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살구 열매처럼
벤치마다 말랑해진 시간을 풀어 놓은
오후 두 시
한 무리 바람이 바닥을 쓸며 지나간다.
아버지의 두 다리가 덩달아 휘청인다.
한쪽 귀가 떨어진 공원 돌계단에
파스텔 물감을 풀어 놓으며
낙엽이 지고 있다.
오후 두 시의 공원에는 가장 가벼운 무개로
부는 바람이 있고
침묵으로 흐르는 아버지의 독백이 있다.
공원 너머 화살나무 사이로 사라져가는 노을처럼
아버지도 지고 있다.
![](/news/photo/202406/2_40065_67604_5750.jpg)
유 병 란
시인.
성동문인협회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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