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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老泉) 김흥국지난 시간 세계의 운명을 바꾼 4개의 사과를 말했다.오늘의 주제인 두 번째 “파리스의 사과”에 얽힌 동서양의 첫 번째 패권전쟁을 말해 보자.기원전 호메로스라는 천재 시인은 대서사시 일리아드에서 지중해의 서쪽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와 동쪽 터키의 왕자 헥토르와의 싸움을 중심으로 트로이목마라는 서사시를 읊었다.주인공 아킬레우스는 인간인 펠레우스 왕과 물의 여신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인간의 피가 섞여 수명이 다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어머니 테티스는 자식을 죽지 않는 몸으로 만들기 위해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스틱스강에 몸을 담구어 불멸의 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물에 담글 때 테티스가 잡은 발목은 물이 닿지 않아 인간의 몸 상태 그대로였다.인간이 불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아킬레우스는 파리스가 쏜 독화살을 이곳에 맞아 죽게 된다.그래서 생긴 명칭이 아킬레스건으로 발뒤꿈치 위의 힘줄 위치를 말한다.본론으로 돌아가자.트로이 전쟁은 동서양의 패권전쟁으로 터키의 지정학적 위치를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과거 이스탄불은 튀르키예의 수도로 동서양의 중간에 위치하여 이스탄불의 중심을 흐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의 동쪽은 동양이고 서쪽은 서양으로 이곳을 연결한 보스포루스 대교는 동서양을 잇는 다리가 된다.이 지역에서 버려진 트로이목마 전쟁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동 서편을 대표하는 패권전쟁이었다. 그래서 하늘의 신들도 터키와 그리스로 나누어 응원할 정도로 대단했으며 소규모 도시 국가의 지역 전쟁이 10년을 끌었다.이 전쟁이 어떻게 세계역사를 바꾼 두 번째 사과인지 내용을 밝혀보자.그 옛날 신과 인간이 공존하던 시대에 테살리아 국왕인 펠레우스가 해신(海神) 네레이스의 딸 테티스와 결혼할 때,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이 초대받았지만,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은 초대받지 못했다. 좋은 자리에 불화가 생겨서 분위기 망칠까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걱정은 걱정을 낳고 불화는 불화를 낳는다.이번 잔치도 불화를 피해 갈 수 없었다. 불화의 여신을 초대하지 않았다고 불화가 사라지지 않듯이 여신 에리스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여신 에리스는 황금사과에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라는 문구를 써서 연회석에 던지고 사라졌다.그러자 올림포스의 아름다운 여신들은 서로 자신이 최고라며 황금사과를 차지하려 다투었다.신들 사이에서도 알아주는 삼대 여신을 꼽으라면 제우스의 아내 헤라와 전쟁의 신 아테네 그리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다.신의 왕 제우스조차 판결이 두려워 사과를 지상으로 던지면서 지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에게 누가 가장 미인인가를 판결하게 맡겼다고 말했다.세 여신은 황금 사과를 주은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헤라는 '지상 최고의 부와 권력'을 약속했고, 아테나는 '위대한 지혜와 모든 경쟁의 승리'를 약속했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얻게 해주겠다고 장담했다.결국 파리스 왕자는 권력이나 전쟁의 승리보다 아름다운 아내를 원해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를 주었다.당시 최고의 미인은 유부녀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였다.아프로디테는 파리스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들 에로스를 시켜 헬레네의 가슴에 사랑의 화살을 쏘게 하여 파리스에게 반하게 만들었다.이렇게 시작한 트로이 전쟁은 인류의 두 번째 운명의 사과로 동서양의 패권전쟁이 된 것이다.

뉴스 | 성광일보 | 2024-04-24 20:21

김정숙 논설위원아무리 오래 살고 죽는 사람이라도 ‘인생은 이런 것이다’라고 정답을 내 놓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평평한 땅에서 네모의 집을 짓고 살아도 인생은 사방팔방이 통로이며 퇴로이다. 그 과정에서 겪는 일들을 통하여 성장과 통찰을 만나고 그로써 엄마 뱃속에서 나온 아기는 어른이 되고 성숙한 인간이 된다. 좌절과 절망을 만나기도 하고 희망과 기쁨을 노래하기도 하며 분노와 화해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게 삶이요, 인생이다.죽음이 눈앞에 다가왔거나 머지않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후회 없이 살아라. 즐기며 살아라. 마음 가는대로 살아라. 사랑하며 살아라...“모두가 자발적으로 즐겁게 살라는 말이다. 삶에 매이지 말고 누구에게 구속당하지도 말고 스스로 원하는 대로 살라는 얘기다.그러나 삶이 어디 그런가? 삶은 혼자가 아니다. 삶은 살아내는 것이고 누군가와 살 때 삶이지 혼자 살아간다면 그건 그저 독거일 뿐이다.살면서 가장 마음고생을 하는 게 있다면 경제적 이유, 건강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관계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경제적 어려움은 열심히 일을 하면 나아진다는 희망이 있고 건강은 의술의 힘을 믿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관계의 어려움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희망을 노래하긴 어렵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행복과 불행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수도 없다.관계 중에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무거운 게 있다면 그건 결혼관계일 것이다. 인륜지대사라고 하는 결혼은 단수의 나를 복수의 우리로 엮는 법적 관계다.그 무거운 관계를 지속하는 일, 그것이 결혼생활이며 가족이고 가정이다. 사회의 기초집단을 형성하는 가정의 역할은 국가라는 큰 울타리를 구성하는 작은 구성요소들이기에 신성시 되어야 마땅하다. 살아 보니 상대가 양아치라든가 사람구실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특별히 행복한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결혼 생활은 이어진다.결혼생활은 부부의 공동 책임과 의무가 수반되는 작은 조직이다. 그 생활에서 갑갑함을 느끼거나 싫증이 나서 자신의 책임을 다 하지 않는다거나 믿음을 저버린다면 그 결혼생활은 지속하기가 어렵다. 그로써 그들은 결혼의 법적 형식을 또 다른 법적 형식, 이혼을 통하여 둘의 관계를 끝내게 된다. 성격이 안 맞는다든가 여차저차해서 양자의 합의를 통한 자발적 이혼이라면 그나마 서로에게 설득력이 있다. 그 만큼 상처도 가볍다. 그러나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한다면 그런 청천병력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배우자의 외도에 의한 이혼일 땐 그 배신감과 모멸감, 좌절감은 두고두고 기억 되는 상처일 것이다.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그것은 트라우마가 된다.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은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을 하자고 해야 하나, 오히려 이혼을 당하는 여성 작가의 삶을 이야기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의 돈벌이가 시원찮아서 위자료까지 챙겨 주어야 한다. 믿는 사람으로 부터의 배신은 좌절을 낳는다. 삶이 허망하고 희망이 없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방향도 잃게 된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부정당하는 순간 앞으로의 삶이 두려워지는 것이다.그러나 좌절 뒤엔 극복의 울타리가 있다. 좌절을 극복해야 삶다운 삶이 지속된다. 그 방법이 사람을 통하든 환경을 통하든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영화에서 주인공 프란시스는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택했다.여행은 현재 처한 환경에서의 해방이다. 그곳으로부터 해방됨으로써 모든 환경은 새로워진다. 만나는 사람, 부딪히는 사람과 사물이 달라지고 문화마저도 달라진다. 좌절을 겪는 사람에게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모든 아픔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치유되는 건 아니다.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감춘다고 해서, 덮는다고 해서 치유되진 않는다. 오히려 그 상처를 드러내어 환부를 들여다보며 어떤 약을 써야 하는지 어떤 밴드를 붙여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야 한다. 그래야 상처는 오래 도록 덧나지 않고 나을 수 있다. 몸에 난 물리적 상처나 마음에 난 심리적 상처나 원리는 다르지 않다.주인공 프란시스는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된 이태리 여행을 통하여 사람을 만나고 환경을 만나고 다른 문화를 몸소 체험했다. 그녀의 삶에 반전을 일으키는 건 낡은 고택을 사서 수리를 하고 아름다운 집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때까지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그 과정에서 그녀는 앞으로의 삶에서 찾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냈으며 삶은 그녀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돌아갔다. 그럼으로써 삶이 두려웠던 그녀에게 새 삶이 열리고 불행하다고 느낀 삶도 행복을 향해 문이 열렸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녀의 모든 여정엔 사랑과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사랑은 사랑으로 치유되고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된다고 하지 않던가.다음은 주인공 프란시스의 마지막 독백이다.“ 알프스에 비엔나와 베니스를 잇는 철도를 놓았다고 한다. 기차가 다니기도 전에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다. 언젠가 기차가 올 줄 알았으므로...뜻밖의 일은 항상 생긴다. 그로 인해 다른 길을 가고 내가 달라진다. 사면의 벽이 왜 필요한가? 그 안에 담겨진 것이 중요하다. 이 집은 꿈꾸는 자의 안식처이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그래서 더욱 놀랍다. “

뉴스 | 성광일보 | 2024-04-23 11:19

임길순 수필가“그런 소리 하지 말어! 노인복지 받을 자격이 있어. 6.25 때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어? 우리 노인들이 고생한 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여.”할머니는 흥분해서 큰소리를 내서인지 숨까지 차올랐다. 조그마한 암자에서 기도가 끝나고 한가하게 차를 마시며 각자의 이야기를 달달한 햇살처럼 늘어놓고 있을 때였다.  그때 비교적 젊은 나이의 한 신도가 우리나라는 노인 복지가 너무 많다고 불평을 하던 끝에 나온 어르신의 단호한 말이었다. 꽤 오랫동안 보아온 할머니는 작은 체구에 매무새가 조신했고, 늘 수줍은 미소로 겸손을 잃지 않던 분이다. 분위기가 싸하자 한둘씩 방을 빠져나가고 할머니와, 할머니의 오랜 벗과 나, 이렇게 셋이 남게 되었다. 할머니와 아랫녘 윗녘에서 오랜 세월을 같이 겪은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것들이 노인을 홀대한다고 같이 역정을 냈다.할머니는 처음으로 당신 이야기를 하셨다. 6.25 난리 통에 할아버지가 군대에 가셨다고 했다. 그때 할머니는 스무 살밖에 안 된 새색시였다. 혼례를 치르자마자 새신랑은 신부를 시어른 곁에 남겨놓고 전쟁터로 떠났다. 그해부터 할머니는 절에 다녔다. 해발 500고지 월악산에 있는 작은 암자였다. 동네 논밭을 가로지르고 육십 리 길을 걸어걸어 오직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고 한다. 한 말이나 되는 쌀과 들기름, 참깨 등을 정성껏 머리에 이고 한 번도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절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때 얻은 할머니 별명이 '산다람쥐'였다. 남편을 위해 60리 길을 걸어서 절에 오르는 며느리에게 동네 어른들이 붙여준 별명 이었다.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누구도 따를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할머니 댁이 어느 동네인지 알고 있는 내가 어림짐작해보면 그 절은 차로 가도 삼사십 분 정도의 거리다.전쟁이 끝났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시어른들과 동네 사람들은 모두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시댁에서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으로 남편이 전쟁터에 나간 날을 기일로 잡아 제사를 지냈다. 할머니는 층층시하 시댁 어른들이 지내는 남편 제사를 믿지 않았다고 한다. 꼭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믿으며 새벽에 일어나 월악산 쪽을 바라보며 지극정성 기도를 했다. 그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할머니는 얼마나 많은 서러움과 그리움을 참아냈을까. 기도 덕분이었을까. 어느 날, 거짓말처럼 남편이 돌아왔다. 전쟁이 끝나고 남북 포로 교환 때 구사일생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팔십 중반이 다 되어가는 노인은 설화를 이야기하듯 애틋한 표현보다는 부처님이 살려서 보내주셨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러면서 힐끗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포로 교환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남편이 이불 속에서 몰래 한 말이란다.남편으로부터 전쟁 통에 고생한 이야기, 포로수용소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다 잊었는데 잊히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남편이 포로수용소에서 있을 때 같은 남한 군인인데도 징글징글하게 동료들을 괴롭혔던 군인이 있었다고 했다. 남으로 내려오는 차 위에서 그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던 여러 명의 군인들은 그를 잡아끌어 차 밖으로 집어던졌다는 이야기였다. 아하! 나는 못 들은 이야기, 절대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내적 갈등을 일으켰다. 가슴은 대웅전 추녀 끝에서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처럼 쾅쾅거렸다.할머니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했던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그 이야기를 비밀로 간직해야 할 것 같아서 긴 세월동안 혼자 몰래 간직하고 있었다고 했다. 나와 함께 이야기를 들으며 앉아 있던 아랫녘 노인은 맞는 말이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90세가 넘었는데도 건강하셔서 아직 농사를 짓는다며 아침에도 농약을 등에 메고 배추 밭에 거름 주는 걸 봤다고 했다.할머니가 각시붓꽃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새신부는 전쟁터에 나간 남편 소식을 기다리며 얼마나 애간장을 녹였을까? 함초롬한 각시붓꽃처럼 어르신은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갈무리하고 있었다.할머니는 조금 전에 했던 말을 잊기라도 해야 할 듯 목소리를 높여 올겨울이 추울 거라며 날씨로 화제를 돌렸다. 할아버지가 김장밭에 약을 칠 때 무를 하나 뽑았는데 엄청 단단하다고 했다. 아까와는 다르게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김장무가 단단하면 그 겨울이 춥고, 단단하지 않으면 덜 추워, 참으로 신기한 일 아닌가?”하면서 내 동의를 구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어른들의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라는 걸 잘 아는 나는 할머니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신기해했다. 아랫녘 노인은 또 말을 이어간다. “저이가, 우리 클 때는 여자라고 글을 안 가르쳤는데 집안이 좋아서 육십갑자를 다 외어서 시집을 왔어. 그래서 여자지만 동네일을 다 했지.”하면서 마치 자기 일 인양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 말은 친구가 하는 말을 다 믿어도 좋다는 말일 거다. 두 노인은 60년 넘게 아랫녘, 윗녘에서 한 식구처럼 살았으니 웬만한 혈육보다 끈끈한 정으로 힘든 세월을 같이 보냈다고 한다.한두 해가 더 지나자 절에서 그녀를 볼 수 없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렸고 혼자 집에 있게 할 수가 없어 오시지 못했다며 오래된 벗이 소식을 전해 주었다. 할아버지가 바나나를 좋아하신다며 챙겨 가던 모습이 생각나서 과일 한두 가지를 챙겨 두 분을 뵈러 갔다. 할아버지가 치매는 심하지 않은데 할머니가 없으면 무얼 자꾸 끓이려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서 꼼짝 할 수가 없단다. 노란 바나나를 하나 뜯어 할아버지에게 건네주는 모습이 금실 좋은 노부부였다. 할아버지는 90이 넘는 노구지만 젊었을 때의 몸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풍채가 좋았다. 강골 있는 당당한 어께와 아직은 살아 있는 눈매에서 얼마나 많은 말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왔을까 생각했지만 그 깊은 속사정을 어찌 내가 다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다음 해에는 할머니도 치매가 왔는데 할아버지 보다 더 심해서 두 분을 같은 요양원에 모셨다는 말을 아들로부터 들었다.나는 나지막하게 속말로 이렇게 기도해 본다.“할머니 말이 맞았어요. 올겨울은 날씨가 추워서 김장무가 엄청나게 단단하고 달았어요. 각시붓꽃 할머니, 이제 할아버지와 손 꼭 잡으시고 헤어지지 마세요.”

뉴스 | 성광일보 | 2024-04-18 11:24

김근당 소설가남자는 2년 동안의 수업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것이 교환학생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송이에게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남자가 처음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 만난 여학생이었다. 강의실은 어느 전시회에 온 것 같이 기이했다. 꿈속 같다고 해야 맞을 것 같았다. 여학생들은 정교하게 만든 마네킹 같았고 남학생들은 나무로 깎아 만든 하얀 인형 같았다. 모두 검은 눈망울만 반짝였다. 강의실은 화사하고 사무실같이 책상마다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남자는 교수가 소개하는 동안 교단에 서 있었다. 삼십여 명 학생들에 의한 눈빛이 한 몸에 쏠렸다. 갈색 피부에 근육질의 훤칠한 몸매가 이상한 모양이었다. 호기심인지 얕잡아 보는지 모를 눈빛들이 반짝였다. 남자는 타이가지역 대학에서 온 '하칸'이라고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뒷자리에 가서 앉았다. 앉고 보니 여학생 옆자리였다. 얼굴이나 몸매가 예술 작품을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냉정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는 여학생이었다.송이는 Z시 남학생들 같지 않은 육체적 야성미와 순박한 얼굴에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남자는 그렇게 교실의 명물이 되었다. 남학생들에게는 배척의 대상이 되었지만 여학생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강의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면 여학생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남자는 여학생들에게 떠나온 나라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남자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형제들과 함께 멀고 먼 북쪽 타이가지역(침엽수림 지대)에서 사냥을 하며 살았던 이야기,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고 긴 겨울에는 숲속에서 며칠 밤을 자며 노루나 늑대를 사냥하기도 했던 이야기, 밤에는 숲속의 높은 나뭇가지 끝에 걸려있는 달이 사람의 정기를 깨우기도 한다는 이야기였다. 남자는 할아버지가 당부하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어디를 가서 살든 나무처럼 살아야 한다고, 굳세고 정직하게 뿌리를 내리고 커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여학생들이 들어 보지 못했던 이야기에 끌려 점점 더 모여들었다. 남자는 점점 스타가 되어 갔고 옆자리 송이가 놓아주지 않았다.남자도 점점 송이에게 빠져들어 갔다. 세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고 고향은 너무나 멀리 있었다. 송이의 신비로운 검은 눈동자가 놓아주지 않았다. 순진하고 거칠고 직설적인 세나와 달랐다. 남자는 졸업하고 본국에 돌아가지 않았다. 결혼하면 이 도시의 시민이 될 수 있었다. 남자는 그렇게 이 도시 사람이 되었고 졸업하는 학생들이 제일 선호하는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남자는 그렇게 고향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젯밤에는 생각지고 않았던 꿈을 꾸었다.아내와 밤새도록 말다툼을 하고 새벽녘에야 깜빡 잠이 든 때였다. 남자는 영산의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겨울이었다. 나무들은 잎을 털어 버린 채 잔가지들은 하늘을 높이 뻗고 있고 바닥에 떨어진 낙엽과 하얀 눈이 푹신하게 쌓여 있었다. 산자락을 돌아갈 때였다. 뒤에서 푸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다시 '푸드득 딱' 하고 정신없이 나는 소리와 함께 눈가루와 낙엽이 온 사방으로 날아올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다음 순간 몸이 갑자기 공중으로 달려 올라가는 것 같았다. 남자는 눈이 휘둥그러져 위를 올려다보았다. 날개 짓 한 번에 일이 미터씩 올라가는 커다란 흰꼬리수리가 크고 날카로운 발로 자신을 움켜잡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고향 하늘에 자주 나타나던 새였다. 남자는 왠지 두렵지 않았다. 흰꼬리수리는 북쪽으로 날아갔다. 도시를 지나고, 언덕을 지나고, 벌판을 지나고,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 끝없이....얼마나 날아갔는지 몰랐다. 남자는 기쁨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벌판을 지나는 동안 동쪽 하늘에 여명이 비쳤기 때문이었다. 흰꼬리수리가 갑자기 하강하여 하얀 눈밭에 내려놓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납자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차츰 눈에 들어오는 주변 풍경들, 바윗돌이 들쭉날쭉한 뒷산도 앞으로 펼쳐진 벌판도 낯설지 않았다. 하늘 높이 검게 우거진 수림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산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집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남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만치 벌판 한가운데서 눈을 헤치며 풀을 찾고 있는 순록들이 보였다. 남자는 누구라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순록의  무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순록은 스무 마리였다. 남자가 집을 나올 때 가지고 나왔던 순록도 스무 마리였다. 스무 마리? 남자는 혼란한 상황을 설명해 줄 누군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저만치 눈 속에 묻혀 있는 붉은 꽃나무가 보였다. 남자는 꽃나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산자락 밑에 있는 꽃나무는 하얀 눈에 덮인 등불 같았다. 오므린 꽃잎 속에서 촛불이 타고 있는 모양이었다. 남자는 꽃을 손으로 건드려 보았다. 꽃 속에서 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은 왜 이제야 돌아왔나요?”힘없는 목소리였다.                                <다음 호에 계속>

뉴스 | 성광일보 | 2024-04-18 11:22

김경민 부원장당뇨병은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대사성질환의 일종이다. 혈액 속의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 에너지원으로 이용되지 못해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높아진 혈당이 이상 증상을 일으키고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시키는 만성 질환이다.당뇨병은 제1형과 제2형이 있다. 제1형 당뇨병은 이전에 ‘소아 당뇨병’이라고 불렸으며, 인슐린을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세포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인슐린이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혈당을 정상 수치로 낮추는 호르몬을 뜻한다.제1형 당뇨병은 원인이 유전적인 요인이다. 제2형 당뇨병은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고열량·고지방·고단백의 식단,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이 외에 특정 유전자의 결함이나 췌장 수술, 감염, 약제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합병증도 조심해야 하는 당뇨병>약한 고혈당에서는 대부분의 환자가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증상이 모호해서 당뇨병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혈당이 많이 올라가면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늘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또한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어 체중이 빠진다.오랜 기간 당뇨가 지속되어 고혈당 상태로 지내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질환으로 망막병증, 신장 기능장애,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있으며,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 높아진다. 기본적으로 혈당이 높으면 우리 몸의 혈관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며 혈액 순환이 잘되지 않는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심뇌혈관 합병증이 2~4배 많이 발생한다.당뇨병 진단 기준① 당화혈색소 6.5% 이상② 8시간 공복 혈장 혈당 126mg/dL 이상③ 75g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 후 2시간 경과 혈장 혈당 200mg/dL 이상④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다뇨, 다음, 설명되지 않는 체중감소)과임의 혈장 혈당 200mg/dL 이상당화혈색소란 헤모글로빈 같은 혈색소 중에서 포도당에 의해 당화된 것을 %로 수치화한 것이다. 당화혈색소는 지난 3개월의 평균적인 혈당을 반영한 지표다. 현재는 당화혈색소 6.5% 이상을 당뇨병 진단에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서는 종합검진에서 1번과 2번 항목을 활용하고 있다.<당뇨병의 치료 방법>식이요법·생활습관 교정: 자신이 느끼는 증상만을 기준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것은 위험하다. 반드시 자가 혈당 측정기를 통해서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체중이 많이 나간다면 적절한 운동을 포함한 체중감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체중감량을 위해 열량을 제한하고 지방을 적게 먹는 것이 좋다. 저지방 우유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약물치료: 당뇨병의 약물치료는 네 가지 기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로 인슐린 분비 촉진제는 효과가 빠른 대신 저혈당의 위험성이 있다. 두 번째로는 인슐린 감수성 개선제는 당뇨를 처음 치료할 때 많이 사용하는 약제다. 세 번째는 당 조절에 필요한 인크레틴의 분해를 막는 DPP4 억제제다. 부작용이 적고 저혈당을 일으키지 않아 최근 가장 많이 사용된다. 네 번째로는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SGLT2 억제제다. 살이 빠지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특징이 있다. 당뇨약은 약제마다 성분이 다르고 특징이 있어 주치의와 상의해 복용하면서 검사를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주사치료: 피하 주사로 투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작용 시간에 따라서 투여 방법이 다르다. 먹는 약에 비해서 혈당 강하 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나고, 먹는 약을 쓸 수 없는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용량의 제한도 없다. 단, 주삿바늘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고, 투여 방법이 상대적으로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적극적인 관리가 중요>건강검진을 받고 우연히 당뇨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은 초기 증상이 없고 최근 서구화된 식생활,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인해 과거보다 당뇨병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당뇨병 초기에는 진단이 되어도 바로 약물이나 주사치료를 받지 않는다. 운동·식이요법과 생활 가이드를 통해서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니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당뇨병을 관리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한편, 메디체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는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보건의료 봉사를 수행하고 있는 건강검진 전문기관으로서 연령별, 질환별 특화검진 및 맞춤형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연중 실시하고 있으며, 어스체크플로깅(Earth-check plogging) 환경정화활동, 제로웨이스트 자원순환캠페인 등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건강한 지구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공익의료기관이다.

뉴스 | 성광일보 | 2024-04-17 16:46

옥재은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중구 제2선거구)지난해 말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로스다우서트(Ross Douthat)는 '한국은 사라지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칼럼을 통해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소개했다. 그는 0.7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되고,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한국의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보다 심각한 위기라고 하지만 이제는 위기나 공포가 아닌 일상 속 진부함으로 느껴지게 됐다. 불과 30여 년 전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라는 표어로 산아 제한을 장려하던 국가의 통계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다.특히 서울의 출산율은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2023년 9월 3분기 서울의 합계출산율 0.54명을 기록한 것이다.전문가들은 유독 서울에서 합계출산율이 낮은 원인으로 주거문제를 꼽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인 백인길 대진대 교수는 “서울의 출산율이 낮은 큰 이유 중 하나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주거비용”이라고 주장했다.그리고 경실련이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평균임금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2004년부터 2022년 사이 근로자의 평균 실질임금이 1,9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2배 오르는 사이에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3억4,000만원에서 12억8,000만원으로 4배가 오르면서 주거비용에 대한 부담은 커질대로 커진 상황이다.이를 뒷받침하듯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주택가격이 1% 상승할 경우 합계출산율은 0.002명 하락했다.출산율 재앙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회 의원으로서 하여야 하는 일이 있다. 조례와 예산을 통하여 주거비용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이에 본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서울특별시 신혼부부 등 주택 융자 및 대출이자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례안은 양육환경의 무주택 가정에서 주택을 마련할 경우 대출이자를 지원해주는 내용을 담았다.아이를 키우는 가정 그리고 자녀 계획이 있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내집에서 아이를 번듯하게 키우고자 하는 바람이 크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며 서울에 대출이자 없이 내집 한채 마련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본 의원이 마련한 조례안이 발효되어 양육 가정의 환경과 자녀 수 등에 따라 이자를 일정 범위 내에서 지원해준다면 출산율 제고에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조례안은 부결된 상태다.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지원 범위 등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출산율 재앙이라는 14세기의 흑사병보다 심각한 공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본 의원은 출산율이 재앙의 그림자가 되지 않도록 동료 의원들과 합심하여 관련 제도를 과감하게 고쳐 나가려고 한다. 출산율 재앙으로부터 서울을 지키는 것은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시의원으로서 가장 우선 시 해야할 책무이기 때문이다.

뉴스 | 성광일보 | 2024-04-17 16:33

학교법인 한양학원(이사장 김종량) 성수종합사회복지관은 성동구에서 주관하는 ‘2024 성동형 1인 가구 지원 사업’의 ‘문화·여가지원’ 공모 분야에 자산기반접근 관계망형성 지원사업 ‘정답계(契) 모임’을 지원하여 선정되었다.이번 사업에서는 ‘자산기반접근 실천’을 통해 사회적 외로움 및 고립을 경험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고 지속성을 향상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며 총사업비는 1천만원으로 4월부터 추진 예정이다. ‘자산기반접근 실천’이란 개인의 강점 및 자산과 지역사회가 보유한 자산을 연결하는 실천을 말한다.주요 사업 내용은 ▲사람중심접근의 관계망 형성 지원계획 수립 ▲지역사회중심의 자산기반 실천 네트워크 구축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주민활동가 운영 등이다.세부적으로 ▲사회적 고립감을 경험하고 있는 1인가구 발굴 및 강점관점에 기반한 대상자별 강점과 자산 발견을 통한 활동계획 수립 ▲1인가구가 희망하는 지역상점 및 주민 모임 연계를 통해 사회관계망 형성 지원을 위한 ‘단골가게 및 주민모임 챌린지’ ▲사회적 고립 1인가구가 희망하는 새로운 주민모임을 개설하고 활동하는 ‘커뮤니티 서클 활동’ ▲지역사회자산매핑 기반으로 지역사회 인구학적·지역적·사회적 현황을 파악하고 있고, 외로움 대상자의 지역사회 연계 챌린지가 가능한 주민활동가를 모집하여 지역자산을 공유하는 ‘주민활동가 모집 및 활동’을 운영할 계획이다.성수종합사회복지관 박명은 관장은 “이번 정답계(契)모임으로 사회적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할 수 있는 지지체계를 형성하여 당사자의 지역사회 내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지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 | 성광일보 | 2024-04-11 09:23

김정숙 논설위원“38kg입니다.”재활용 옷을 수거해 가는 분이 옷 보따리를 저울에 재고 1만7천원을 건넸다. 산더미 같던 옷이 빠져 나간 순간 옷장은 가벼워지고 헐렁해 졌다. 딸은 어떤 이유로 저 많은 옷들을 샀던 것일까? 38kg의 옷을 살 때 까지 도대체 돈을 얼마나 쓴 걸까?딸의 나이쯤엔 나도 그랬다. 옷 욕심이 많았던 나도 지나가다가 예쁜 옷이 있으면 사고 동료가 입으면 샘이 나서 사고, TV에서 연예인이 광고 하면 멋있다고 사고, 디자인이 맘에 들면 색깔별로 사고, 휴일에 혼자 있다 보면 심심하다고 아이쇼핑 갔다가 충동적으로 사고, 하여간 사고사고 또 사다 보니 집안의 옷장은 배가 불러서 터질 지경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 마다 후회와 후회를 반복하지만 계절이 바뀌면 유행도 바뀌어서 또 옷을 사곤 했으니, 수입의 30%는 옷을 사는데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옷만 보면 귀신에게 홀린 건지 옷을 향한 열망은 이성적 판단을 늘 앞서가곤 했다.38kg이나 되는 딸의 옷을 내 놓으며 과소비니, 충동구매니 궁시렁궁시렁 했지만 딸이나 나나 도긴개긴 인건 마찬가지다.평소 경제관념이라면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근검과 절약이 몸에 배고 과소비는 내 인생에 얼씬도 못 한다고 큰 소리를 쳤어도 “옷“을 대할 때만큼은 지름신이 강림하는 건 그럴 때마다 무언가에 단단히 홀리는 게 틀림없었다. 이성적 합리적 실용적 아이콘의 대명사라고 자부했던 나는 언제나 합리적이지 않으며 언제나 이성적이지 않고 언제나 실용적이진 않았던 것이다,책 <가장 쉬운 행동경제학>은 이기적이면서도 합리적이라고 가정되는 인간의 소비 행동이 왜 비합리적이고도 감정적, 이타적, 본능적 소비행동을 하게 되는 지를 이야기 한다. 전통경제학이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가정하에 작용하는 시장경제의 논리 즉,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이야기 한다면 행동경제학은 보이지 않는 손 이외에도 시장경제에 변수가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 변수가 인간의 비합리성이다.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이 비합리적인 이유를 마음, 즉 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의 행동 뒤에는 여러 가지 마음이 존재해서 인간의 인지는 때때로 착각을 수반하기도 하고 시장경제에 맡겨진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가격결정의 시스템도 심리가 작용하면 ‘보이지 않는 손’의 경제 논리는 맥을 못 춘다는 것이다.인간의 감정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경제를 움직이는 우리의 정서가 되기도 하고 날씨라든지 대중이 몰려드는 스포츠 경기처럼 상황이나 환경도 경제를 움직이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엔 주가도 상승하고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 이긴 날엔 야식도 많이 하는 현상도 이러한 맥락이다. 전통경제학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시장 논리가 아니라 모두가 ’기분‘의 시장 논리이다. 감정이 오가는 기분 탓에 야식이 늘어서 소비가 늘고 묻지 마 주식투자는 주가를 부추기며 시장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마음으로 인해 비합리적 행동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경제를 모두 설명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된다면 전통경제학은 유명을 달리할 것이고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학문으로서의 기능을 다 한 것이라고 밖에 할 수 가 없다. 여기서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마음의 작용, 즉 비합리성의 행동은 단기적 현상이다. 단기적으로 경제를 설명하는 이론이 심리가 바탕이 된 행동경제학이요, 장기적으론 여전히 전통경제학이 경제 논리를 설명한다. 따라서 경제학이라는 건 전통경제학과 행동경제학 양쪽 모두의 이론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그렇다면 행동경제학은 어떤 상황에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팽창하는 행동경제학의 응용은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것일까?책에서 행동경제학의 응용분야는 다방면에 걸쳐서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마케팅이나 새로운 상품의 기획 또는 디자인, 주식이나 외환 등에 대한 인간의 판단과 행동들도 모두 연구 대상으로 다룰 수가 있어서 이론을 응용하고 활용하는 건 사업이든 정치든 어떤 분야에서든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따라서 이러한 활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가 중요한 관건인데 그것은 인간의 마음, 심리와 상황과 환경 등의 변수적 요인을 읽는 일이야 말로 고객을 얻는 길이요, 소비자를 얻는 길이라는 것이다. 결국 어떤 환경에서든 사람의 심리를 읽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오늘 당신은 순간적으로 어떤 물건에 지름신이 강림하셨는가?과연 그 소비는 합리적이었는가, 비합리적이었는가? 어떤 마음이 충동적으로 당신의 지갑을 열게 했는가? 

뉴스 | 성광일보 | 2024-04-09 15:11

노천(老泉) 김흥국지난 시간 서양의 역사학자 시각으로 본 우리의 방대한 상고사를 소개했다.오늘날 우리는 일제에 의해 왜곡된 역사로 조상의 땅과 얼이 사라진 역사를 교과서에서 배웠다.이를 연암 박지원은 부전자축(不戰自縮)이라 말했다. 싸우지도 않고 스스로 조상의 강역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조상과 함께 조상의 땅과 역사까지 사라지는 얼빠진 역사의 후손이 되었다.이를 단재 신채호는 “역사에 영혼이 있다면 처참해서 눈물을 뿌릴 것이다”고 탄식하면서 “정신이 없는 역사는 정신이 없는 민족을 낳고 정신없는 나라를 만든다.”고 하였다. 일제 치하에서 그들의 손에 놀아나는 우리의 역사학자를 보고 치를 떨며 한 말이다.지금 중국은 우리 역사와 조상까지 자기 것이라고 우기고 그렇게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땅의 사학자들은 팔짱 끼고 구경만 하고 있다.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이제 위대한 배달국의 역사는 찾을 길이 없고 우리의 중시조인 치우천황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중화족의 조상이 되어 현재는 “중화삼조당”의 한 분으로 그들에게 절받고 흠향하며 모셔지고 있다.본시, 동서 2만 리 남북 5만 리의 거대한 동이족의 강역이 어떻게 동북방 구석으로 밀릴 대로 밀려서 이 지경이 되었는지 수천 년의 과거로 돌아가 최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역사의 장을 거슬러보자.동양의 최고 명당이 한반도라면 서양의 최고 명당은 지중해다. 문화와 과학과 사상과 권력이 지중해에 모여서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퍼져나갔으며 연안의 수많은 섬과 함께 세계적 문화유산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이런 에너지로 과거 2000년 동안 세계를 지배해 왔으며. 인권을 무시하고 전쟁을 앞세워 처참한 죽임으로 정복하고 이기는 것만이 절대 선으로 영웅이 되고, 윤리, 도덕보다 물리적 힘이 지배하고 통치되던 힘의 역사가 통하던 곳이다.이렇게 성장한 대표적 국가가 로마다 그래서 모든 길은 로마를 통한다는 말이 생겼다.하지만 모든 길이 로마를 통하기 전, 그 옛날에 지중해 연안에는 많은 도시국가가 존재했다.그때는 나라 개념이 아니라 도시 국가개념으로 잘난척하며 서로 으르렁대고 잡아먹던 시대이며 신들도 한통속으로 인간과 애증을 나누며 싸우고 응원하던 신인 합일의 시대였다.당시 지중해의 서쪽의 많은 도시국가 중에 유독 강한 도시가 그리스와 아테네가 있었으며 마케도니아와 스파르타가 있었다. 이들은 서로 싸우며 정들었다.지중해 반대편 동쪽에는 터키가 있었다. 지금은 튀르키예라고 이름을 바꾸었다.당시에 세계 패권의 판도를 바꾼 전쟁이 있었다. 역사로 쓰이기 이전의 사건이지만, 희랍에는 호메로스(Homeros)라는 백과사전을 외울 정도의 천재 시인이 있어 전해졌다. 제목은 “일리아드(Iliad)”와 “오디세이(Odyssei)”로 신화 성격의 역사를 통째로 외웠다. 이를 대서사시라고 하며 유럽 문학의 효시가 되었다.필자는 대서사시의 일리아드 부분을 말할까 한다.내용은 트로이아 전쟁을 배경으로 서양의 대표 영웅 아킬레우스와 동양의 대표 영웅인 헥토르를 중심으로 신과 인간이 양쪽으로 나늬어 싸우는 신인 합일의 전쟁터이다.이 전쟁은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새긴 사과에서 비롯했다.참고로 논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역사의 운명에 4개의 사과가 있다고 한다.역사의 전환점이 된 운명의 사과를 소개하면,첫째는 에덴동산의 “아담의 사과”다. 인류는 이 사과를 먹음으로 꼭 자식을 낳아서 종족을 번식해야 하고 반듯이 일을 해서 먹고살아야 하는 신체로 바뀌었으며 영생의 삶이 꼭 죽어야 하는 삶으로 바뀌었다.두 번째 사과가 오늘 말하는 트로이 전쟁의 “파리스의 사과”다. 이는 동서양의 패권전쟁으로 이 전쟁을 전환점으로 운명이 서양으로 기울어져 2000년 이상을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는 전환점이 되었다.그리고 세 번째 사과는 스위스의 “빌헬름 텔의 사과”로 빌헬름 텔은 약소국의 백성으로 그들을 지배하는 총독을 죽이고 독립함으로 유럽의 약소국들은 독립이라는 민족 자존심을 가지는 동기가 되었다.그리고 마지막 사과가 “뉴턴의 사과”다. 뉴턴의 만유인력은 근대 물리학의 초석이 되어 이때부터 인류는 과학이라는 학문에 발이 빠지게 된 것이다.혹자는 말한다. 다섯 번째 사과는 융합의 천재인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라고..

뉴스 | 성광일보 | 2024-04-09 15:09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가 4월 17일(수) 압구정 현대백화점 컬처파크 토파즈 홀에서 2024 사랑의 나눔터 바자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 바자회 참고 모습.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회장 권영규)는 취약계층 밑반찬 지원을 위한 2024 사랑의 나눔터 바자를 개최한다고 9일(화) 밝혔다.이번 바자회는 서울 압구정 현대백화점 컬처파크 토파즈 홀에서 4월 17일(수) 단 하루 10시부터 15시까지 진행되며, 서울 적십자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가 주관한다.판매품목은 △식품, △의류 및 신발, △생활용품, △아트상품, △기증품 등이며, LG생활건강, 동화약품, 프로스펙스, 삼양사, 종근당, 파크로쉬, 매일유업, 폴바셋, 동원홈푸드, 씨제이(CJ), 에이제이(주), 에프앤에프(F&F), 손정완, 휠라코리아 14개의 주요 후원사와 29개 참여사가 함께한다.이번 사랑의 나눔터 바자회의 수익금 전액은 위기가정 아동, 청소년과 홀몸어르신과 같은 지역사회 취약계층에 연중 밑반찬을 전달하는 적십자 희망풍차 결연사업비에 보태어 사용된다.박선주 적십자사 서울지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장은 “아이들 밑반찬 지원 때문에 이번 바자회를 마련했다”며, “동참해 주신 후원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많은 시민들께서 좋은 물건을 착한 가격에 구입해 가시길 희망한다”고 말했다.한편, 사회 지도층 여성 후원조직인 적십자사 서울지사의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회는 취약계층 청소년 학습비 지원과 적십자봉사원들을 후원하고 있다.

뉴스 | 성광일보 | 2024-04-09 14:58

방태봉자유총연맹 성동구지회장2023년 11월 부산경찰청은 환자들과 짜고‘가짜 입원확인서’를 이용하여 200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공단’)과 민간 보험사로부터 각각 50억 원씩 총 100억 원 상당의 요양급여비용와 보험금을 수령한 사무장병원을 적발하였다. 이러한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이나 약사법에 따른 의료인이나 약사가 아닌자가 개설 가능한 자의 명의를 빌려 불법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 또는 운영하는 기관을 말한다. 실제로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사무장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불리고 있다.사무장병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의사면허가 없는 자가 의사면허를 빌려 개설하거나 의사대표를 앉히고 허위․부당청구를 일삼는 불법개설기관과 본인부담금도 받지 않고 가짜 조합원과 가짜 이사회로 구성되어 있는 불법의료생협이다. 사무장병원은 오직 영리만을 추구하므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크게 위협하고 있고, 선의의 의료기관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어 근절이 시급하다.2020년 8월 정춘숙 국회의원 등 4개 의원실에서 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의 수사에 한해 특별사법경찰권(이하‘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사법경찰 직무법 제7조의 4 조항 신설’개정안을 입법 발의하였으나, 유관단체 공감대 형성 부족과 사회적 이슈인‘전세사기’에 묻혀 공단 특사경 도입 입법화 속도는 더디고 있다.공단은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여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계좌추적이 불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가 장기화되면 해당 사무장병원은 이미 재산을 은닉하거나 휴․폐업하고 있어 실제 환수고지 시점에는 채권확보가 불가하여 부당금액에 대한 징수율(환수율)이 낮다고 한다.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무장병원 행정조사 등으로 이미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공단에 특사경 권한를 부여해야 한다. 공단에 특사경이 도입되면 불벌개설기관에 대하여 신속한 수사착수 및 종결로 현재 평균 11개월인 수사기간을 3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어 연간 약 2,000억원 규모의 보험 재정누수 차단이 가능하다고 하며, 이렇게 지킨 건강보험재정은 간병비․필수의료 등 범위 확대와 전국민 보험료 부담 경감에 활용하여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본다.이렇듯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재정 손실을 방지하여 건강보험 재정안정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이 필요하고, 국회는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의 처리를 촉구한다.

뉴스 | 성광일보 | 2024-04-04 14:13

석란 이옥자수필가.성동문인협회 이사2022년 5월 3일 오후다.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으니 “선생님 저 영재입니다." 듣던 목소리다. 내가 1976년 초임 발령받고 초임에 근무하던 이천 배영중학교 2학년 때 제자인 김영재 군의 전화다. 너무 반가웠다. 그동안 바쁘게 살다가 서로 연락하지 못했다. 17회 졸업생인 김 군이 은사님들과 만남을 위한 단톡방을 개설하였다고 했다. 5월 12일 목요일 5시에 알라 메종 와인앤다인에서 모인다며 나를 초청한다는 전화였다.나는 아침부터 제자를 만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5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보통 때는 시간이 80마일로 달려서 안타까웠는데 오늘은 왠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하다. 제자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이 한 접을 사놓고 오이지 담그는 것을 내일로 미루었다. 4시가 되어 집을 나섰다. 왕십리역에서 경의선을 갈아타고 용산역에 도착했다. 빌딩 안내원의 도움으로 모이는 장소로 들어갔다. 뒤에서 “선생님"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 군, 이 군, 유 군과 영어과 조 선생과 음악과 김 선생님도 모두 만났다. 반갑다. 옛날 얼굴, 그대로이다. 김 군은육사에 재학 중 휴가를 받아 우리 집에 몇 번 인사하러 왔었다. 군복을 입고 거수경례하는 김 군의 의젓하고 듬직한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로부터 어언 41년 이란 세월이 흘렀다. 오늘 제자들을 만나 디저트와 포도주 한 잔씩을 마시면서 오랜만에 이야기꽃을 피웠다. 기분 좋은 자리에 음식이 맛깔스럽고 입맛에 맞다. 식빵도 고소하여 다시 주문하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온방에 감돌았다.이천 배영중학교를 떠나온 지 44년이 흘렀지만, 내가 초임 교사 생활의 기쁨과 즐거웠던 학교생활의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국어 시간에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열심히 듣던 김 군이 잘생기고 똑똑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장래 나의 사윗감으로 점찍어 놓았었다고 실토했더니 모두 처음 듣는 소리라며 웃었다. 김 군은 역시 국문학을 전공하여 문학박사가 되었고 현재는 모기업의 사장이라고 했다.순자荀子의 [권학편]에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있다. 쪽에서 뽑아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제자들이 나보다 훌륭하게 된 모습을 보니 대견하여 교사의 보람을 느꼈다.  오늘 제자들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은 예쁜 꽃송이와 홍삼 선물을 전하는 감격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칠 후 TV에서 오늘은 스승의 날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전에는 스승의 날을 무심히 지나쳐버렸는데 이제 훌륭한 제자가 내 곁에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이번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제자와 스승 간에 따듯한 정을 느끼게 해준 제자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뉴스 | 성광일보 | 2024-03-27 18:18

김근당 소설가성동문인협회 소설분과장어느 날엔가 인간들은 고향을 잃어버리리. 밤에도 수많은 태양이 뜨고 낮보다 더 밝으리라, 어느 날엔가는 빛나는 눈을 가진 마귀들이 인간의 영혼을 사냥하리, 거리에서 마귀들의 눈이 반짝이리, 남자는 가슴을 잃고 여자는 사랑을 잃어버리리.멀리 산속에서 흐르는 물소리처럼 머릿속에 흐르고 있는 소리다. 희미하게 들려오지만 뚜렷하게 의식할 수 있다. 남자는 그 소리를 따라 걷는다. 정신을 집중할수록 반복되는 소리는 더욱 또렷하게 들린다. 오래전에 들었던 할아버지의 노랫소리다. 가을밤이면 할아버지는 손자들을 화덕 가까이에 앉혀 놓고 노래를 들려주었다. 어린 손자 손녀들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따라 불렀다. 할아버지는 옛날 옛적 이야기도 해 주었다. 마을 사람들이 숲속에서 공동으로 잡은 검은 곰으로 잔치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던 이야기였다. 남자는 알 수 없는 먼 날에는 마귀의 노래가 현실로 나타나리라는 무서움에 가슴을 졸이곤 했었다. 사냥꾼이 다 된 형은 아무런 흥미 없이 들었고, 여동생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면서 재미있어 했다. 캄캄한 밤, 집 밖에서는 높이 솟은 나뭇가지에 쌓인 눈덩이가 바람에 쏟아져 내려오는 소리가 천둥 치는 소리처럼 들리곤 했었다. 지금은 갈 수 없는 북쪽 호수 주변의 산속 마을이었다.남자는 Z시의 높은 건물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걷고 있다. 아침 아홉 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쨍쨍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뜨겁다. 남자는 흘러내리는 땀을 옆구리에 차고 있던 수건으로 닦는다. 아파트 단지 밖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도로에는 가로수 하나 없다. 대부분 24시간 문을 닫지 않은 무인점포들만 줄지어 있다.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들을 진열대에서 집어 카트에 싣고 와 가격표대로 돈을 통에 넣거나 카드를 긋는다. 그렇지 않으면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그 사람의 얼굴이 카메라에 찍혀 중앙통제실로 전송되어 신용불량자로 기록 된다.남자는 마트에 들어가 필요한 것들을 사 들고 나와 영산(靈山)으로 간다. 영산에 가서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한다. 애틋한 사랑도 다정한 감정도 풋풋한 가슴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남자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이 도시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교한 규칙에 적응하지 못했고 세련된 매너에 길들여지지 않았고 냉정한 지성에 미치지 못했다. 십여 년 동안 점점 외톨이가 되어 회사에서 버림받고 아내에게 무시당하고 있다. 아내는 철저하게 이 도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누누이 말했다. 머릿속에 인공지능 칩을 넣어서라도, 그래야 이 도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 수 있다고 했다. 가슴도 필요 없으니 수술해서 떼어 내자고 했다. 감정이 사람들을 자극해 쓸데없는 오해를 산다는 것이다. 남자는 혼란스러웠다. 살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거나 적응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살아갈수록 더욱 혼란스러울 뿐이다. 아침부터 상점 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여자들은 유리벽 가까이 서 있는 마네킹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거리의 사람들은 무표정하다. 남자는 십 년 넘게 살아온 Z시 사람들을 알 수 없다. 조각한 듯 차가운 얼굴에 인정이 없는 것 같지만 잘 만들어진 도시 규정에 따라 서로 소통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회사에서도 칸막이에 들어가 자판을 두드리는 것으로 자기가 맡은 일을 처리한다. 광통신망이 신속하게 업무를 연결해 주고 결제까지도 앉은 자리에서 받는다. 일을 마치면 팀원끼리 얼굴도 마주치지 않은 채 퇴근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래도 살아가는 데 불편한 것은 하나도 없다.남자는 등에 PS 커다란 배낭에서 울리는 짤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부지런히 걷는다. 한 시간여 걸어야 영산에 닿을 수 있다. Z시에는 여러 가지 교통수단이 있지만 남자는 고향을 생각하며 걷기로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걸으면서 생각하고 싶다. 점점 자신도 알 수 없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방인처럼 살아온 도시다. 인성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직도 알 수 없다. 배낭에는 각종 인스턴트 푸드와 과일들이 빵빵하게 들어 있다. 볼록한 배낭 겉으로는 물을 끓일 코펠과 물컵, 수건, 칼 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배낭 위에는 텐트와 깔개용 자리까지 높이 올라앉아 있다.영산에 가서 하룻밤 자고 올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오래 있을지도 모른다.  할아버지 이야기가 간절하기 때문이다. 빛나는 눈을 가진 마귀들이 영혼을 빼앗아 간다고 했다.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영혼이다. 남자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고향에서는 나무에는 목혼(木魂)이 있고 풀에는 초혼(草魂)이 있고 꽃에는 화혼(花婚)이 있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였다. 오랜만에 세나도 떠오른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세나다. 서로 사랑했고 결혼을 약속했던 고향 처녀다.       <계속>

뉴스 | 성광일보 | 2024-03-27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