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추천 시] 나를 놓아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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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추천 시] 나를 놓아주렵니다
  • 성광일보
  • 승인 2024.05.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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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길
시인, (사)세계문인협회 이사

어느 한순간 섬광처럼
눈썹 위로 콧등으로 쏟아져 내려온 빛
그는 혼자서도 참 잘 발광(發光)하고 있구나

돌이켜 보면 그리 아픈 데 없는데
나 혼자 너무 아파하며 사월을 보내고 있구나

이제는 힘들게 붙잡고 있던 밧줄 그만 놓으렵니다
그 밧줄이 내 허약한 자존심이었든
부질없는 삶을 지탱했던 밥줄이었든
눈감고 그만 놓으렵니다

그래도 될 것 같아요
그 숱한 이무기들과 수수깡들이 
깡통소리 내며 하늘에서 들판에서
쏟아져 내리고 돌아다녀도
밧줄 놓고 검은 숲에서 걸어 나오는 
장한 그대를 맞아 주렵니다

오오! 이 한밤 영원히 잠들어 깨어나지 못할지라도
오늘은 그만 돌아서서 나를 놓아주렵니다
그만 용서하라고 조용히 말하겠습니다

조희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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