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 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성수1가제2동 이미순 주민자치회장은 "바쁘고 힘든 사회에서 우리 이웃들이 모여 수경식물 재배를 즐겁게 배우고 마음의 위로를 받는 가치 있는 활동이었다. 앞으로 관내 소외된 이웃들과 반려식물 나눔과 홈가드닝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지역정원 관리에도 관심을 갖는 등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이진아 성수1가제2동장은 "항상 성수1가제2동 발전에 늘 힘써주시는 주민자치회가 의미있는 프로그램을 개최해 주셔셔 감사드린다. 이런 주민참여 활동이 더욱 활성화되어 반려식물 나눔 등을 통한 지역주민들이 익숙한 거주지에서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지속거주'(Aging In Place)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우리 주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귀기울여 듣고 이런 활동들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뉴스 | 이원주 기자 | 2024-07-11 09:13
성동구가 지난 6월 관내 거주 청년들을 대상으로 공공부문의 행정·복지 실무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모집했던 2024년 하반기 ‘청년 행정체험단’이 최종 80명으로 선발되어 이번 달 8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다.접수 마지막 날인 6월 21일, 총 313명이 접수하였고, 이 중에 중복참여와 나이 제한 등 자격요건 미달인 11명을 제외한 302명 중 무작위 전산 추첨을 통해 최종 80명을 선발하였다. 부서별 요청 사항, 거주지, 희망 분야, 전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들의 근무지가 배치되었으며 7월 4일 구 홈페이지를 통해 결과를 공고하였다. 앞으로 청년들은 7월 8일부터 8월 6일까지 총 22일간 구청, 동 주민센터, 보건소, 성동문화재단, 청소년 센터, 아이꿈누리터, 육아종합지원센터 등 41개소 근무지에서 일하게 된다.청년들은 22일간 근무하면서 행정·복지 업무 지원을 하는 한편, 성동구 거주 경험 및 현장 행정 체험을 기반으로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제안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활동 종료 전인 8월 1일 워크숍을 개최하여 직업 지원 교육을 진행하고, 청년들이 제안한 정책 아이디어 및 활동 소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뉴스 | 이원주 기자 | 2024-07-11 09:06
김정숙 논설위원어릴 때 가정에서부터 저축과 소비 그리고 노동을 배우게 되면 그 아이이는 가정이든 학교든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경제적 관념의 생각을 하게 된다. 경제와 관련 해 생각 할 수 있는 능력, 즉 경제적 사고를 하게 되는데 경제적 사고란 비단 어떤 무언가를 아껴 써서 소비를 줄이고 돈을 모으거나 덜 쓰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주변의 모든 일들이 경제와 관련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자신이 쓰는 학용품을 보면서도 얼마를 주고 샀는지, 어디에서 사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소비에 관한 사고, 어떤 회사에서 만들었는지 생산에 관한 사고, 그 학용품을 산 돈의 출처, 즉 자신이 가정에서 설거지를 한 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임금(소득)에 대한 사고도 할 수 있다. 자신이 번 돈으로 갖고 싶은 게임기를 샀는데 그런데도 돈이 남을 경우 그것을 저축하여 목돈을 만드는 과정도 배울 수가 있다. 저축과 소비와 노동을 통하여 알게 된 경제적 사고의 시각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경제활동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사회로 확장 되었을 땐 거시적 환경의 경제가 돌아가는 형국을 이해하게 되고 국내는 물론 국제 시장의 경제적 안목도 키우게 되는 기본적 틀이 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경제를 배우긴 배웠다. 경제주체의 3요소라고 해서 가계, 기업, 정부를 배웠으며 고용, 인플레이션, 실업률, 물가등은 매일 저녁 9시 뉴스에 등장하는 단골 이슈들이다. 그런데도 성인이 되도록 경제 돌아가는 게 어렵다는 건 경제에 관심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어렵다고 지레 겁을 먹어서이기도 하다. 모든 학문은 처음 배울 때 어렵다. 어렵지 않고 쉽다면 그건 학문이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밥을 먹는 행위처럼 일상일 뿐 심혈을 기울여 배워야 하는 건 아니다. 학문이기에 심혈을 기울여 배울 수밖에 없는 건데 알다시피 어떤 학문을 통달한 사람은 그것처럼 쉬운 게 없다고 하기까지 한다.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이 외국어가 쉽다고 하거나 수학에 능통한 사람이 수학은 취미라고 하는 것처럼 어려운 상태에서 벗어나 “잘”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그들은 그것을 쉽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경제도 학문이다. 그래서 처음에 접할 땐 뭐가 뭔지 어리버리 하지만 그것을 계속 들여다보고 생각하다 보면 경제를 이해하는 게 쉬워진다. 저녁 9시 뉴스에 외국어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수학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매일 알려주진 않지만 사과 값이 금값이 되었고 환율이 얼마인지, 주식시장의 코스피와 코스닥이 얼마를 찍었는지 부동산 시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매일매일 나온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되어 죽는 날까지도 매일 저녁 9시 뉴스에 나온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수십년간 경제가 어렵고 이해할 수 없다는 건 뿌연 안개가 낀 산 속 길을 헤드라이트 없이 운전하며 집으로 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경제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게 좋다. 경제는 단순 암기 과목이 아니고 수학 방정식을 푸는 학문도 아니어서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사실 과거엔 어린 시절부터 경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가정이나 학교밖에 없었다. 청소년 아르바이트라는 것도 생겨난 건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고작해야 학교 사회 과목에 경제편이 조금 끼어 있어서 수박 겉 핥기 식의 공부만 됐을 뿐 현실의 경제, 즉 실물경제와 연결 된 책은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경제를 배울 수 있는 매체는 TV뉴스나 신문밖에 없었는데 어린 아이들에게 어른의 눈높이에 맞춰진 신문을 읽으라고 하는 건 지루한 전문서적을 어린 아이에게 읽으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신문을 읽으라고 해도 한두 번 읽으면 싫증을 냈던 이유도 도무지 눈높이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 서점에 가도 어린이, 청소년 관련 경제 서적이 많아서 만화로 나오기도 하고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경제서적들이 가판대에 알룩달룩한 일러스트로 치장해 나오기도 한다. 내용도 쉬워서 청소년기에 이런 책들을 읽어 두면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신문도 읽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경제 관련 서적을 읽거나 관련 매체를 보는 건 경제에 관한 이론적 지식을 쌓거나 현실 경제를 이해하는 데 어마어마한 도움을 준다. 기본적 이론이 받쳐 주는 그 사람의 경제적 사고는 현실의 삶 모든 곳에 포진하게 된다. 한편 어렸을 때 경제를 배우지 못했다고 해서 이미 늦었다고 포기할 건 아니다. 무엇이든 처음 배우는 건 어렵지만 어려운 경지를 벗어난 다음 부터의 경지는 희열'이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것처럼 알면 알수록 계속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이 자리 잡게 된다성인이 되어 무언가를 처음부터 배운다는 게 조금 망설여지는 일도 있지만 그런 시기는 잠깐이다. 오죽하면 '무언가를 처음 배운다는 건 쪽 팔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어른들이 말하겠는가마는 일생동안 몰라서 쪽팔리느니 잠깐 쪽팔리더라도 알려고 노력해서 배우는 게 삶을 살아가는 데 훨씬 편리하다. 사실 모르는 건 죄가 아니고 창피한 것도 아니다. 언제든 배우면 알게 되는 것이고 먼저 알았다고 해서 우월한 것도 아니다. 모든 공부가 그렇지만 경제 공부는 더더욱 그렇다.
뉴스 | 성광일보 | 2024-07-10 18:19
신준식 시인
뉴스 | 성광일보 | 2024-07-10 18:13
황미라 수필가.오늘은 동묘벼룩시장에 있다는'여인시장 표지석을 찾아볼 생각이다. 표지석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위치가 궁금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겨울바람 마다않고 서둘러 나선다. 점퍼 깃을 세워 얼굴을 가려보지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걷다보면 청계천 영도교에 닿는다. 영영 못 건너올 다리, 영영 이별 다리라는 뜻이다. 이 다리에는 단종과 단종비 정순황후定順王后의 애달픈 사연이 있다. 단종 3년(1455)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여 세조가 되고 단종은 상왕으로, 정순왕후의 대비가 되었다. 1456년'성삼문'박팽년 등이 추진하던 단종보위계획이 발각되어 상왕으로 있던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로 유배를 가야 했다. 의덕왕대비(정순왕후)는 군부인으로 격하되어 궁에서 쫓겨났다. 영도교는 단종이 영월로 유배 갈 때 정순왕후와 이별한 마지막 장소다. 단종은 이 날 이 다리를 건넌 후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다. 순흥에서 유배 중이던 금성대군이 계획한 또 한 번의 단종복위계획(1457년 9월)이 드러나면서 영월에서 사사(1457년 10월)되었기 때문이다. 영도교를 건넌지 1년4개월 뒤의 일이다. 정순왕후는 단종과 헤어진 후 영도교 근처 정업원에서 초암을 짓고 평생(82세)을 살았다. 영도교를 지나 동묘벼룩시장이 시작되는 곳에 왕도넛 가게가 있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갖가지 도넛을 바라보며 머뭇거린다. 맛은 있지만 칼로리가 높아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이다. 벼룩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방금 걸어 왔던 길과는 완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아주 다양하고 진귀한 물품들이 매장뿐 아니라 보도에도 진열되어 있다. 오늘은 여유롭게 구경할 시간이 없다. 북적거리는 인파를 헤치며 매의 눈으로 목표물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린다. 어느 블로그에서 찾은 단서는 공중전화 부스와 우체통이다. 이 둘 사이에 표지석이 있었다. 이미 손에 들려있는 꽈배기를 먹으며 시장을 몇 바퀴나 돌았는데 공중전화 부스만 하나 있고 우체통은 아예 없다. 정황상 전화 부스 있는 곳이 확실하다. 그런데 표지석이 안 보인다. 진열대에 가려졌나 싶어 뒤로 들어가 살펴봐도 표지석이 없다. 없어진 걸까, 못 찾은 걸까,결국 주변 풍경만 사진으로 몇 장 남겼다. 남편의 죽음을 알게 된 열여덟 정순왕후는 조석으로 도망봉에 올라 영월을 바라보며 통곡했다. 비통한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 그 소리를 동네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정순왕후 만큼 신분의 변화가 심했던 왕비가 있었을까, 결혼 2년 동안 왕비에서 대비로, 대비에서 군부인으로, 군부인에서 이제 관비로 전락했다.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 세조의 왕위찬탈에 가담했던 신숙주는 관비가 된 정순왕후를 자신의 종으로 달라고 했던 일도 있다. 세조가 '신분은 노비지만 노비로 부리지 못하게 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미 정순왕후는 씻을 수 없는 수모를 당했다. 세상과 맞닥뜨린 삶이 얼마나 두렵고 막막했을지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처음에는 시녀가 동냥해 온 것으로 끼니를 이었다. 차츰 생활에 적응하며 직접 명주를 짜서 댕기나 저고리 깃, 옷고름을 만들어 팔았다. 비단에 자줏물을 들이는 염색업도 했다.빌어먹을지언정 세조가 내려준 집과 음식은 받지 않았다. 이런 사연을 알게 된 동네 아낙들이 끼니때마다 채소를 가져다주었다. 궁에서 금지시키자 정순왕후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채소를 파는 척 하며 은밀히 갖다 바쳤다. 거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당시 홍인지문 밖은 왕십리나 뚝섬에서 재배한 채소를 거래하는 장터가 있었는데 여자들만 모여서 채소를 파는 곳은 여기 밖에 없었다. 이런 사연을 품고 있는 곳이'여인시장'이다.엄혹한 시기에 힘없는 여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일탈을 감행할 수 있었던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단지 그에 대한 측은지심, 동병상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세조의 도움을 과감히 거절한 기개에 반한 걸까. 생육신을 비롯한 많은 유생들은 왕위를 찬탈한 세조를 비판하였다. 민심도 이와 다르지 않았음이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한다. 민심은 그를 보호했다. 민중은 서로를 끌어안는 재주가 있다. 민간신앙에서 왕비계 신으로는 유일하게 정순왕후 송씨를 '송씨부인 신'으로 숭배하고 있다. 당시에는 영도교예 얽힌 단종과 정순왕후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혼인 등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이 다리를 건너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애써 영도교로 찾아온다. 영도교와 한 묶음인 여인시장도 마찬가지다. 세월 따라 모양은 바뀌어도 흐르는 이야기는 지속된다. 여인시장 이야기가 시실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 설령 전설이라 해도 그 자리에 표지석이 하나 놓일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혹여 지금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면 안내판을 붙여 두는 방법도 생각해볼 일이다. 언 몸을 녹이려고 잔치국수를 먹는다, 멸치육수가 진해서 좋다.
뉴스 | 성광일보 | 2024-07-10 18:02
그 때 아니마는 자기의 남자라고 생각했던 T가 미국으로 떠난 직후라 외로움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형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연민을 자아내는 애틋한 표정과 함께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가지고 있었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윤 정 소설가게다가 단기간에 체중감량의 효과가 크다는 덴마크 식이요법으로 7kg 이상을 감량하여 보기 좋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아니마는 자신에게 눈을 떼지 않는 자겁이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여자 신입이 오면 바짝 달라붙어 이말 저말 되지도 않는 말로 어색함을 풀어주는 의무 아닌 의무를 가진 자겁은 누가 뭐라고 하든 끄떡도 하지 않고 3명의 신입 여자 회원들에게 거리낌 없이 접근했지만 유독 아니마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아니마님,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마음에 딱 들었어요.”“고마워요. 이렇게 환영을 해주셔서,”“그냥 환영이 아니라니까요. 내 타입이에요”“하하하, 신입 여자들 오면 다 그런다고 들었어요.”“아니요. 당신은 특별해요. 내 스타일이에요.”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하는 수위가 높은데도 이상하게 싫지가 않고 호기심이 생긴다.“그런데 아니마란 이름은 '아, 님아!란 뜻인가요?”“그렇게 들으셔도 되는데, 남성의 여성성, 남성의 심혼 등의 뜻이에요. 남성이 여성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상이라고 할 수 있죠.”“하, 어렵네요! 그냥 '아, 님아!'라고 생각할래요.”“편하실 대로.”“난 싱글이에요. 님은? 남편 있겠죠?”“아, 뭐.....”말끝을 흐리고 얼버무렸다. 얼마 전에 이혼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난 이혼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따로 나와서 어머니와 살아요. 난 힘이 넘치는데 그 사람은 몸이 약해서 응하지 못해요. 그래서 나 보고 다른 여자 만나도 된다고, 애들 양육비만 주면 된다고 해서 떨어져 살아요.”처음 본 사람에게 별 얘기를 다 한다.“야’ 그만해라! 아니마님 놀라겠다. 얘가 원래 이래요. 한 귀로 듣고 흘리세요.”옆에 있던 만득이가 나선다.“부담스러워요? 사실인데.....”“하하하, 괜찮아요. 솔직하시네요. 누구에게나 다 이러세요?”“신입 오면 사명감 같은 건 있어요. 처음 오는 사람이 어색해 할까봐, 잘 어울리게 해야죠.”“덕분에 빨리 어울렸어요. 전혀 소외감 느끼지 않고.”“아니마님, 성격이 좋은 것 같아요. 누구나 이렇게 받아 주지 않거든요.”“좋긴요. 상대적인 거죠.”불빛이 없는 산자락이라 별빛이 무차별로 쏟아지고 모닥불에는 군고구마와 군밤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말소리도 누군가 부르는 노랫소리에 묻히다가 합창이 되고 만다.“자’ 피곤한 분은 들어가 주무세요. 여자들은 안채에 방 있으니 그리로 가고, 남자들은 뭘 자냐? 피곤하면 별채로 가고, 잠 못 이루는 청춘들은 이 밤이 새도록 놀아 보자고요!”집주인인 만득이가 정리를 하니 하나둘씩 잠자리를 찾아 자리를 뜬다. 아니마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자겁이 눈을 크게 뜨며 말린다.“1박 2일 잘 거예요? 시간이 아까운데 더 얘기해요.”하긴 1박이 아니라 무박이 좋다.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라기보다 객지에 나와서 잠을 자는 것이 불편해서이다. 대학 시절에도 친구들과 거제도로 여행을 갔을 때 혼자 불침번을 서다가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었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자겁이를 비롯해 대여섯 명이 모여 앉아 만득이가 꺼질 만하면 살려 놓은 모닥불을 가운데 놓고 새벽을 맞이한다. 날이 밝자 느지막이 일어난 사람들과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예당저수지에서 유명하다는 어죽식당으로 갔다. 마침 방송국에서 예산 특색음식으로 어죽을 택하여 취재를 와 있었다. 모두 맛있게 먹는 모습을 찍고 잘생긴 만득이는 인터뷰까지 하였다."예당의 특산물, 어죽! 일단 맛을 보세요. 살살 넘어갑니다요."마지막 너스레를 떨며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잘생긴 것이 말도 맛깔나게 한다. 만득이보다 말 잘하는 자겁이는 외모에서 밀려 선택받지 못한 것 같다. 오나가나 잘생기고 볼 일이다. 아니마는 자겁이가 갑자기 불쌍해 보인다. 점심을 먹고 인사를 나누며 각자의 길로 헤어져 떠나려는데 자겁이 갑자기 호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뭔가를 찾는 것 같다.“어! 내 핸드폰 어디 갔지?”“잘 찾아봐요. 차에 두었나.”“핸드폰 좀 빌려줘요. 전화 한 통 하게.”그는 아니마 전화에 그의 번호를 찍어 건네줬다. 그리고 뒷주머니에서 자기 핸드폰을 꺼내 보이더니 잇몸을 드러내며 씩 웃는 것이다. 구식이었지만 더 구식인 아니마가 제대로 걸려들었다.집으로 돌아와 아니마는 여행 카페에 모임 후기를 올렸다.오전에 추돌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조금 긴장하면서 나 홀로 달리는 서해안 고속도로.내가 몇 번째로 도착할까? 어떤 사람들일까?아니마 혼자 고독한 레이스..... 멀리 푸른 함석지붕 사이로 난 오솔길로 올라가다다른 “만득이 하우스”앞치마 두른. 미소가 아름다운 아가씨가 반겨 줄 것만 같은, 원색 파라솔이 낭만적인 작은 집인데 무릎 나온 회색 운동복 차림의 만득이가 반겨주네.귀한 댁 귀염둥이로 자란 것 같은 모습인데 만득이라? <다음 호에 계속>
뉴스 | 성광일보 | 2024-07-10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