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간병에 도움이 된다니, 잘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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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간병에 도움이 된다니, 잘 한 거지”
  • 강서양천신문사 강인희 기자
  • 승인 2017.08.14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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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에 요양보호사 합격! 강인수 어르신

여든이 넘은 고령의 나이에 요양보호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강인수 할아버지(84·양천구 신정동).

강 할아버지는 지난 7월8일에 시행된 제22회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에서 합격의 기쁨을 안았다. 누군가를 돌보기보단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에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게 된 것은 몸이 좋지 않은 아내 우정남(76) 할머니 때문이었다.

30년 전 아내는 척추 종양을 앓아 수술을 받았는데 그 후에도 통증은 가시지 않고 심해지기만 했다. 어느 날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병은 좀체 나아지지 않았고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세월이 흘러 아내는 노인장기요양 4등급과 장애 2급 중증환자가 돼 할아버지의 보살핌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강 할아버지의 아내를 향한 정성 어린 간병은 이미 주위에 소문이 자자했다. 매일 아침 운동 삼아 폐지 수거에 나서고 일을 마치면 서둘러 아내 곁으로 와서 불편함은 없는지, 적적하진 않았는지 돌보신단다. 평생을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하루도 빠짐없이 아내 곁을 지켰다.

그런 그를 보며 주위 사람들은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해 볼 것을 권했다. 간병을 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처음엔 못 한다고 했지. 내가 벌써 여든네 살인데, 시험을 봐서 무얼 하겠다고. 근데 자꾸 주변 사람들이 그 시험을 보면 우리 할머니(아내) 간병에 도움이 된다잖아. 그래서 시험을 보기로 한 거지, 뭐.”

강인수 할아버지는 지난 4월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4주 이론과정에 등록해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공부는 여간 쉽지 않았다. 시험 준비 중에도 폐지 수거와 아내를 간병하는 일은 계속됐다. 아쉬운 대로 하루 한두 시간씩 짬을 내어 공부에 매진했다.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꼼꼼히 정리하고 요양원 실습 시에는 이론 수업 내용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차근차근 수업에 임했다.

하지만 그를 힘들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기능이 쇠해진 청력으로 인해 수업 내용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때마침 보청기 배터리의 수명이 다해, 시험을 준비했던 20여 일 동안 보청기 없이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

어느새 ‘열혈 학생’이 된 할아버지는 고민 끝에 강사와 가장 가까운 위치의 맨 앞자리에 앉아 강의를 들으며, 손자뻘인 학생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시험을 준비했다. 집 근처에 있는 늘푸른한가족요양보호사교육원 우광식 원장과 부원장, 사회복지사 등도 할아버지가 요양보호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돼 줬다.

“시험 당일에 보니 수험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더라고. 그날 늘푸른한가족 부원장님이 4층 응시교실까지 찾아와서 사탕 한 봉지를 건네주셨는데, 감격의 눈물이 나오는 걸 꾹 참고 시험을 치렀다니까. 너무 기분이 좋았어. 그래서 합격하고는 고마운 마음에 감사편지도 썼지.”

할아버지의 합격 소식에 아내도 “당신 정말 장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요양보호사 시험을 준비하며 배웠던 지식을 아내를 간병하는 데 잘 쓰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할아버지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난 뒤의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언제 아플지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이야. 이 시험으로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법까지 배우게 됐으니 아내든 남에게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어?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과감히 도전하면 어떠한 것도 해낼 수 있어. 도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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