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촌동 어울림플라자, 시작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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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촌동 어울림플라자, 시작부터 ‘삐걱’
  • 강서양천신문사 강혜미 기자
  • 승인 2017.08.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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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수렴 위한 공청회도 고성으로 얼룩

전국 첫 무장애 문화복합단지 계획 무색
주민들은 전체 지상 부지의 공원화 요구

백석초 학부모들이 서울시와의 의견 차이로 공청회 도중 자리를 떠나고 있다.

강서구 등촌동 옛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지(등촌1동 645-11)에 건립이 추진 중인 ‘어울림플라자’를 놓고 서울시와 인근 주민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013년 대구로 이전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지를 매입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조성하려던 시는 건물 부지가 백석초등학교와 매우 근접해 있어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앞서 두 차례의 간담회를 거쳐 17일에 개최된 주민 공청회에서 서울시와 주민들은 각자의 입장을 전제로 한 주장만을 펼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시는 이날 공청회를 사업 추진을 염두에 둔 사업 계획 설명 및 주민 의견 수렴의 자리로 진행했다면, 주민들은 어울림플라자 건립보다는 공원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학부모들은 시 관계자의 사업추진 설명에서 기존의 통학로를 대신해 백석초 후문을 이용하거나 공항대로 옆으로 지나는 우회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학부모는 “공사가 시작되면 3년은 걸릴 텐데 왜 그 공사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피해를 봐야 하냐”면서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더니 서울시민 전체가 이용하는 곳이 아니냐. 지역주민을 위한 곳으로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특히 서울시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왔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백석초 학부모대표 A씨 역시 아이들의 통학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시가 제시한 대체 통학로 모두 기존에 한국정보화진흥원을 통하던 길과 비교하면 시간적·안전적으로나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회로로 통학을 하게 될 경우 학생들이 30분 이상 걸어서 학교에 가게 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행되는 어울림플라자 공사로 인해 준공한 지 33년이 지나 건물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초등학교에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소음·분진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 학생들의 호흡기 건강 이상 우려 등을 이유로 공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시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터파기 등의 공사를 진행하고 소음·진동 자동 측정기 설치 및 전광판 표시, 차음판이 삽입된 방음 패널 설치, 폭파 지양, 철거 시 압쇄기 활용 등을 통해 안전한 공사가 이뤄지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학부모대표 A씨는 “우리가 장애인 단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 않냐”면서 “학교를 생각하라는 얘기다. (공사 부지가)학교 바로 옆이다. 공사 3년 동안 아이들은 운동장을 쓸 수 없고 소음 때문에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우리는 이 건물이 꼭 이 자리에 들어와야 하는지를 생각해 달라는 것”이라며, 공사 계획의 철회를 거듭 주장했다.

 

공사 반대하면서 공원 조성 요구…市 ‘난색’

공청회에 참석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 및 장애인 당사자들은 학부모들의 이 같은 주장에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내심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진형조 강서구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은 “강서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3만여 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그만큼 열악하다”면서 “오늘 공청회에서 학부모들이 장애인 단체를 거부하지 않는다고 하신 데 대해 감사했다. 하지만 공청회가 끝날 무렵에는 다 백지화하고 공원을 만들어 달라셨다. 그러면 장애인 단체는 어디로 가야 하냐”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시 장애인 명예시장을 맡고 있는 시각장애인 남 산 씨도 “서울시에서 장애인이 갈 곳이 그다지 많지 않은 탓에 이 사업은 장애인들에게 숙원사업과 같다”면서 “학부모들이 장애인 단체가 건물을 같이 쓰는 데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결국에는 이 건물을 짓지 말고 공원을 해달라고 한다.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 너무 이상한 말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공청회 시작 무렵, 백석초 학부모회는 어울림플라자 건립과 관련한 두 가지 요구안을 문서로 만들어 배포했다. 학부모들이 제시한 제1안은 전체 지상 부지의 공원화다. 공사 반대 이유와 같은 사유에서다.

1안 반영이 어려워 부득이하게 건축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제2안으로 기존 녹지는 살리되 새롭게 조성하고, 진흥원 부지에만 어울림플라자를 건축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공사 시행 전 우선적으로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하고 스쿨버스 지원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또한 학습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호흡기 건강 대책 마련, 진흥원 내에 계획되고 있는 연수시설 등에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곳이 아닌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시설이 입주되기를 희망했다.

시 관계자는 “공원을 만들더라도 기존 건물은 대규모 철거를 해야 하는데, 주민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소음·분진, 위험의 대부분은 철거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면서 “그 부분에서는 저도 알쏭달쏭하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과 더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며 난색을 보였다.

한명희 서울시의원(더민주·강서4)은 “학부모회가 제시한 1안에 대해 고려했을 때, 등촌1동만을 놓고 보면 공원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강서구 전체를 보면 타 구에 비해 산과 공원이 매우 많은 편에 속해 시를 설득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면서 “학부모들이 제시한 제2안대로 기존의 녹지를 살리면서 어울림플라자를 조성하는 안으로 정책을 수정하는 등 시와 주민들이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음·분진 등을 우려하는 학부모에게는 “미세먼지가 문제가 된다면 공기청정기나 간이 천막 설치 등의 방식으로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시와 주민 간의 지속적인 대화를 당부했다.

이날 백석초 학부모 상당수는 서울시의 불통을 주장하며 시장 면담을 재차 요구하다가 결국은 공청회 도중에 자리를 떠났다. 시 관계자와 일부 주민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공청회는 지속됐지만, 학부모회와 주민들은 공원 조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어울림플라자 건립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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