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앞 둔 한방진흥센터 내 '송덕비' 건립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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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앞 둔 한방진흥센터 내 '송덕비' 건립 추진 논란
  • 동대문신문
  • 승인 2017.03.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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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비 추진위 "박상종 前회장 약령시 발전 공로 기리고자 건립 청원"

서울약령시 전·현직 한의약단체장 및 지역원로 등으로 구성된 송덕비 추진위원회(대표 임기택·박의진·남궁청완)이 올해 상반기에 완공될 한방진흥센터 내에 박상종 前회장 송덕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송덕비의 사전적 뜻은 '공덕을 기리어 후세에 길이 빛내기 위하여 세운 비석'으로 일명 선정비, 유애비라 불린다. 또한 송덕비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관직에 있으면서 은혜와 교화를 끼쳤을 때 백성들이 이를 생각하고 비를 세워 송덕하는 것이 항례인데, 이러한 경우 그 사실을 심사해 주사가 상황을 전달한 다음 왕의 칙령으로 허가를 받은 다음에야 비로소 세우게 했다. 그러나 백성을 위협하거나 자신의 재물을 들여 억지로 송덕비를 세우는 예도 있다'고 나타났다.

송덕비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서울약령시협회 제4~6대(2001. 1~2009. 1) 회장을 역임했던 박상종 前회장의 ▲법인설립을 통한 서울약령시 발전 초석 세움 ▲한방산업특구지정으로 경비절감 등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한의약박물관 건립을 통한 전통문화 관광기반 구축 ▲서울약령시 상징문(랜드마크) 건립으로 대·내외 홍보 ▲환경개선사업 추진으로 서울약령시 대·내외 이미지 제고 ▲전통(인정)시장 및 상인회 등록으로 사업추진 기반마련 ▲한방문화축제를 통한 전통문화계승 발전과 경제 활성화 도모 ▲서울약령시 공영주차장 및 보제원 복원 추진 등 업적을 기리기 위해 1,040명의 주민 동의를 받아 동대문구청과 동대문구의회에 청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추진위의 움직임에 서울약령시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제9대 회장까지 있으면서도 재임기간도 가장 오래되면서 업적이 큰 박상종 前회장님 공을 기리기 위해 추진위원회가 따로 꾸려져 추진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한방진흥센터가 곧 준공하면서 건립하기까지 가장 큰 공을 세우신 박상종 前회장님을 위해 전·현직 한의약단체장 및 지역원로들이 준비하시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관내 한 구의원은 "서울약령시가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잡기까지 박상종 前회장님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있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이렇게 큰 공을 세운 사람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도 힘들 것이다. 송덕비를 통해 앞으로도 박상종 前회장과 같은 큰 인물을 태어나 큰 공을 세우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청원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어차피 한방진흥센터도 서울약령시 발전을 위해 건립되는 것이고, 약령시가 주체가 돼 운영돼야 하지 않겠나. 약령시 단체장 및 전·현직 원로들 뜻이 제작 경비부담까지 부담한다니 건립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에 한 주민은 "한방진흥센터가 건설되기까지 박상종 前회장도 많은 노력이 들어갔지만, 한방진흥센터 건립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중앙정부로부터 확보한 지역 국회의원부터 건축허가를 위해 백방으로 뛴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등 수많은 공로자가 있다. 추진위원회 논리라면 이들에게도 각각 송덕비를 한 개씩을 건립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 뒤 "박 前회장은 추진위원회가 말하는 업적도 있지만 약 20여 년 전(1997년 5월 건립계획)부터 단독 건물로 지은 한의약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무시하고, 2006년 한의약박물관을 사기업 건물의 지하 2층으로 66억 4,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무리하게 유치시켜 현재의 한방진흥센터 건립을 10여 년이나 늦추게 한 장본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다른 주민은 "한방진흥센터는 서울약령시협회에 소유물도 아닌 국가 예산이 들어간 공공건물로 살아있는 한 개인의 비석을 세운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특히 한방진흥센터를 찾는 동대문구 외 관광객들은 허준과 같은 인물이 아닌 이상 박상종 前회장 업적을 납득하지 못한다. 오히려 송덕비 건립부지 허용을 해 준 기관을 욕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박상종 前회장 송덕비 건립부지 허용'의 허가를 맡고 있는 동대문구는 난감한 입장을 보였다.

구청 경제진흥과 담당자는 "송덕비 건립부지 허용이 처음 있는 일이라 허가에 대한 근거를 찾고 있다"고 말한 뒤 "우선 서울 자치구나 자치단체에 송덕비 건립부지 허용 사례를 찾아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유덕열 구청장은 본지가 송덕비 건립에 대한 기습질문을 하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변을 유보했다.

한편 '송덕비'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마지막 12목 '해관'편 유애 항목에서도 다르고 있다. '유애'란 훌륭한 수령이 떠난 후 사랑을 남긴다는 뜻으로 수령이 정사를 잘 펼쳐 선정비를 세우거나 죽은 뒤에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는 것은 모범사례라 했다.

박상종 前회장의 서울약령시 발전 공로는 대체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특히 박 前회장은 특유의 탁월한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지금의 발전된 서울약령시가 있기까지 본업을 등지고 사비를 털어 일했기 때문이라는 중론이다. 또한 서울약령시 발전뿐만 아니라 민주평통 동대문협의회장 재임당시 통일·안보 분야에도 많은 공을 세웠으며, 최근에는 동대문구 사회복지협의회장으로 취임해 관내 복지사업을 두루 관장하며 현재도 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뜻으로 여겨져 오랜 전통을 가진 '송덕비'는 폐단의 역사였다. 인조실록 9년(1631) 12월 12일 기사에는 "수령이 유애로써 비석을 세우는 일이 예전엔 아주 드문 일이었는데, 근일 목민관이 된 자가 오로지 명예를 구하는 것을 일삼아 먼저 목비를 세우고 또 석각을 세웁니다. 그러나 그 공적을 공평하게 살펴보면 공효가 조금도 없습니다. 인심이 날로 낮아져 아첨이 풍속을 이루니 오늘날 제거하기 힘든 폐단이 됐습니다"라고 기록이 남겨져 좋은 뜻의 송덕비가 권력 남용과 아부의 수단으로 변질됐던 것. 이에 '유애'를 강조했던 다산 정약용도 칭송도 있고 아첨도 있는 송덕비를 철거하고 엄금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더불어 관내 거주 한 주민은 "송덕비 역사가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나, 인쇄 문화와 역사기록 문화가 발전되지 않은 시대로 추정된다. 공을 알리고 기리기 위해 세우는 송덕비는 오래전 관습이다. 이미 박상종 前회장이 서울약령시와 동대문구 발전을 위해 수많은 일을 했다는 사실은 수많은 언론 기사를 통해 많은 구민들이 알고 있는데, 굳이 비석까지 만들어야 하냐?"며 "한방진흥센터 개관식에 맞춰 공로패 수여로 그 공을 다시 한 번 칭찬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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