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쌤의 흥미진진 경제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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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쌤의 흥미진진 경제일기(4)
  • 성광일보
  • 승인 2024.07.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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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광진투데이 논설위원
김정숙
광진투데이 논설위원

성인이 되도록 경제가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게 어렸을 때 가정에서부터 경제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모자라서일 거라는 예측은 학생들의 사회탐구 영역 선택과목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의 2024학년도 탐구영역 과목별 응시자 현황을 보면 생활과 윤리가 13만명이 넘고 사회, 문화도 12만 명이 넘는데 유독 경제는 4,888명밖에 응시를 하지 않았다(매일경제 2024년 7월 15일 기사참조). 만일 경제라는 게 유치원 아동기 때부터 노랑색 버스로 다니는 어린이 영어처럼 일찌감치 접한 과목이라면 영어에 능통한 것 만큼이나 경제의 영역에서도 능통하고 어렵지 않아서 대학 수능 탐구영역의 과목으로 선택한 학생들은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말을 배우면 ‘우쭈쭈 우리 강아지 말을 벌써 하네!“ 하다가 그 말을 영어로 하면 ”우리 아이가 천재인가?“ 하는 식으로 불가능한 유전자의 덕인 줄 착각면서 부모가 돈에 관한 얘기를 할라치면 ”애들은 돈 얘기 하는 거 아니야, 어른들이 하는 얘기니까 방에 들어가 공부나 해!“라고 했던 부모들이 이 땅에 얼마나 많았는가?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얘기가 따로 있긴 하지만 불안한 가정경제와 돈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 말고는 돈과 관련한 얘기는 아이들과 못할 게 아니다. 학습효과는 호기심에서 시작되는데 아이들의 호기심을 제대로만 건드려 준다면 “friend가 뭐야?”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처럼 “물가가 뭐야?” 라는 질문의 대답은 경제에 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기초적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실 경제교육의 기회는 가정이 가장 많다. 가정은 모든 생활이 경제로 돌아가는 기초적 집단이다. 수학은 가르칠 수 있는데 경제는 가르칠 수 없다면 그건 오산이다. 수학과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도너츠가 지난 달 한 개에 1,000원이었는데 이번 달에 1,200원으로 올랐다면 이것은 수학의 백분율이자 경제의 물가 상승률이다. 이런 소소한 일들이 가정 경제에선 매일 매일 일어나고 있다. 이런 걸 어른들만 얘기해야 하나? 초등학생때 쉬웠던 산수가 고학년이 되면서 어려운 수학으로 되는 건 숫자를 대하는 빈도의 문제다. 어떤 상황이 일어나든 더하고 곱하고 빼고 나누는 경제의 틀은 수요와 공급이든 물가이든 실업률이든, 정부지출이든 통화량이든 심지어 주식 투자의 면에서도 다 쓰이게 되어 있다. 그런 기초적 틀의 지반인 가정이 경제 학습의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하는데 우리는 오래 전부터 그 쪽만 곳간의 열쇠 잠그듯 꽁꽁 걸어 잠궜다. 그러면서 학업을 마치면 제 밥벌이는 자기가 해야 한다며 취업 못한 자녀든 밥벌이를 못 하는 자녀들에게 채근할 수 있는 입장이 되겠는가?

학업을 마치면 성인이다. 성인이 자신의 밥벌이 하는 건 인간 성숙의 당연한 경로이다. 그런데 이 길이 계속 막히고 있다면 부모 된 우리는 우리의 가정교육을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하는 건 아닐까?

효만 중요시했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은 부모에 대한 효를 강요할 만한 시대도 아니고 부모들은 부디 자녀가 자기 밥벌이만이라도 하면서 독립하기만을 기다리는 캥거루 부모도 숱하다. 사회를 탓하고 자녀를 탓하기 전에 부모 자신이 반성해 보아야 한다. 나는 나의 자녀에게 경제를 가르쳤는가? 물고기를 잡아다 먹여 주었는가,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 주었는가? 가정교육은 인성교육, 품성교육, 도덕교육, 교과교육 모두 중요하지만 경제 교육도 그 만큼 중요하다. 그걸 망각한 순간 부모는 자녀가 늙을 때까지도 같이 늙어가면서 자녀의 가정경제를 돌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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