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詩마당] 포기란
상태바
[성동 詩마당] 포기란
  • 성광일보
  • 승인 2023.05.24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희
시인, 성동문인협회 이사

살짝 눈이 감긴 호졸근한 오후
손가락 사이로 포도원 눈부시다

손이 닿을 듯한 높이에서
새콤달콤한 포도가 유혹한다
손을 뻗으면 한 뼘 더 높이
폴짝 뛰어봐도 
고만큼의 높이에서 내려다 본다
안타까운 마음은
그래 저건 분명 신 포도일 거야
내 자신의 합리화로 포장해야 했다
그리곤 비겁한 변명이 따라다녔다

만나지 마세요
입 다물고 참으세요
일상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면서
도전이란 단어를 잊은 듯
룰루랄라
게으름과 딴 세상을 살고 있었다
아뿔싸 
그게 아니네
영어회화에 도전한다고 걸어가는 친구
시집을 상재한다고 뛰어가는 시인이
포도 넝쿨 아래서
탐스러운 포도 송이를 잡고 있었다

혼자서만 나태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가
갈등하는데
포기 뒤에 숨어서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던

선택이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일깨우고 있다

이명희
시인, 성동문인협회 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